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네 번째 Lucy 이야기 ④

     「대한민국을 어떻게 생각하세요?」
    자리로 돌아와 앉은 내가 불쑥 물었더니 고지훈이 잠깐동안 시선을 주었다.

    미국 시민권자인 나는 내 나라 미합중국에 대한 자부심이 강하다.
    그것은 어렸을 때부터 학교에서 그렇게 되도록 교육을 받았기 때문이다.
    또한 주변의 모두로부터도 영향을 받는다.

    국가의 정책이나 지도자에 대해서 비판이나 거부감을 나타내는 사람은 있어도 국가 자체를 부정하는 인간은 없다. 만일 있다면 그자는 스파이거나 반역자, 또는 정신병자일 것이었다.

    그때 고지훈이 말했다.
    「자랑스럽습니다. 그리고,」

    한 호흡 쉬고 난 고지훈이 말을 이었다.
    「대한민국 국민으로 태어난 것을 영광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고지훈의 표정은 엄숙해져 있었다.
    진심을 당당하게 표현하는 태도다.
    내가 그렇게 물은 것은 이유가 있다.
    내 애인 테드와 생각이 같은가를 알고 싶었기 때문이다.
    테드는 이승만을 폄하했으며 자신의 조국인 대한민국에 대해서도 자랑스럽게 여기지 않았던 것이다.

    내가 다시 물었다.
    「그런데 왜 대한민국을 부정하는 사람들이 많지요?」

    그러자 고지훈의 얼굴에 쓴웃음이 번져졌다.
    「교육을 잘못 받은 것이 가장 큰 이유이고 민주화 과정에서 군사정권으로부터 억압을 당한 것이 반정부 의식을 번성시킨 것 같습니다.」
    나는 소리죽여 숨을 뱉았다.

    코리아는 작은 나라 축에 든다.
    남북한 합쳐 7천만쯤 되나? 단일민족, 한국어란 독특한 언어를 사용하며 독자적으로 발명한 한글이란 문자가 있다. 그런데 그 나라가 두동강이로 쪼개져서 서로 원수가 되어 있다니.
    이제 코리아는 내 조상의 나라이다.

    내 외조모의 할아버지는 의병장 박무익, 이승만의 보호자였으며 외고조부는 이중혁이란 인물이었다.

    「루시양.」
    고지훈이 부르는 소리에 내가 생각에서 깨어났다.

    「이승만 대통령에 대해서 알고 싶으신 것이 있습니까?」
    그 순간 내 얼굴에 웃음이 떠올랐다.

    나는 요즘 이승만의 수기를 읽고 있는 사람인 것이다. 파란만장한 이승만의 소년시절부터 5년 7개월 만에 감옥서에서 석방될 때까지의 사연을 나보다 더 자세히 아는 사람은 드물 것이다.

    그때 내가 고지훈에게 물었다.
    「혹시 이중혁이라고 아세요? 이승만과 관계가 있는 사람인가요?」

    이중혁이 내 외고조부라고 알려줄 필요는 없다.
    그러자 고지훈이 머리를 한쪽으로 기울이더니 곧 가방을 열고 노트를 꺼내 펼쳤다.
    교수답게 자료를 준비해온 것 같다.

    이윽고 머리를 든 고지훈이 나를 보았다.
    「예, 이중혁이라는 사람이 있군요.」

    긴장한 나를 보면서 고지훈이 말을 잇는다.
    「한성감옥서 부서장 이중진(李重鎭)의 동생으로 이승만이 감옥에서 출옥한 후에 같이 미국으로 떠난 사람입니다.」

    나는 심호흡을 했다. 과연 외고조부도 이승만과 인연이 있는 것이다.
    내가 다시 물었다.
    「같이 행동했나요?」
    「아니, 미국에서 헤어졌습니다. 하지만 자세한 이야기는 알 수가 없지요.」

    그렇다. 더 자세한 이야기가 앞으로의 수기에 기록되어 있을 것이다.
    나에게 수기를 보낸 김동기의 조부 김일국의 행적까지.

    오늘 저녁에도 어김없이 수기가 올테니까 확인 해보기로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