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말 그대로 편지일 뿐…논란 확산 원치 않아"

    DJ DOC의 이하늘이 7집 앨범 '풍류'에 실린 자신의 자작곡, '부치지 못한 편지' 가 선배가수 강원래를 겨냥한 곡이라는 의혹에 대해 "전혀 사실이 아니"라고 해명했다.

    이하늘은 29일 오후 DJ DOC 7집 음반 발매와 관련해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부치지 못한 편지'는 말 그대로 편지일 뿐이며 그 분(강원래)에 대한 이야기는 더더욱 아니"라고 밝혔다.

    이어 "정작 노래를 들려주고 싶었던 사람은 그가 아닌 한때 사랑했었던 그녀"라면서 "녹음 당시 논란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은 했지만 이 정도 일 줄은 몰랐고 더 이상 이같은 논란이 확대·재생산되지 않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이하늘은 고의적으로 이슈화 시키고자 이같은 가사를 쓴 게 아니라고 해명했지만 7집 앨범 '풍류' 발매 직후 해당 곡을 둘러싼 논란은 가요계에 커다란 파장을 불러 일으키며 때아닌 진실공방으로 번지는 분위기다.

    ◆가사 속 '친한 형', 강원래 맞나? = 이하늘은 29일 "'부치지 못한 편지'는 그 분이 아닌 예전 여자친구에게 하고 싶었던 얘기"라고 밝혔다. 그러나 "개장수, 네가 다시 던졌으니 받아줄게", "넌 흔히 말해서 네가 좀 잘나갈 때 마치 놀이동산에 놀러온 정신 못 차리는 꼬마처럼 이 여자 저 여자를 놀이기구처럼 갈아 타 댔어. 그랬던 네가 방송에 나와 그녀가 양다리였다라고 다시 상처를 주네", "너는 입이 가벼워 좀 많이. 지금 넌 나보다 더 무거워 많이. 넌 너를 위해 열지 말았어야 했어. 네가 연건 판도라의 상자였어"라는 가사들을 살펴보면 '화자'는 일관되게 '너'라는 사람에게 이야기를 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게다가 문맥상 '너'는 자신의 옛 여자친구가 아닌, 그날 밤 여자친구와 한 방에 있었던 '친한 형'을 가리키고 있다.

    따라서 "여자친구에게 들려주고 픈 노래였다"는 이하늘의 설명은 쉽사리 납득이 가질 않는다. 오히려 자신의 여자친구를 빼앗아간 '너'에게 거침없는 분노와 울분을 표현한 노래라는 설명이 더욱 와닿는다.

  • ▲ ⓒ 뉴데일리
    ▲ ⓒ 뉴데일리

    그렇다면 '화자'인 이하늘에게 통한의 아픔을 안겨준 '친한 형'은 대체 누구일까? 일부 네티즌들은 지난 3월 방송된 MBC 예능프로그램 <'황금어장-라디오스타' 가수 강원래 편>을 거론, "강원래가 바로 '부치치 못한 편지'에 등장하는 이하늘의 '친한 형'"이라는 주장을 펴고 있다.

    당시 방송에서 강원래는 "과거 이하늘의 여자친구와 삼각관계였다"는 사실을 밝힌 뒤 "그때는 자신이 만난 여자가 이하늘의 여자친구라는 것을 전혀 몰랐었다"면서 "그 여자분이 나한테 강하게 대시를 해 집에 가서 술이나 한잔 더 하려고 갔을 뿐"이라고 해명했다.

    그런데 "막상 집에 가 보니 TV 위에 이하늘과 함께 찍은 사진이 있어 '이하늘을 아냐'고 물었는데 '압구정 옷가게에서 만나 팬으로서 사진을 찍은 적이 있다'고 말했었다"고 강원래는 밝혔다.

    이후 "방에서 데이트를 즐기고 있는데 갑자기 이하늘과 김창렬이 문을 박차고 들어왔었다"고 말한 강원래는 "이때문인지 이하늘이 DJ DOC 4집 앨범 수록곡 '모르겠어'를 통해 클론을 '개장수'라고 표현했었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부치치 못한 편지'의 가사 속에는 여자 친구의 집으로 쳐들어간(?) 화자가 '친한 형'과 여자 친구가 한 방에 있는 장면을 목격하는 대목이 나오고 "YO! 개장수, 네가 다시 던졌으니 받아줄께"라며 '친한 형'이 방송 중 "(자신의)여자 친구가 양다리였다"라고 말해 다시금 상처를 줬다는 내용이 등장한다.

    가사 중 "몇 년이 지나 약해진 네 모습에 괜히 마음 약해져 어쩔수 없는 용서를 한 것"이라는 대목도 몇 년 전 교통사고를 당해 하반신이 마비된 강원래를 연상케 하는 부분이다.

    ◆그날 새벽 2시, 대체 무슨 일이… = 노랫 속 '화자'는 문제의 그날을 이렇게 표현하고 있다. "이건 논픽션 리얼 스토리 썸데이. 그날은 달이 참 밝은 날이었던 걸로 기억해. 새벽 2시쯤 됐을거야 그치? DOC 일을 마치고 집으로 와 씻고 잠들기 전에, 그녀와 통화를 위해 전화를 걸었어. 근데 그녀가 다른 때 와는 조금 많이 달랐어. 에이 아닐꺼야 아니야 아닐꺼라 그렇게 믿었지만, 이 불확실한 느낌은 말야 나도 모르게 나를 그녀의 집으로 향하게 했어."

