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학모’의 도전장

      '좋은 학교 만들기 학부모 모임(조학모)’이란 NGO가 출현했다. 한 마디로, 교육소비자인 학부모들이 부실화 된 공교육을 우량상품으로 다시 만들기 위해 소비자 주권을 행사하고, 할 말을 하자는 것이다.

      공교육이 저처럼 황폐화 된 데는 여러 가지 원인이 있을 것이다. 그 하나가 바로 교육을 수평화(水平化) 하고, 경쟁의 사각(死角) 지대에 방치하고, 세뇌(洗腦) 작업의 마당으로 이용한 일부 시대착오적인 관점들 때문이다.

      일부의 교육 ‘철 밥통’주의도 문제다. 대학교수들은 이미 교수들의 강의와 실적에 대한 평가를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가만히 앉아 있어도 ‘한 번 교수면 죽을 때까지 교수’라는 ‘철 밥통’은 이제 통하지 않는다. 교사들 역시 이 당연한 관행을 두 말 없이 받아들여야 한다.

      학교 사이에도 제대로 하는 학교, 제대로 하지 않는 학교의 차별성을 검증해서 경쟁적으로 흥(興)하던가, 경쟁적으로 망(亡)하던가 하게 만들어야 한다. 일 잘하는 놈과 일 잘못하는 놈이 어떻게 똑같이 평등한 대접을 받아야 하는가? 하바드 대학을 목졸라 죽이는 게 평등 교육인가?
     사회마다 비주류와 ‘치이는 사람들’은 있기 마련이다. 그 비주류와 ‘치인 사람들’을 패자 부활전으로 다시 살릴 길을 만들어 놓자고 해야 그게 정당한 평등론이다. 그걸 시비하는 게 아니다. 문제는 비주류와 '치이는 사람들‘을 위한답시고 아예 경쟁 자체를 죽여 버리려는 일부 교조주의적 구닥다리 가짜 평등론의 동반자살적 충동이다. “사는 게 고단해 아예 죽기로 했지만, 나만 죽기 억울하니 네놈들도 다 같이 죽자“는 소리 아니고 무엇인가? 이 걸 무슨 ’진보‘인 줄 착각하는 무지가 우리 사회 일 각엔 아직도 풍미하고 있다.

     공교육의 경쟁적 활성화와 패자 부활전의 마련-이 두 기둥을 중심으로 해서 우리의 부실 교육을 되살려야 한다. 학부모들이 돈은 돈대로 쓰고도 부실 교육상품을 도리 없이 받아먹기만 하던 그간의 무기력하고 대책 없는 소비자 상(像)을 불식해야 한다.

      배추 한 단 살 때는 원산지가 어디냐, 유효기간이 언제냐며 그토록 악착스럽게 따지면서 왜 교육 상품 살 때는 그렇게 바보처럼 할 말도 못한 채 앉아 있었는지. 참 알다가도 모를 ‘침묵의 나선형(螺旋形, spiral of silence)이었다. 조학모 만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