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연설 독회내용 보도 "묵과 않을 것"
  • 이명박 대통령이 연초 신년연설문 원고 독회 내용이 언론을 통해 보도된 것을 두고 격노해 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실이 수석과 비서관들의 휴대전화 통화내역을 조사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주간동아> 최신호는 복수의 관계자들을 인용해 "'중앙일보'가 대통령 신년 특별연설을 앞두고 회의 내용을 기사화하자 이명박 대통령이 격노해 "묵과하지 않겠다"고 했고, 이런 분위기를 감지한 임태희 대통령실장이 지난 9일 자신이 주재한 수석비서관회의에서 수석과 비서관들에게 휴대전화 통화내역 조회 동의서를 쓰도록 했으며, 이를 바탕으로 민정수석실이 통화내역을 확인했다고 보도했다.

    앞서 <중앙일보>는 지난 4일자 기사를 통해 "청와대 내부에 집권 4년 차 증후군이 스며들고 있는 데 못마땅해한 이 대통령은 지난 2일 신년연설문 독회에서 참았던 불만을 격정적으로 토로했다"고 보도했다.

    이 대통령의 요지는 "'올해가 쉽지 않다'는 말은 4년째 매년 들어왔다. 일을 열심히 하지 않고 딴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권력 누수(레임덕)'를 말한다. 자꾸 그런 이야기를 하는 사람들은 자기 일에 대한 인식이 부족하거나 사심이 있는 사람들이다. 일하는 사람에겐 권력 누수가 없다"였다.

    이 대통령은 또 일부 참모가 '정치권과의 소통을 강화하겠다'는 표현을 넣자고 한 데 대해서도 "소통 부족이라고들 말하지만 난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왔다. 왜 정치권의 불만을 일방적으로 수용해 참모들이 나를 '소통 안 하는 대통령'으로 만드느냐. 내가 얼마나 많은 사람들을 만났는지 통계를 한번 뽑아봐라"라고 말했다고 중앙일보는 전했다.

    <주간동아>에 따르면, 대통령실 관계자는 '중앙일보' 보도를 접한 이 대통령이 격노한 것과 관련 "신년 특별연설 독회 자리에 누가 들어오고, 어떤 내용이 오갔는지 보도되니 대통령이 황당하지 않았겠나. 많아 봤자 10여명만 아는 사실"이라며 "두 특보에 대한 대통령의 신뢰가 보도되면서, 두 특보를 견제하기 위한 세력이 흘렸다는 추측과 역으로 특보 중 누가 흘렸다는 추측이 난무했다"고 전했다.

    실제 지난 1~2일 청와대에서 이 대통령이 주재한 신년 특별연설 원고독회에는 임태희 실장과 백용호 정책실장, 김두우 기획관리실장, 일부수석 등 핵심참모와 아직 임명장을 받지 않은 이동관, 박형준 특보 등 10여명이 참석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김희정 청와대 대변인은 "1월 9일 대통령실장 주재 회의 중간에 수석들 사이에서 '정확하지 않은 내용이 언론에 나가면 안 된다'는 얘기가 오갔고, 다른 수석도 이에 동의하면서 그런 조사(휴대전화 통화내역 조사)가 있었다"면서 "신년 특별연설 관련 기사뿐 아니라 지난해 연말 장관 성적표 등 몇몇 기사가 문제가 됐고 '우리(수석) 중 누군가가 잘못한(흘린) 거 아니냐'는 문제제기가 있었다. 내부 자정 차원에서 진행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그는 또 "대통령이 보도 내용에 대로하거나 조사를 지시한 것은 아니다"고 해명했다.

    이에 대해 장석명 대통령공직기강비서관은 "현재 조회 중이며, 당시 조회 동의서를 쓴 수석과 비서관이 많아 통화내역을 다 확인하려면 시간이 걸린다"며 "동의서에 각자 조회 동의 기간을 썼기 때문에 이를 바탕으로 조사하고 있다"고 말했다고 <주간동아>는 전했다.

    <주간동아>는 이를 두고 "수석과 비서관들을 대상으로 한 통화내역 일제 조사는 이례적인 일"이라며 "이를 두고 '대통령실 내 파워게임', '언로 단속' 등 다양한 해석이 나오고 있다고 보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