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르투갈, 내년 상반기 구제금융 받을 가능성
  • 우리 경제가 내년도 직면할 가장 큰 불안 요인으로 꼽히는 유럽 재정위기의 앞날을 두고 다양한 전망이 나오고 있다.

    국제금융센터는 21일 `2011년 유럽 재정위기 진행 시나리오별 분석' 보고서에서 유럽 재정위기의 전개양상을 `최선'부터 `최악'까지 4가지 시나리오로 나눠 전망했다.

    현 상태를 유지하는 `A시나리오'부터 포르투갈이 구제금융을 받는 `B시나리오', 인접국 스페인으로 위기가 옮겨지는 `C시나리오', 그리고 프랑스.이탈리아.벨기에.독일 등 중심국으로 번지는 `D시나리오'까지다.

    국제금융센터는 이 가운데 포르투갈이 구제금융을 받는 B시나리오는 현실로 나타날 공산이 크다고 관측했다.

    포르투갈은 내년 4월과 6월 각각 40억∼50억유로에 달하는 장기채의 만기가 돌아오는 것을 비롯해 1∼3월 중 매월 30억∼40억유로 안팎의 단기채를 갚아야 하는 등 상반기에만 200억유로에 가까운 대규모 채권 상환이 예정돼 있다는 이유에서다.

    국제금융센터 김위대 연구원은 "우리나라는 B시나리오까지는 큰 영향을 받지 않겠지만 C시나리오마저 가능성이 커지면 2008년 리먼 브러더스 파산 당시와 마찬가지로 신흥시장국에 대한 위험회피 심리가 퍼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한국은행도 이와 비슷한 견해를 갖고 있다. 한은은 B시나리오의 가능성이 크고, 상황에 따라서는 C시나리오도 가능하다고 관측했다.

    한은 해외조사실 박진호 차장은 "포르투갈은 경제의 성장 잠재력이 낮은데다 정부의 재정 건전화 정책에 시장이 신뢰를 보이지 않고 있다"며 "대다수 전문가가 결국 구제금융을 받을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박 차장은 "포르투갈이 구제금융을 받으면 또 다른 취약국인 스페인으로 유동성 위기가 전염될 가능성이 있다"며 "현재 유럽연합(EU)이 조성한 재원으로는 스페인을 구제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보다 근본적으로 유로존 체제(16개국이 유로화를 단일 화폐로 사용하는 체제)가 바뀔 수밖에 없다는 시각도 있다. 유로화를 유지하되 각국이 자국 화폐를 다시 발행하는 중층적 형태가 유력하다는 것이다.

    LG경제연구원 유승경 연구위원은 "유럽 재정위기는 단일통화 체제를 성급하게 설계한데 원인이 있기 때문에 결국 국내용으로 자국 통화를 부활하고 대외 결제와 외환보유액 등으로 유로화를 사용하는 체제가 될 것"이라며 "통화 체제가 이렇게 재편되는 과정에서 유럽 경제의 장기 침체는 불가피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