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장 끝없는 도전 (25)

     태산은 구석에 우두커니 서 있었는데 호기심에 찬 표정이었다. 아이들이 뛰노는 것을 열심히 구경하고 있는 것이다.

    「아직 말이 잘 통하지 않아서 그럽니다.」
    내 옆에 선 머피 원장이 부드럽게 말했다. 육중한 체격의 머피 원장은 온화한 인상의 50대 부인이다.

    「그래서 특별히 영어를 가르치고 있지요.」
    「고맙습니다. 원장님.」
    나와 머피 원장은 복도에서 놀이방 안을 들여다보고 있는 중이다.
    그때 머피가 나에게로 머리를 돌렸다.
    「사나의 어머니는 언제 옵니까?」

    나는 머피의 두 눈을 보았다. 사나는 태산의 이름이다. 내가 「태산아」「태산아」하고 불렀더니 뒤쪽 「산아」만 빼내 「사나」라고 부른다.

    내가 눈만 껌벅였더니 머피는 말을 잇는다.
    「사나는 엄마가 곧 오신다는 겁니다. 그런데 그것이 언제인지는 모르는 것 같군요.」
    「사나의 어머니는 미국에 못 옵니다.」

    내가 외면한 채 말했더니 머피는 가늘게 숨을 뱉는다.
    「사나가 아버지를 찾지 않고 멀리 있는 어머니를 기다리는 것 같군요. 기다림이란 것이,」
    힐끗 나에게 시선을 주었던 머피가 말을 이었다.
    「때로는 희망과 의욕을 주지만 지치면 좌절하고 낙망합니다. 특히 어린애들한테는 영향이 크지요.」
    「모두 내 잘못입니다.」
    마침내 내가 갈라진 목소리로 말했다.

    「저 애가 태어난 후에 나는 민중의 계몽운동을 한답시고 열흘에 한번쯤이나 얼굴을 보았고 곧 감옥서에 잡혀가 5년 7개월이나 갇혀있었지요.」
    내 목소리에 열기가 띄워졌다. 자책감 때문일 것이다.
    「그러다가 감옥서에서 나온 지 석달만에 이곳 미국 땅에 온 것입니다. 저놈이 여덟살이 되었지만 지금까지 나하고 함께 지낸 날은 아마 두어달도 안될 것 같습니다.」
    「만나보시지요.」

    말문이 막혔는지 머피가 한걸음 물러서며 눈으로 놀이방을 가리켰다. 이를 악 문 나는 방문을 열고 들어섰다. 그러자 구석에 서있던 태산이 나를 보았다.
    「아버지!」

    태산과 10미터쯤 떨어져 있었는데다 방 안은 20여명의 아이들이 떠드는 소리로 소란했다. 그러나 나는 태산의 벙긋거리는 움직임을 보고 소리를 읽었다.

    「태산아!」
    나는 힘껏 목소리를 높였으므로 아이들이 잠깐 조용해졌다. 내가 들고 온 마차 장난감을 마루 바닥에 내려놓고는 두 팔을 벌렸다. 그리고 소리쳤다.
    「태산아! 이리 오너라!」

    태산이 달려왔다. 허청거리면서 뛴다. 두 눈을 치켜뜨고 이를 악물었다. 달려온 태산이 내 팔 안으로 뛰어 들었다.
    「아버지!」
    나는 그때서야 태산이 부르는 소리를 듣는다.

    이 얼마나 뜨겁고 달고 그리운 소리인가? 나는 이 외침 소리를 지금도 잊지 못한다. 여리고 맑은 이 소리. 내 아들이 힘껏 부르는 이 소리만큼 감동적인 외침은 없었다.

    나는 태산을 힘껏 껴안았다. 가는 몸뚱이가 내 팔 안에 안겨 버둥거렸다. 태산도 내 목을 두 팔로 감싸 안고 있다.
    「태산아, 내 아들.」
    「아버지.」

    이것이 무슨 꼴인가? 단 하나밖에 없는 자식. 그것도 8살짜리 어린 아들을 만리타국의 보육원에 맡겨놓고서 청원서나 써 들고 다니다니. 내 눈에서 또 눈물이 흘러내렸다. 그 순간에는 다 소용없는 일이었다. 내 자식하고만 둘이 있고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