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이 두려워하는 경쟁 상대는 통일한국”
    프랑스의 세계적 석학 기 소르망 파리정치대학 교수는 3일 천안함 사건 이후 한국을 비롯한 동북아시아 정세는 중국에 달렸다고 평가했다.

    최근 국내에 번역 출간된 저서 ’원더풀 월드’ 홍보를 위해 방한한 그는 이날 프랑스문화원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문제의 열쇠는 중국이 쥐고 있다”며 천안함 사건에 대한 중국의 입장이 발표되기 전에는 이번 사건이 한국 경제 등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예견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다.

    소르망 교수는 “북한은 중국에 경제적으로 종속돼 있어 이미 중국의 도구로 이용되고 있다”면서 중국이 북한을 어떤 방향으로 이용할 것인지에 따라 극동아시아의 정세가 결정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북한의 체제는 중국의 영향을 받는 군사적 계급사회이기 때문에 체제를 이해하기가 쉽다”면서 “중국이 어느 정도까지 북한의 결정에 개입할지가 오히려 미스터리”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결국은 북한 주민들이 희생자가 될 것”이라면서 “북한 주민들은 인질로 잡혀 있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주장했다.

    소르망 교수는 또 아시아에서 중국이 가장 두려워하는 잠재적 경쟁상대는 ’통일 한국’이라고 말했다.

    그는 “중국은 앞으로 30년, 50년 뒤에 미국과 함께 세계의 두 축이 되려 하고 있으며 이를 위해 아시아의 경쟁국들을 하나씩 제거하는 것이 중국의 목적”이라고 말했다.

    소르망 교수는 이어 “일본은 자국 내에서 힘이 약해지고 있어 경쟁 상대가 안 되고 중국은 통일된 한국을 가장 큰 잠재적 경쟁자로 보고 있다”며 북한을 붙잡고 통일에 반대하는 것도 이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그는 “내일이라도 중국에서 선거가 실시되고 민주주의가 들어서 중국이 바뀐다면 북한에 대한 입장 등 모든 것이 바뀔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국 정부의 천안함 사건 대응 방식에 대해서는 “한국 정부가 민족주의를 내세우면서 북한과의 갈등으로 몰아가기보다는 우방들의 의견을 수렴하면서 발전적이고 신중한 대처를 하고 있다고 본다”고 평가했다.

    또 6.2 지방선거 결과와 관련해서는 “집권 여당이 지방선거에서 패하는 것은 프랑스에서도 마찬가지”라면서 지방선거 자체로 의미를 한정해야지 국가적 범위로 확대 해석해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에 출간한 ’원더풀 월드’에 대해 소르망 교수는 인터넷 블로그에 글을 올려 독자들과의 상호작용을 통해 글 내용을 수정하는 등 이전과는 다른 방식으로 집필했다고 소개했다.

    ’원더풀 월드’는 소르망 교수가 2006-2009년 블로그에 올린 400개의 칼럼 중에서 시의적절한 것을 모아 엮은 것으로 세계화 현상과 전망 등을 분석했다.

    그는 “독자들이 인내심을 갖고 긴 분량의 책을 읽기보다 혁신적인 방법으로 책을 읽고 싶어해서 혁신적인 방법으로 글을 썼다”며 “작가가 작품으로 독단적으로 밀고 나가는 것이 아니라 독자들과의 상호작용을 통해 더 나은 작품을 낼 수 있었다”고 말했다.

    또 한국의 가수가 중국에 가서 콘서트를 하면 한국인이 아니라 세계 시민이라면서 “우리가 이미 공통된 문화 속에서 살고 있기 때문에 세계는 지정학적 한계가 더는 의미 없는 시대가 됐다”고 말했다.

    대표적인 지한파 지식인으로 널리 알려진 소르망 교수는 이명박 대통령의 국제자문위원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