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레라.구제역으로 세차례 걸쳐 4천200여마리 도살
  • "아이고! 어떻게 이런 일이.."

    충북 충주시 신니면 신청리 정철근(56.충주시 양돈협회장)씨는 12일 오전 이웃집 한우가 구제역 양성판정을 받자 말을 잃고 깊은 시름에 잠겼다.

    정씨의 축사가 해당 농가 반경 500m 내에 있어 자식처럼 키우던 돼지 700여마리를 도살처분해야 하기 때문이다.

    2005년 6월 돼지 콜레라로 1천500여마리를 도살처분하고, 작년 4월에는 인근 용원리에서 구제역이 발생해 돼지 2천여마리를, 이날 또다시 자식처럼 키워온 700여마리를 땅에 묻어야 하는 현실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난감한 표정이 역력했다.

    그는 도살처분에 앞서 "보상은 둘째 치고 애지중지 키운 것들을 묻어야 하는 심정이 너무 막막하다. 할 말이 없다"며 비통해했다.

    "작년 4월 2천여마리를 땅과 가슴에 묻고 10월에 700마리를 다시 들여와 잘 키워 왔는데 또다시 도살처분을 해야 한다니, 남에게 딱히 죄지은 것도 없는데.."라며 안타까움을 토로했다.

    또 "어제 옆집에서 방역당국에 구제역 의심 신고를 해 저녁에 직원 7~8명을 불러 소주를 마시며 혹시나 결과가 안 좋게 나오더라도 신속하게 처리(도살처분)하자고 다독거렸다"면서 "아쉽고 가슴 아파도 충주시 전체 축산 농가를 위해 이 같은 결정을 내렸다"고 소개했다.

    방역당국에 대한 쓴소리와 당부도 잊지 않았다.

    정씨는 "2005년 돼지 콜레라가, 작년에 구제역이 발생했을 때도 방역당국이 차량에만 신경을 쓸 뿐 사료 자체에 문제가 있는지는 신경 쓰지 않고 있다"면서 "사료법 개정과 보완책 마련이 급선무"라고 주문했다.

    그는 "양돈 농가는 자신들의 가축을 지키려고 철저히 방역을 하는 상황에서 방역당국은 구제역 확산 책임을 농가로 떠넘기지 말고 좀 더 세밀한 방역체계 구축에도 신경 써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세 번의 도살처분으로 빚은 쌓여 가고, 몸과 마음은 지칠 대로 지쳐 축산업을 계속해야 할지 정말 고민"이라며 "끝이 보이지 않는 상황이 답답하기만 하다"며 한숨을 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