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박재현. ⓒ 뉴데일리
    ▲ 박재현. ⓒ 뉴데일리


    6월 2일 전국동시지방선거를 앞두고, 수많은 후보들이 치열한 선거운동에 들어가 있는 상태이다.
    그런데 이상한 것은, 분명 지방자치단체장과 지방의회의원을 뽑는 선거인데, 마치 국회의원 선거를 하는 듯한 느낌이 든다. 각 후보들이 자기 지역의 발전을 위한 정책을 홍보하는 것보다, 같은 정당 후보들끼리 모여서 각 정당의 색깔을 홍보하는 것을 더 많이 보게 된다.
    지방의원을 비례대표로 뽑는 것 또한 국회의원선거 같다는 점을 지울 수 없다. 분명히, 지방자치제도는, 지역 주민/단체가 지역의 일을 스스로 결정함으로써 중앙 정부의 권력을 분산하는 역할을 수행한다고 배웠는데, 요즘 선거를 보면, 중앙 정부의 권력이 지방 곳곳으로 침투하고 있는 느낌이다.

     이번 선거 말고도, 우리가 아무렇지 않게 받아들이고 있는 정치현실이 실은 비상식적인 경우가 많다. 우리는 ‘삼권분립’이란 용어의 의미를 알고 있다. 입법부∙ 행정부∙ 사법부로 국가권력을 3등분하여 각각이 서로 견제를 하면서 정치를 해나가는 것이다. 그러나, 특히 입법부와 행정부 관계에 있어서, 입법부와 행정부가 견제하는 것이 아니라, 대통령을 배출한 여당과, 그렇지 못한 야당이 견제하는 것을 볼 수 있다. 이 싸움이 너무나 오래 지속되어 당연하게 생각했지만, 상식적이지 않은 일임에는 분명하다.

     이렇듯 몇 가지만 생각해봐도, 우리의 정치 현실이 얼마나 후진적인지 알 수 있다.
    우리 나라가 선진국으로 가는 길목에서 발목을 잡혀 있는 가장 큰 이유를, 이런 정치 및 공공 부문의 후진성이라고 해석할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한국선진화포럼 제45차 월례토론회에서는, 정치 및 공공 부문의 선진화를 주제로 전문가들의 성토가 이어졌다. 정치판에서의 비상식적인 행태들과, 점점 심각해지는 부정부패 문제, 국민의 세금이 제대로 된 곳에 사용되고 있지 않은 문제, 이런 것들은 단순히 정치인들과 공무원들의 인격을 탓할 수 없고, 근본적인 시스템 자체가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었다.

     앞에서 예로 든 두 가지 문제도 결국 시스템의 문제이다. 정당에서 공천을 통해 후보를 선출하는 것은 2005년 국회가 공직선거법 47조를 개정하면서, 이런 식의 중앙 정당 중심의 지방선거가 이루어지게 되었다. 이로 인해 지방자치제도 자체가 왜곡되었음은 물론, 공천을 받기 위한 비리가 늘어나고 당선된 뒤에 그 지위를 이용한 비리가 또한 함께 늘어났다.
    또한 정부, 여당 대 야당의 구도로 정치가 행해지는 것은, 우리의 권력 구조가 대통령제와 내각제가 혼합되어 있는 구도를 갖추고 있으며, 특히 원외 중심 정당 체제를 갖추고 있어서, 단순히 정치적 뜻을 함께하는 원외정당이 국회를 통제하고 있는 기형적인 정치 환경을 갖고 있어 이와 같은 정치 행태가 발생했다는 것이다.

     우리가 선진국으로 가기 위해서는, 이런 정치 시스템이 개선되어야 한다. 이는 단순히 한 두 개의 법 개정으로 해결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정당 시스템을 원내 정당 중심으로 바꾸고, 정당 공천 자체를 폐지하는 등의 보다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하다.
    그리고 그런 근본적인 변화를 이끌어내는 원동력은 바로 국민들이 되어야 한다. 계속 감시하고 지켜보면서, 부패를 막고, 선진적인 정치문화를 형성하는 버팀목이 되어야 한다. 많이 지쳐있고, 이미 염증이 났을지라도, 좀 더 관심을 갖고, 근본적인 개혁을 끊임없이 주문해야 한다.
    이번 6˙2 지방선거에서부터 그런 국민들의 요구가 반영이 많이 되어서, 상식적인 정치가 이루어지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