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승우, 수애 주연의 영화 '볼꽃처럼 나비처럼'(2009. 김용균 감독)은 명성황후라는 타이틀 뒤에 숨겨진 민자영이라는 여인의 새로운 매력과 불꽃처럼 뜨겁고 나비처럼 순수했던 무명의 사랑을 감성적으로 드러낸 작품이다. 이처럼 이 영화에 대한 평면적 해석 뒤에 주목할 만한 점으로 아름다운 영상미와 감성적인 음악을 들 수 있다.

    드라마 ‘궁’, 영화 ‘혈의 누’, ‘신기전’ 속에서 고증을 넘어 색다른 공간미를 연출했던 민언옥 미술감독은 ‘불꽃처럼 나비처럼’을 통해 다시 한번 창조적 미술의 정점을 보여주고 있다. 동서양 문물이 공존했던 시기, 인물의 특징까지 반영한 독특한 공간들로 극의 분위기에 활기를 더하는 효과로 영화의 볼거리를 더욱 풍성하게 만든다.

    과거 뛰어난 영화 속 미술의 영상미로 주목 받았던 작품으로는 '스캔들'(2003. 이재용 감독)과 '장화홍련'(2003. 김지운 감독)이 대표적이다. 

    영화 '스캔들'의 박상훈 정구호 미술감독은 의상 소품 건축 등 영화 전반에 강렬한 색채를 도입하면서 영화 주제를 성공적으로 표현하고 우리 전통 색채의 아름다움을 영상미로 승화시킨 점이 높이 평가되었다. 

    '장화홍련'은 조근현 미술감독 작품으로 대한민국 영화대상 미술상을 수상했으며 영화 ‘형사’, ‘음란서생’, ‘올드보이’와 같이 빛과 어둠의 색채로 영화를 표현하는 감독으로 유명하다. ‘장화홍련’에서는 특히 일식구조와 서양식구조가 잘 만난 퓨전스타일을 잘 살렸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처럼 세트디자인에서부터 의상, 소품, 분장, 특수효과, CG, 자막용 서체에 이르기까지 모두 관여하여 총괄하는 것이 바로 영화 미술감독의 역할이다. 영상에서 미장센의 역할이 중요해지면서 자연스럽게 영화 미술 감독에 대한 관심도 높아졌다.

    영화 미술감독들은 드라마, CF, 연극 등에 참여하며 활동범위를 넓혀가고 있는 추세이다. 대표적으로 영화 ‘와니와 준하’, ‘싱글즈’,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등을 통해 섬세한 감성 공간 연출을 보여준 이진호 미술감독은 드라마 ‘눈의 여왕 (2006)’에 참여해 수채화 같은 영상으로 호평 받은 바 있다.

    이처럼 영화미술감독이라는 직업은 아직 조금 낯설게 느껴질지도 모르지만 스크린에서 볼 수 있는 모든 부분에 직접적으로 관여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하면 쉽게 이해가 될 것이다.

    그렇다면, 이와 같이 영화에서뿐 아니라 다른 분야로까지 확대시켜 많은 일을 해내는 영화 미술감독이 되기 위해서는 어떠한 능력이 요구될까. 영화 미술감독이 되기 위해서는 기본적인 디자인 능력을 갖추도록 노력하는 것이 좋다. 포토샵, 일러스트레이터 등의 2D프로그램은 기본적으로 다룰 줄 알아야 하며 이외에 맥스나 마야, 쉐이드와 같은 3D프로그램과 캐드 같은 프로그램을 배워두면 도움이 된다. 스케치 역시 중요하다.

    이렇듯 기본적인 디자인 능력을 갖추도록 노력하는 것이 좋다. 이 외에도 시나리오를 분석하는 법에서부터 공간을 이해하는 법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능력을 키우도록 노력해야 한다.

    관련 학과로는 계원조형예술대학 공간예술과, 상명대 무대디자인과 등이 있다.

    '한국 영화미술, 공간연출 아카데미 레이크사이드'라는 미술 감독 양성 전문 교육기관도 있다. 레이크사이드(대표 이진호 미술감독)를 졸업한 학생은 류성희 영화 미술감독팀을 비롯, CF팀 등에 취업하는가 하면 봉준호 감독의 ‘마더’, 박찬욱 감독의 ‘박쥐’ 등에 활발하게 참여하고 있다. 매월 셋째 주 토요일에는 이진호 미술감독이 무료로 직접 강의하는 프로덕션디자인 입학설명회가 진행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