• ▲ 이명박 대통령이 25일 취임 3주년을 맞아 가진 확대비서관회의에서
    ▲ 이명박 대통령이 25일 취임 3주년을 맞아 가진 확대비서관회의에서 "남은 2년, 유종의 미를 거두자"는 요지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청와대 제공

    25일, 오늘로 이명박 대통령이 집권 3주년을 맞았다. 이제 4년 차에 접어든다.

     

    집권 3주년을 맞은 이날 청와대 분위기는 겉으로는 ‘어제와 똑같이’이다. 3주년을 맞았건, 4년 차에 접어들건 청와대로서는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저 이제껏 일해왔던 것처럼, 어제와 똑같이 일할 뿐이라는 말을 청와대 참모들은 되풀이 한다.

     

    이 대통령의 일정도 이러한 분위기를 반영하는 듯 보인다. 이 대통령은 이날 오전 확대비서관 회의에 참석해 간단한 인사말을 하고 이어 세르게이 소뱌닌 모스크바 시장을 접견했다. 3주년 관련 ‘특별’한 행사는 없었다.

     

    이미 이 대통령은 지난 21일 청와대 출입기자들과 가진 산행 및 오찬 간담회에서 그런 속내를 밝혔다. 이 대통령은 집권 3년 차에 대한 소회를 묻는 질문에 “앞으로 2년이 남았으면 아직도 몇 년치 일을 할 수 있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고 답했다. 임기가 2년 남았으니 이제 내리막이지 않느냐는 것은 일하는 대통령에게는 어울리지 않는다는 말이다.

     

    다만 청와대 비서관들은 그냥 지나치기는 서운했던 모양이다. 매주 목요일 늘 있는 확대비서관회의에 행정관급 이상까지 참여시켰다. 집권 3주년을 맞아 새로운 각오를 다져 보자는 의미다. 한 참석자는 “이제 새로운 마음으로 열심히 해보자는 덕담들을 나눴다”고 전했다.

     

    이 대통령도 취임식 때 맸던 넥타이를 매고 이 자리에 함께 했다. 이 대통령은 넥타이의 의미를 “초심으로 돌아가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각자가 남은 2년 동안 국민을 위해, 국가를 위해 뭘 할 수 있을 지 생각해달라”고 당부했다.

     

    적어도 겉으로는 그렇다. 어제와 다름없이 일해보자는 게 청와대 분위기다. 그렇다고 물 밑 흐름까지 물 위와 같을까. 나라 안팎의 급박한 정세는 이 대통령이 3주년 차 감상에 젖을 짬마저 없을 만큼 휘몰아치고 있다.

      

    민주화 바람으로 이어지고 있는 중동의 반정부 시위는 우리에게도 당장 불똥이 튀고 있다. 리비아주재 교민과 건설 근로자들의 안전 확보와 철수는 화급을 다투는 일이다. 튀니지와 이집트를 거쳐 리비아에까지 몰아치고 있는 중동 정세 불안은 유가 급등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벌써 배럴당 220달러 선까지 오를 것이라는 예측마저 나온다.

     

    유가 급등은 그렇잖아도 날뛰고 있는 물가 오름세를 부채질 할 것이고 사태진전에 따라 우리 경제가 요동칠 수 있다. 오를 대로 오른 물가와 전셋값은 서민들에게는 고통이다. 날씨마저 도와주지 않아 올 겨울 서민들은 전기료 폭탄까지 맞았다. 구제역 여파로 인해 초-중-고교가 개학하는 다음달이면 급식용 우유공급까지 걱정해야 한다.

     

    청와대 참모들도 다음달부터는 각자도생의 길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이 대통령의 집권에 기여한 참모들의 경우 일부는 3월부터 시작되는 공기업 인사를 노리고, 일부는 내년 총선을 위해 청와대를 떠나려고 한다는 것이다. 행정관급 인사는 빠르면 이달 28일 이뤄진다.

     

    공기업 사장과 감사 등 임원 자리는 한정되어 있으니 경쟁이 치열할 수밖에 없다. 벌써 꽤 되는 청와대 참모들이 공기업으로 가고 싶다는 의사를 직간접적으로 피력하고 있다는 소문이 청와대 내에 돌고 있다. 현재 공기업 임원으로 있는 인사들도 자신들의 대선공로를 주장하면서 연임 운동을 벌이고 있다고 한다.

     

    청와대의 한 비서관은 “내년 총선에 출마하고 싶다면 적어도 올해 6월쯤에는 청와대를 떠나야 한다”고 말했다. 그때쯤 나가 지역구를 돌며 얼굴을 알리고 당선 가능성을 높여야 공천을 받는데 유리하다는 것이다.

     

    시간이 흐를수록 이 대통령의 ‘외로움’은 커질 것으로 여겨진다. 여당에 대한 장악력은 갈수록 떨어질 것이고 함께 하리라 생각한 참모들은 곁을 떠날 것이다. 그 곁을 이 대통령과 정권의 운명을 함께 할 ‘순장참모’들이 대신 채우겠지만 집권 초반과 같을 수는 없다.

     

    확대 비서관 회의에 참석했던 한 관계자는 “앞으로 남은 2년이 더 중요한 데…”라고 말했다. 이 대통령 스스로도 그렇고 국가적으로 봐도 남은 2년은 정말 중요한 시기라는 것이다.

     

    집권 4년 차에 접어드는 시점에 성공한 대통령으로서 역사에 기록될 책임, 그 책임은 전적으로 이 대통령 하기에 달려 있다는 사실이 더욱 분명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