    평소처럼 잠들기 전 여자친구에게 전화를 걸던 '화자'는 이상한 낌새를 눈치챈다. 불길한 예감에 여자친구의 집을 방문한 '화자'는 놀랍게도 자신의 '친한 형'과 함께 있는 그녀의 모습을 발견하고 충격 속에 빠지게 된다.

    "폭풍전야처럼 고요한 침묵만이. 다시 문을 두드렸지 그때 안에서 조그맣게 들려오는 남자소리. 나는 화가나 쓰나미처럼 참고 있던 모든 게 터져버렸어. 창문을 깼어 들어갔어. 순간 쫄아있는 네 얼굴을 봤어 깼어. 순간 난 돌았고 넌 튀었어. 그때 넌 정말 칼 루이스 보다 더 빨랐어 U know. 내가 형이라 부르던 사람. 그 사람과 이세상 하나뿐인 내 사랑이. 한방에서 뒤엉켜 있는 그 모습을. 그 더러운 순간을 아직도 잊지 못해."

    '친한 형'과 자신의 여자친구가 함께 있는 장면을 목격한 '화자'는 분노에 휩싸이며 울분을 토해낸다. 몇 년 후 문제의 '친한 형'이 방송 중 "(자신의)여자 친구가 양다리였다"라고 말한 사실을 알게 된 '화자'는 "네가 연건 그건 판도라의 상자였어. 넌 가져 가야 했어 끝까지. 이 더럽고 아픈 애기를 꺼내지 말았어야 했어 그냥 무덤까지 갖고 가지 그랬어"라고 읖조리며 원망 섞인 '부치지 못한 편지'를 쓰게 된다.

    상기한 가사를 살펴보면 강원래의 방송 중 발언과 상당부분 일치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하지만 강원래는 자신이 만난 여성이 이하늘과 연인 사이였음을 전혀 알지 못했다고 말한 바 있다. TV 위에 있었던 이하늘과 함께 찍은 사진에 대해서도 '압구정 옷가게에서 만나 팬으로서 찍은 것'이라는 여성의 말을 믿었다는 것.

    그러나 '화자'인 이하늘은 자신의 옛 여자친구보다 '친한 형'에게 비난의 화살을 돌리고 있다. "'그녀가 양다리였다'고 말해 다시 상처를 주고 있다"며 '친한 형'의 경솔한 발언과 과거의 행위만을 문제 삼고 있는 것. 만일 강원래의 방송 중 해명이 사실이었다면 오히려 이하늘의 '격한 반응'이 경솔했다는 지적을 받을 수도 있다. 남자친구인 이하늘의 존재를 숨긴 '옛 여자친구'가 사고의 원인을 제공한 장본인일 수도 있다는 점에서 일방적으로 강원래의 과거 행동을 비난하는 것 역시 균형 잡힌 시각으로 보긴 힘들다.

    물론 예능프로그램에 나와 과거의 상처를 한낱 우스갯 소리로 치부해 버린 강원래의 발언이 경솔했다는 지적도 맞다. 자신에게는 스쳐지나간 수많은 인연 중 하나일 수 있겠지만 상대방에겐 씻을 수 없는 아픔을 안겨 준 사건이 될 수도 있다는 점에서 다수의 네티즌 역시 이하늘이 작사한 적나라한 가사에 대해 "충분히 이해한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이슈화 시키고자 쓴 게 아니라지만… = 얼마 전 업타운 출신의 힙합가수 스윙스가 작사한 래퍼 '비지니즈'의 신곡, '불편한 진실'이 도마 위에 오른 적이 있다. 가사 중 "불편한 진실? 너흰 환희와 준희. 진실이 없어"란 노랫말이 논란의 불씨를 제공한 것. 고 최진실이 남긴 유가족의 실명이 정규 앨범에 공개됐다는 사실에 많은 네티즌들이 분노를 표시했다. "유족의 아픔을 생각하지 못한 경솔한 행동이었다", "유족의 이름을 앨범 홍보에 이용한 전형적인 노이즈 마케팅"이라는 비난이 일며, 급기야 해당 곡을 작사한 스윙스가 "한 순간의 판단 실수였다. 죄송하다"며 팬들에게 읍소하는 해프닝이 벌어지기도 했다.

    이하늘이 작사한 '부치지 못한 편지'도 같은 연장 선상에서 풀이될 수 있다. 이하늘 역시 "녹음 당시 논란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은 했지만 이 정도 일 줄은 몰랐다"고 밝혀 어느 정도 파장을 예상한 상태에서 작사를 했음을 알 수 있다. 기자회견을 통해 "고의적으로 이슈화 시키고자 이같은 가사를 쓴 게 아니"라고 변명했지만 논란이 될 수도 있는 곡을 앨범에, 그것도 타이틀 곡으로 삽입했다는 점은 다분히 이같은 반응을 의도했다고도 볼 수 있다.

    한 음반 관계자는 "최근 들어 네거티브 혹은 노이즈 마케팅이 대세(?)라고 여겨질 정도로 빈번하게 활용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면서 "아무리 음반 시장이 불황이라고는 하지만 타인의 명예를 훼손할 우려가 있고 사회적인 파장이 예상되는 각종 프로모션을 강행하는 것은 장기적으로 가수나 음반 시장 전체에 마이너스가 될 우려가 있다"며 제작자들의 각성을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