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태영 국방장관이 2012년 한미연합사 해체, 전작권 이양 시기에 관해 한-미간 정치적 조정의 필요성을 언급했다. 여기서 새삼스럽게 재확인하게 되는 것은 정치권이, 세종시보다 몇 배나 더 중요한 이런 문제를 두고 도무지 왜 말이 없느냐 하는 것이다. 오피니언계(界) 역시 밤낮 좁디 좁은 국내문제에만 목을 매려 하지, 이런, 나라의 안위가 걸린 사안에 대해서는 별로 열띤 띤 논쟁을 하지 않는다. 
     지식인들도 예컨대 ‘4대 강(江)’ 같은 집안 '인테리어' 문제에는 사생결단 하듯 달겨 들면서도, ‘준비 부족한 전작권 이양’ 같은, 집 자체의 안전 문제에 대해서는 사생결단은 커녕 손가락 하나 까딱 하려는 기색이 없다. 세계정치라는 큰 판이 어떻게 지각변동을 일으키고 있는지는 보지 않거나 못하면서, 남한 국내 권력투쟁이라는 쬐그만 판에만 코를 박고 있는 꼴이다. 한말(韓末)의 양반이나 오늘의 한국 지도층이나 변한 게 하나도 없는 셈이다.
     준비도 없이 날자부터 정해놓고 덜컥 결정한 노무현 식(式) 전작권 이양은 2012년 대선(大選) 시기와 겹치면서 우리 안보에 치명적인 위험을 안기게 되어 있다. 전쟁에 대한 최고의 억제 장치를 제거하는 것이 마치 ‘민족주의’인양 망상한 ‘노무현 식’도 한심하지만, 그 위험성보다 “친이(親李)냐-친박(親朴)이냐”가 더 중요하다는 듯 풍기는 우리네 국내정치는 더욱 더 한심하다.


     제대로 된 나라는 세계를 놓고 벌이는 큰 틀의 정치, 즉 국가전략을 최상의 우선순위에 둔다. 그러나 제대로 되지 않은 나라는 늘 국내의 부족(部族) 갈등에 매달린다. 아프리카의 루안다에서는 부족 갈등으로 수십 만 명을 죽인 적이 있다. 그들에게는 부족이 전세계인 셈이었다. 우리는 그와 과연 얼마나 다른가? 우리의 정치야말로 부족들 사이의 죽고 살기 상쟁 수준 그 이상이라고 할 수 있을까?
     이명박 대통령은 토목공사도 물론 중요하지만, 전작권 이양 시기 재조정 문제는 그보다 훨씬 더 막중하다는 인식에서 시급히 한-미간 협의에 나서야 한다. 정치인들과 지식인들도 ‘한양(漢陽) 갈등’ 즐기기에서 한반도-동북아 안보정세 고민하기로 사고의 틀을 격상 시켜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