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U 등 이슬람 근본주의 테러단체, 동아시아서도 활동 중G20 의장국 '매력적인 거점'...영어 내세우면 침투도 쉬워
  • 지난 2일 오전 8시 경(현지 시간) 예멘 남부의 샤브와 주 외곽 25km 지점 사막에 있는 석유탐사 4광구의 송유관이 폭발했다. 해당 송유관은 한국석유공사가 2007년 7월부터 예멘 국영석유공사와 공동 운영하는 것으로 일 1만 배럴의 원유가 생산되는 유전과 연결돼 있다.

    3일 오전 송유관 폭발 소식이 알려지자 국내에서는 G20 정상회의를 앞둔 시점에서 한국을 대상으로 한 테러인지, 지역 부족 중 불만세력의 소행인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외교통상부 측은 ‘테러라고 할 만한 구체적인 증거는 아직 없다’며 신중한 반응을 보였다.

    반면 CNN, AFP 등 주요 외신들은 이번 사건을 예맨 검찰이 최근 비행기 소포테러를 시도한 것으로 알 올라키를 지목한 지 수 시간 내에 일어난 점에 주목, AQAP(알 카에다 아라비아반도 지부)의 소행으로 추정하고 있다.

    실제 이 같은 외신들의 추정을 뒷받침하는 증거도 나타나고 있다. 예멘 당국은 폭발 장소에서 시한장치들을 발견했으며, 시한장치가 달린 폭탄을 송유관 아래에 설치하는 건 전형적인 알 카에다의 수법이라고 밝혔다. 또한 지역 주민들이 폭발 이후 여러 명의 무장괴한들이 두 대의 차량에 나눠 타고 황급히 현장을 빠져나갔다는 진술도 확보했다고 전했다.

    와하이시, 알 올라키 그리고 AQAP

    이번에 폭발 사고가 일어난 샤브와(Shabwa) 지역은 알 카에다 아라비아 지부의 근거지로 추정되는 곳이다. 알카에다 아라비아 반도 지부(Al-Qaeda in the Arabian Peninsula,  القاعدة في جزيرة العرب, 이하 AQAP‎)는 2009년 1월 사우디아라비아와 예멘 지부를 통합해 만들어진 조직이다. 사우디 아라비아의 알 샤우드 왕정에 반대하며 무장활동을 벌인다.

  • ▲ 위성방송 '알 아라비야'가 보도한 영국 내 알카에다의 성전 호소장면. 서방 정보기관들은 알 카에다 연계조직이 전세계 70개 국에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자료화면: 알 아라비야 영상캡쳐]
    ▲ 위성방송 '알 아라비야'가 보도한 영국 내 알카에다의 성전 호소장면. 서방 정보기관들은 알 카에다 연계조직이 전세계 70개 국에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자료화면: 알 아라비야 영상캡쳐]

    이 AQAP는 알 카에다와 연관된 다른 테러 조직들처럼 빈 라덴 등 알 카에다 지도자들의 메시지를 전달받은 뒤 스스로 테러계획을 수립하고 실행한다. 자금이 필요할 경우에는 알 카에다에 지원을 요청, ‘하왈라’와 같은 환치기 조직 등을 통해 받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AQAP가 예멘 지역에서 세력을 키우게 된 건 2006년 예멘의 수도 사나의 한 감옥에 갇혀 있던 알 카에다 조직원 26명이 탈옥하면서부터다. 이때부터 이슬람 근본주의자들이 알 카에다 조직원들과 뭉치기 시작했고, 2009년 초 빈 라덴의 부하였던 나세르 압둘 카심 알 우하쉬가 합류하면서 조직도 급팽창했다. 현재는 조직원이 300여 명 가량인 것으로 추정된다. 독일인, 영국인도 이에 포함돼 있다고 한다. AQAP는 웹진을 통해 이슬람 근본주의자와 10대들에게 폭탄제조법, 테러 연습 등을 교육하고 있기도 하다.

  • ▲ AQAP의 리더로 알려진 나세르 알 하와이시. [자료출처: 예멘 트리뷴]
    ▲ AQAP의 리더로 알려진 나세르 알 하와이시. [자료출처: 예멘 트리뷴]

    현재 AQAP의 지도자는 나세르 알 와하이시로 알려져 있다. 빈 라덴의 비서 출신인 그는 ‘예멘 정부는 서방의 비위나 맞추며 무슬림들이 착취당하는 것을 방조하고 있다’며 테러를 독려하고 있다. 지난 2009년 3월 한국인 관광객 4명이 숨진 예멘 세이윤 지역의 자살폭탄테러 또한 알 와하이시가 이끄는 AQAP의 첫 번째 테러라고 한다.

