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구제역이 확산되면서 외부인과의 접촉이 차단된 시골농가가 쓸쓸한 연말연시를 보내고 있다.ⓒ자료사진
    ▲ 구제역이 확산되면서 외부인과의 접촉이 차단된 시골농가가 쓸쓸한 연말연시를 보내고 있다.ⓒ자료사진

    경상북도 안동이 고향인 박현수(31·회사원)씨는 신정 연휴에 계획했던 친가 방문을 어쩔 수 없이 취소했다. 기차표까지 미리 다 예약했지만, 구제역이 확산되는 바람에 외부인 방문이 힘들다는 소식을 접했기 때문이다.

    바쁜 직장 생활에 지난 추석에도 고향집을 찾지 못했던 박씨는 “오랜만에 부모님도 뵙고 친구들도 만나 즐거운 새해 아침을 보내려 했지만, 구제역 때문에 그렇지 못하게 됐다”며 “늘 고향에서 갖는 연초 모임은 무기한 연기됐고 부모님과도 전화로만 안부를 주고 받아야했다”고 아쉬워했다.

    직접적인 방역 활동이 한창인 시골 농가는 더 적막하다. 하루 몇차례 다니지도 않는 마을버스까지 출입이 차단·통제됐고 주민들은 집밖으로 나오는 것조차 조심스럽다.

    농민들도 될 수 있으면 외출을 삼간 채 구제역 바이러스가 유입되지 않도록 방역에만 집중하고 있다.

    안성에서 한우 300두를 사육하는 이모(53)씨는 "외지에 사는 딸에게 올해는 찾지 말라고 당부했다"며 "보고 싶지만 어쩌겠느냐"고 한숨을 쉬었다.

    이씨는 "나뿐 아니라 다른 주민들도 사정은 다 마찬가지"라며 "외부와 왕래 없이 쓸쓸한 연말연시를 보내고 있다"고 말했다.

    한우 200~300두를 키우는 축산농민 박모(61)씨 역시 "구제역이 발생한 이후 외부와의 접촉이 거의 없다"면서 "우리도 오랜만에 자식들 보고 즐겁게 새해를 보내고 싶지만 그보단 방역이 우선 아니겠느냐"고 안타까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