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천일염이 식품이냐 광물(鑛物)이냐”

    느닷없이 이런 질문을 받는다면 당황할 사람이 많다. 별다른 관심을 갖지 않은 사람들은 대부분 “천일염이라면 소금인데 당연히 식품 아니냐. 사람이 먹을 수 있는 소금을 두고 뜬금없이 광물이라는 말이 왜 나오느냐”고 대답할 것이다.

    천일염(天日鹽). 말 그대로 바닷물을 염전으로 끌어 들여 바람과 햇빛으로 수분만 증발시켜 만든 소금이라는 뜻이다. 천일염은 바닷물을 전기 분해해 불순물과 중금속 등을 제거하고 순도 99% 이상의 염화나트륨 결정체만으로 이뤄지는 정제염에 비해 인체에 필요한 미네랄이 풍부하다. 국산 천일염은 옛날부터 김장과 장류 및 각종 전통 식품 제조때 식용으로 널리 사용돼 왔다.

  • ▲ <span style=국산 천일염의 명품화를 꾀하는 천일염 세계화 포럼 창립 총회가 18일 서울 롯데호텔에서 열렸다. ⓒ 뉴데일리 " title="▲ 국산 천일염의 명품화를 꾀하는 천일염 세계화 포럼 창립 총회가 18일 서울 롯데호텔에서 열렸다. ⓒ 뉴데일리 ">
    국산 천일염의 명품화를 꾀하는 천일염 세계화 포럼 창립 총회가 18일 서울 롯데호텔에서 열렸다. ⓒ 뉴데일리

    이런 천일염은 불과 2년전 까지만 해도 법 규정상 식품이 아니라 광물로 분류됐다. 지난 1963년 염관리법 제정 이후 45년간 광물로 취급돼 온 것이다. 식품위생법을 근거로 한 식품공전 제 3항에도 “식용소금으로는 제재염 가공염 정제염을 사용하여야 한다”고 명시돼 있어 천일염을 식품으로 분류하지 않았다. 에에 따라 천일염 관련 업무도 지식경제부가 맡고 있었다.

    천일염이 식품으로 대접받게 된 것은 지난 2007년말 염관리법 개정때 천일염의 정의를 신설하고 식용염 특례 조항이 포함되면서부터다. 이후 2008년 1월에는 식품공전 고시가 개정돼 한달 뒤부터 법규상으로 식용 허용이 가능해졌고 그 관리업무도 농림수산식품부로 이관됐다.

    그러나 국내에서 생산되는 천일염의 시장 가격은 외국산과 최대 50배나 차이가 날 정도로 싸구려 취급을 받고 있다. 오랫동안 식품으로 분류되지 않은 데다 입자가 굵고거칠고 색깔이 순백색이 아니라는 이미지가 남아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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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학용 한나라당 의원 ⓒ뉴데일리

    천일염에 대한 인식을 개선하고 한국 천일염을 외국산 소금에 필적할 만한 세계적 명품으로 만들어 보겠다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국회와 정부 생산업체 관련자 등이 참석한 가운데 18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천일염 세계화 포럼’ 창립 총회는 국산 천일염을 널리 알리고 생산 및 유통 구조를 개선하는 등의 방법을 모색해 국산 천일염을 경쟁력 있는 세계적 명품으로 키우기 위한 첫 걸음이라고 할 수 있다.

    이름 그대로 천일염의 세계화를 추구하겠다며 국회 농림수산식품위원회 소속 김학용 한나라당 의원이 주도해 만든 천일염세계화 포럼은 장태평 농림수산식품부 장관과 김 의원이 공동 준비위원장을 맡고 뜻을 같이 하는 산·학·연 주요 인사 70여명으로 구성됐다.

    발족 모임인 이날 행사에는 장 장관과 이낙연 국회 농수식품위원장을 비롯해 변웅전 보건복지가족위원장 등 국회의원, 학계 전문가, 천일염 생산업자 및 유통업자 등 300여명이 참석했다. 국내 천일염 생산량의 87%를 차지하는 전라남도의 이상면 정무부지사, 그 전남 생산량 중에서도 80%를 담당하는 신안군의 박우량 군수도 참석해 천일염 세계화에 대한 관심을 나타냈다. 이참 한국관광공사 사장과 천일염을 식품으로 분류하는 데 역할을 했던 정운천 전 농식품부 장관도 자리를 함께 했다.

    김 의원은 인사말에서 “연구결과에 따르면 세계 5대 갯벌에 속하는 전남 서해안 등에서 생산되는 국산 천일염은 외국산에 비해 염화나트륨 함량이 20% 가량 적고 칼륨 칼슘 마그네슘 등 각종 미네랄 함량이 3배 이상 많음에도 불구하고 제 가치를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면서 “국가 신성장 동력으로 추진하는 한식 세계화의 기본은 천일염의 세계화이므로 천일염 세계화가 성공할 때 한식 세계화가 성공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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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태평 농림수산식품부 장관 ⓒ 뉴데일리

    “늦었지만 천일염 관리업무가 농수식품부로 이관됨에 따라 천일염을 식품산업으로 발전시킬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됐다”고 설명한 장태평 장관은 “천일염이 제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게 유통 구조와 생산시설을 개선하고 연구개발 및 홍보 강화, 수출 지원 등을 포함한 천일염 발전 방안을 마련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참 사장은 “천일염을 한식 세계화와 연계해 알릴 필요가 있다”며 “진시황이 한국에서 불로초를 찾으려 했던 이야기처럼 한국 땅에서 나는 소금도 스토리가 있는 상품으로 개발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정부와 정치권의 이런 움직임에 천일염 생산업자와 전남 지역 단체장들은 큰 기대를 하는 모습이었다. 이상면 부지사는 “전남의 전통적인 토판염전을 복원하고 소금박람회, 천일염의 날 등을 제정 시행할 계획”이라고 했고 박우량 군수도 “연간 1000만 가마가 생산되는 신안군에서 더 좋은 천일염을 만들어 국민 건강에 기여하겠다”고 화답했다.

    50년 넘게 염전을 운영하고 있다는 신안군 신의도 천일염 작목반 회장 박진환씨는 “천일염 세계화는 좋은 일이지만 우선 일정 가격이 보장돼야 한다”는 의견을 내놨다. 그는 “천일염 가격이 너무 싼 편인데 그나마 집중출하기에는 더 떨어진다. 이런 모임이 생겼으니 정부에서 일단 가격 보조를 해준 다음 각종 지원 방안을 시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행사에는 정관계에서 주호영 특임장관, 정의화 한나라당 최고위원, 장광근 유정현 박준선 김세연 정해걸 홍일표 김춘진 조진래 김성수 의원, 윤장배 농수산물유통공사 사장, 김진수 CJ제일제당 사장, 박성칠 대상 사장, 정진홍 대한항공 상무, 소설가 황석영씨 등이 참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