    또 다른 AQAP의 지도자로 알려진 안와르 알 올라키(이하 알 올라키)는 9.11 테러 이후 굵직한 테러가 있을 때마다 그 배후로 지목된 이슬람 성직자(이맘)로 미국 시민권자다.

    알 올라키는 1971년 美뉴멕시코州에서 태어났다. 7살 때 예멘으로 가 이슬람 교육을 받고 자랐다. 10대 후반 다시 미국에 온 그는 대학 졸업 후 이슬람 성직자(이맘)가 됐다. 2001년에는 버지니아의 한 이슬람 사원에서 활동하면서는 ‘온건 이슬람 지도자’로 지목되어 美국방성에 초청받기도 했다.
     
    알 올라키가 본격적으로 과격 이슬람 주의자들의 지도자로 떠오르게 된 건 9.11테러 이후.  2002년 영국으로 건너가 젊은 이슬람 교도들에게 강의를 시작했고 2004년에는 예멘으로 가 수니파 학교인 알-이만 대학에서 강의했다. 2006년 8월 예멘에서 미군 무관을 납치하려 한 범죄에 연루돼 징역 18개월 형을 선고받았다.

    석방 후 올라키는 자신의 페이스북(Facebook)과 소책자, CD 등을 통해 공개적으로 반미 성전(지하드)을 선동했다. 2009년 11월 5일 美포트 후드에서 무차별 총기난사로 13명을 살해한 니달 하산 소령도 그로부터 여러 차례 종교적 조언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2009년 12월 25일 美디트로이트행 여객기를 폭파하려 했던 나이지리아 출신 우마르 파루크 압둘 무탈라브도 올라키를 만났고, 2010년 5월 뉴욕 타임 스퀘어 폭탄테러를 기도한 파이잘 샤자드는 그의 설교에 영향을 받았다고 진술했다.

    예멘 테러의 목표는 한국? 아시아 지역도 위험하다

    이 같은 AQAP의 테러에서 주의 깊게 봐야할 점이 있다. 바로 한국인을 대상으로 테러를 저지르고 있다는 것으로, 이는 한국인도 서양인과 같이 테러 목표가 되었다는 것이다. 그럴 경우 중동은 물론 아시아 지역도 한국인들에게는 더 이상 안전한 곳이 아니다.

  • ▲ AQAP의 정신적 지주로 불리는 안와르 알 올라키. 이슬람 성직자(이맘)인 그는 공개적으로 '성전(Jihad)'를 독려하고 있다.ⓒ
    ▲ AQAP의 정신적 지주로 불리는 안와르 알 올라키. 이슬람 성직자(이맘)인 그는 공개적으로 '성전(Jihad)'를 독려하고 있다.ⓒ

    현재 동남아시아 지역에서 활동하는 대표적인 테러 단체들은 필리핀 남부 민다나오 섬을 근거지로 하는 ‘아부 샤아프’와 인도네시아를 중심으로 활동하는 ‘제마 이슬라미야’가 있다. 이들이 활동하는 지역은 한국 관광객이 수시로 드나드는 곳이다. 게다가 알 카에다 테러 네트워크의 지도를 받는 이들은 ‘영어 하는 외국인’이라면 ‘정신을 못 차리는’ 우리나라에 쉽게 침투할 수 있다.

    또한 예멘과 함께 알 카에다와 탈레반, ‘우즈베키스탄 이슬람 운동(IMU)’의 주요 근거지로 꼽히는 파키스탄, 방글라데시, 중앙아시아 사람들도 한국을 제 집 드나들 듯 하고 있으나 이들에 대한 감시나 조사는 인력, 예산 부족 등으로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게 현실이다. 정부가 해외여행을 하는 이들에게 테러 위험에 대해 알리는 것 또한 일부 언론의 여행정보 코너나 영사콜센터 홈페이지, 공항에서 배포하는 책자 정도가 전부다.

    현재 정부는 일주일 뒤에 치를 G20 정상회의 성공에 전력을 다하고 있다. G20 정상회의가 끝나면 정부 관계자들은 한 숨 돌릴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정작 더 중요한 건 회의를 치른 뒤부터다. 한국이 G20 의장국이 된데다 여기에 참여하는 서방 진영의 아젠다를 앞서 실행하려는 것이 ‘서방문명 멸망’을 궁극적인 목표로 삼는 이슬람 근본주의 테러 조직들에게는 ‘매력적인 목표’로 비칠 수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