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과 유럽연합(EU) 간 상품 및 서비스 교역을 크게 증진시킬 것으로 기대되는 한-EU 자유무역협정(FTA) 협정문에 가서명이 이뤄졌다. 김종훈 외교통상부 통상교섭본부장과 캐서린 애슈턴 EU 통상담당 집행위원은 15일 오전(현지시각) 벨기에 수도 브뤼셀의 EU 집행위 본부에서 FTA 협정문에 가서명했다.

    아직 정식서명 절차가 남아 있기는 하지만 한국은 대서양 양안의 거대 경제권인 미국, EU와 모두 FTA를 체결함으로써 대외교역을 획기적으로 증진시킬 '동력'을 얻게 됐을 뿐 아니라 경제적 위상 제고라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게 됐다. 또 적극적으로 역외국가와 FTA 체결을 추진해 온 EU 입장에서도 주요 선진 20개국(G20) 멤버인 한국과 FTA를 체결함으로써 수출 시장을 확대하는 경제적 효과는 물론이고 '자유무역 선도자'로서 교착상태에 빠진 도하라운드 협상 등에서 주도적 역할을 하는 부수적 효과도 얻게 됐다.

    김종훈 통상교섭본부장은 "FTA가 발효되면 양자 교역 및 투자가 획기적으로 증대할 것이며 EU의 경제규모가 한국의 약 16배에 달하는 점을 감안할 때 국내 기업에 거대 시장 개척이라는 기회가 생기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애슈턴 집행위원도 "EU가 21세기 들어 체결한 첫 FTA이자 경제 선진국과 경제적 유대를 심화하는 협정"이라고 평가하고 "FTA 체결로 서비스, 제조업, 농업 분야의 유럽 기업이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는 기회를 얻게 될 것"이라고 기대를 피력했다.

    협정문에 따르면 EU는 공산품 전 품목에 대해 5년 이내에 관세를 철폐하되 이 가운데 99%는 3년 이내에 철폐하기로 했으며, 한국은 3년 이내 관세철폐 품목을 공산품 전체의 96%로 정했다. 쌀은 관세철폐 대상에서 제외됐다.

    이날 가서명된 한-EU FTA 협정문은 본문 400쪽을 비롯해 총 1000여 쪽에 달하는 방대한 분량으로 EU 측에서는 3~4개월 가량 영어를 제외한 21개 언어로 번역된다.

    외교통상부는 오는 19일 협정문 영어본과 설명자료를 외교통상부 FTA 웹사이트를 통해 공개할 예정이며 이미 번역작업이 마무리 단계에 있는 협정문 한글본도 내달 초 공개할 방침이다.

    양측은 번역작업이 완료된 협정문에 내년 1분기, 늦어도 4월 이전에 정식서명하고 각자 비준 절차를 거쳐 내년 7월께 발효시킨다는 목표 아래 후속작업을 진행할 예정이다. 김 본부장은 이와 관련해 "내년 1~2월 중, 늦어도 3~4월에는 정식서명을 하고 상반기를 전후해 협정이 발효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국내에서는 협정문 정식서명 뒤 국회에서 비준동의안이 승인되고 대통령이 비준안에 서명하면 협정 발효를 위한 모든 절차가 마무리된다. EU에서도 정식서명 이후 유럽의회가 이를 승인해야 한다.

    한편, 작년 기준으로 한국은 EU에 394억유로 어치의 상품을 수출하고 EU로부터 256억유로 어치를 수입했다. 한국 입장에서 EU는 중국에 이어 두 번째로 큰 교역 상대국이며, EU에는 한국이 8위 교역국이다.(브뤼셀=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