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김혜린. ⓒ 뉴데일리
    ▲ 김혜린. ⓒ 뉴데일리

    일본의 무사시노시(市)는 현대 지방자치제도의 이상적인 상으로 꼽힌다.
    무사시노시의 쓰치야 시장은 초선신임시장으로서 공무원노조라는 거대집단과 당당히 싸우는 용기, 자신의 초라한 아파트에 대해 '샐러리맨이 살 수 있는 집은 이 정도이다'라고 말하는 청렴함, 시민의견을 최대한 시정에 반영하면서도 님비나 핌피는 단호히 배격하는 균형감각을 보여주었다. 또한 그는 인구 15만에 불과한 무사시노에 이상할 정도로 거대하게 건립된 시민 체육관에 대해 시민의 건강이 향상되면 병원이나 보건소에 쓰일 비용을 많이 줄일 수 있다며 '비용을 소극적이 아닌 적극적으로 사용한다'라고 말할 수 있는 적극적이고 발전적인 복지관을 가지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의 지방자치는 어떠한가?
    중앙정부의 일부 권한을 지방정부에 이양해 지방의 특색에 맞는 효율정인 정치를 도모하자는 도입 취지는 좋았다. 그러나 현재 우리나라의 지방자치는 그 명칭이 무색하게 정부 의존적인 모습을 보인다. 국가가 지방에 우선한다는 오랜 권위주의가 뿌리 박혀 있고 지방 정부는 중앙 정부의 지시에 길들여져 스스로 사고하는 능력을 잃은 지 오래다. 부패로 얼룩진 모습 역시 지방자치에 대한 국민의 불신을 증폭시키고 있다. 이에 본 칼럼에서는 지방자치의 문제점과 해결방안에 대해 논의해 보고자 한다.

    첫 번째 문제는 지자체 공무원들의 부패이다.
    행정에 임하는 데 있어 누구보다 중립적인 자세를 지켜야 할 공무원이 자신의 직위를 이용해 이익을 챙기는 데만 급급해 있다. 지자체 공무원의 부패와 비리는 공천과정부터 시작된다. 선거 출마를 위해 정당 공천을 받으려면 공천 헌금을 지불해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금품이나 향응 제공이 이루어지며 이러한 과다지출이 당선 이후 선거비용을 회수하고자 하는 심리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결국 공무원이 회수하는 선거비용은 주민들의 혈세로 충당된다. 국민의 심부름꾼이 되어야 할 공무원이 알게 모르게 세금을 빼돌리며 주민 위에 군림하는 모순을 자아내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현재의 지방자치는 더 이상 풀뿌리 민주주의라 불릴 수 없는 실정이다.

    두 번째 문제는 지자체의 독립성 약화이다.
    지자체에 중앙정부가 가진 권한을 위임하고 자율권을 부여하려면 지자체에 대한 중앙정부의 간섭을 배제하고 이와 함께 지방재정교부금 역시 축소시켜나가야 하는데 현재의 지자체는 중앙정부 밑에서 벗어나 광범위한 권한을 가지려 하면서도 매년 지방재정교부금을 더 타내려 혈안이 되어있는 모순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에 따라 일부에서는 지방자치제도를 폐지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지만, 지방자치가 지역주민의 삶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킬 수 있는 제도적 수단이라는 점에서 폐지라는 극단적인 방법보다는 현행 지방자치제를 긍정적인 방향으로 개선해야 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부패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지자체에 독립된 감사기구를 배치해야 한다.
    현재 중앙정부의 감사기구인 감사원은 행정부에 소속되어 있으며 지방정부의 감사원 역시 지방정부에 소속되어 있다. 현재 시스템에서는 정부가 감사원에 영향력을 행사할 가능성이 존재하기 때문에 제대로 된 감사를 실시할 수가 없다.
    그러므로 감사기구를 정부로부터 독립시킴으로써 감사기구의 중립성을 유지해야 한다. 감사기구의 역할과 더불어 주민의 역할도 중요하다. 지자체 공무원이 아래로부터의 자치를 시행하지 못한다면 주민이 나서야 한다. 주민이 적극적으로 나서서 공무원의 업적을 평가하고 그들의 행적을 감시해야 한다. 풀뿌리 민주주의가 정착되기 위해서는 주민이 누리는 권한도 필요하지만 이와 함께 의무도 수반되어야 한다.

    다음으로 지자체의 책임성 있는 자율권과 독립성이 필요하다.
    자율적인 지방자치가 되는 것은 옳지만 중앙 정부의 권한을 위임하는 과정에서 지자체 내의 부패가 만연해 다시 중앙정부가 지방정부를 감시할 수밖에 없는 딜레마에 직면하게 된다. 이 딜레마에서 벗어나기 위해서 지자체는 스스로 경쟁력을 높일 방안을 강구해야 하고 주민은 권리와 책임이 조화를 이루는 성숙한 시민의 자세를 가지려 노력해야 한다.

    지방재정교부금의 축소도 이루어져야 한다. 이와 동시에 중앙정부에 지급되는 세금의 일부를 지방세로 이양해 철저한 감사 하에 지자체가 독립적으로 관리하도록 함으로써 독립된 국가로서의 성격을 갖추도록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