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김 숙 ⓒ 뉴데일리
    ▲ 김 숙 ⓒ 뉴데일리

    아침에 지하철을 타러 가다가 어느 선거운동을 하고 있는 어떠한 후보의 캐치프레이즈를 보고 깜짝 놀랐다.
    ‘국가 유공자의 아들 기호 X번 000’. 국가 유공자의 아들임이 물론, 자랑스러운 것임엔 의문의 여지가 없다. 그러나, 선거 운동의 캐치프레이즈로 내걸리는 것이, 정책도 아니요, 그렇다고 정당색이 뚜렷하여 그 후보를 뽑았을 때 어떤 정책들이 시행될 것인지 예측할 수 없는 애매모호한 선전 문구를 내세우는 선거운동의 실정이 현 대한민국임을 보고 가슴이 먹먹했다.

    오는 6월 2일 실시되는 전국동시지방선거는 유권자 규모 면에서 또, 선출자들의 규모 면에서 모두 최대다. 광역단체장, 기초단체장, 광역 지역구, 광역 비례대표 의원, 기초 지역구 의원, 기초 비례대표 의원, 교육감, 교육의원 총 8명을 한 사람이 뽑게 되는 1인 8표제가 처음으로 적용되며, 투표권을 가진 19세 이상 유권자는 총 38,861,763명 이중 재외국민과 외국인 유권자 수도 각각 58,181명과 12,899명으로 총 71,080명에 달하는 것으로 외국인 유권자 수만, 지난 4회 지방선거 6,746명 보다 2배 정도 늘어난 수치이기 때문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사람이 많이 모이는 장소라면 어김없이 그 장소 여하를 가리지 않고, 역 주변, 학교, 상가, 심지어, 교회, 절 까지 자극적인 가사의 선거송과 색색의 율동들이 현 대한민국을 들썩거리게 하고 있다.

    그러나, 치열하게 전개되는 선거운동의 양상 속에 우려가 생기는 것은 과연 누구인 줄 알고 뽑을 것인가이다. 헌법에 의하여 각 정당의 득표율과 의석수의 괴리를 최대한 줄이고 1표 가치의 동등성을 전제함에 따라, 정당 득표율 반영에 입각한 비례대표제의 확대와 교육감, 교육의원까지 동시에 치러내는 것은 일면 정확하다. 그러나, 정작 투표를 해야 하는 유권자들의 입장에서는 도대체 누구를 투표해야 할지 참으로 막막하다. 광역단체장, 기초단체장 등의 굵직굵직한 인사들이야, 미디어 매체 등을 통해 대강 그들의 생각이나, 정향 등을 파악하여 선택할 수는 있으나, 기초 비례대표의원, 교육감, 교육위원 등 이름마저 생소한 사람들이 단일 후보도 아니고 기호 8번, 9번까지 등장하는 경쟁 속에서 올바른 선택을 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특히나, 최근 급속도로 늘고 있는 외국인의 유권자 비율과 매년 마다 갱신되는 19세부터 20대 초반의 젊은이들은 선거라는 권리가 있음을 인식하나 누구를 뽑을지, 누구인줄 알고나 뽑는 것인지 망설이게 될 수 밖에 없다.

    OECD가입국이지만 선진국 한국으로 도약하지 못하는 고질적인 발목잡기는 정치문화의 후진성에 기인한 것임을 볼 때, 이런 선거 운동과 구조의 개선을 촉구해야 한다. 대의 민주주의라는 제도하에 국민주권의 꽃으로 수렴하는 것이 바로 선거다. 국민이 직접 국가의 일꾼을 뽑으며 환류의 과정을 거치기 때문이다. 선거를 통해 시비곡직을 가릴 수 있는 문화가 형성되는 것은 그 누구도 침해할 수 없고 버려서도 안 되는 매우 중요한 권리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그러나, 현 선거운동의 양태는 정책을 심사하기는커녕, 인물 중심에 치우칠 수 밖에 없고, 기껏해야 지지정당에 맞추어 유권자의 의견을 행사할 수 밖에 없는 구조다. 이런 구조에서는 누가 더 열심히 춤을 추며 인사를 잘하는지, 그나마 선거 운동철에 얼굴을 더 많이 본 후보에게 투표를 한다거나, 부모님이 지지하는 정당을 당연히 선호한다거나, 1번이 좋은 것이지 하며 줄줄이 투표를 양산하는 것은 당연한 귀결이다. 따라서 선거운동 자체도 정책 측면의 어필보다, 할 수 있는 한 최대한 자극적이게 극단적으로 치닫는 경우도 비일비재 하다.

    이러한 선거 운동의 후진성을 두고, 제안을 하나 하려 한다. 누구를 알고 어떻게 뽑아야 할지 고민하는 유권자를 대상으로 하는 정부중심의 인재 데이터 베이스 시스템을 구축을 제안한다. 마치 인력 채용정보와 비슷하게 유권자가 속해 있는 지역구를 범주화하여 각 후보들의 인생 필모그래피 등을 수록하여, 자유롭게 접근 가능성 높은 인재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는 일이다.

    6.2선거를 앞두고 불고 있는 트위터를 이용한 정치인들의 선거 운동 형태는 자연스럽게 유권자들과 공감대를 형성한다는 점에서 이와 비슷한 방향성을 갖는다고 할 수 있다. 현재 홍보하고 있는 인터넷 배너상의 광고 등 보다, 이러한 인력 DB 시스템은 정책 중심의 평가가 보다 더 용이할 수 있는 대안이 될 것이며, 효과적임이 입증된다면, 전방위적인 선거송, 율동 등의 선거운동 보다 훨씬 더 효율적이고 전략적인 선거운동 대안이 되지 않을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