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明暗-안보리 의장성명 

     안보리 의장성명은 미국 중국 러시아 남북한 모두를 배려하기 위해 세심하고 정교한 ‘수사학적 줄다리기’를 했다. 국제정치는 그럴 수밖에 없는 다자간 게임이다. 이 다자간 게임에도 불구하고 안보리 의장성명 7항이 “공격의 원인을 규탄한다”는 조항을 따낸 것은 한국외교의 그나마의 자위 거리였다. 그것밖에 못한 것인가,  그만큼이라도 한 것인가?
     “왜 한반도는 밤낮 강대국 노름에 좌지우지 되어야 하느냐”는 것이 한국 사람들의 오랜 한(恨)이었다. 그러나 그러려면 고구려가 당나라를 이겼어야 했고, 백제가 소정방을 이겼어야 했다. 도저히 이길 수 없다고 보았기에 이성계는 마침내 명나라 한족(漢族) 정권에 두 손 번쩍 들고 납작 엎드렸다. 
     중국은 그 후 “조선은 아국(我國)의 속방(屬邦)” 이라고 선언했다. 이런 한족(漢族) 패권주의는 지금도 김정일에 대해서, 우리에 대해서, 끈질기게 되풀이 되고 있다. “북조선은 내정(內政)에 있어서도 우리와 소통(내통)해야 할 땅". ”남조선은 우리가 사사건건 물 먹여야 할 땅“... 미국도 중국의 이런 공세에 대해 ‘이(齒)에는 이(齒)로’로 대적하지 않고 있다. 그 만큼 중국이 컸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우리와 김정일이 맞부딪혀도 “야, 너희들 너무 싸우지 마라, 그러다가 우리 미국 중국이 손해 보겠다” 하는 게 미국 중국의 양해된 사항이다. 
     국제정치가 그런 것이라면, 뜨듯 미지근하기 짝이 없는 안보리 의장 성명은 그 나마 건져낸 월척(越尺) 아닌 ‘피라미 한 마리’는 되었다? 
     우리는 한반도 안에서 우리가 제일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미국, 중국, 일본이 보기엔 우리는 너무 너무 작다. 현대사에서 우리의 이런 ‘너무 작음’을 투철하게 파악하고 그 인식 위에서 그것을 최대한 뛰어 넘으려 한 모험가(adventurer)가 이승만 박정희였다. 이승만 박정희 같았으면 ‘천안함’을 이렇게 다루지만은 않았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