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의 북한문제 전문가인 장련괴 공산당 중앙당교 교수는 24일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은 "북한의 바둑돌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장 교수는 이날 중국 환구시보(環球時報)에 기고한 글에서 클린턴 전 대통령은 북미관계 개선을 위한 특사의 임무를 띤 것이 아니라 얼떨결에 떼밀려 북한을 방문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클린턴 전 대통령은 북한이 갖고 있는 여기자들 미끼에 걸려든 것이지 의지에 따라 방북한 것이 아니며 입은 없이 눈과 귀만 갖고 갔다"면서 "따라서 카터 전 대통령의 방북과는 다르다"고 말했다.

    장 교수는 "북한 외교의 대목표는 핵보유를 전제로 미국과 외교관계를 수립하는 것"이라며 "북한은 핵개발이란 1단계 목표를 달성하고 현재 미국과의 관계개선이란 2단계 행동에 들어갔다"고 분석했다. 그는 "북한은 이를 위해 6자회담 종결을 선언, 관련국들의 참견과 개입을 봉쇄하는 동시에 북미관계에서 제3자의 역할을 하지 못하도록 하는 한편 북미 양자회담을 요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북한은 양자회담을 통해 북미수교나 전략적 관계의 수립을 원하고 있다"면서 "이를 위해 1970년대 초 중국을 방문한 헨리 키신저 전 국무장관과 같은 특사의 방북을 원했다"고 말했다.

    장 교수는 "북한이 클린턴 전 대통령을 원했던 것은 그가 전직 대통령으로 영향력이 있으며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같은 당 출신이고 부인이 국무장관이라는 점을 고려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따라서 북한은 클린턴 전 대통령이 평양을 방문했을 당시 좋거나 말거나 그를 미국의 특사로 예우했으며 그의 방북을 북한의 전략적인 목적으로 활용하려고 했다"고 말했다.

    장 교수는 "이에 반해 미국은 북한이 반드시 핵을 포기해야 하며 이는 지역안보의 문제이지 양자회담의 문제가 아닌 것으로 보고 있으며 미북 외교문제는 이후에 논의할 수 있다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그는 "다시 말해 클린턴 전 대통령의 평양 방문은 북한과 미국 양측이 서로 자기의 정책적 필요에 입각해 해석하고 있으며 양측 모두 상대를 자신의 전략적 목표로 끌어들이려고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클린턴 전 대통령이 귀국 후 오바마 대통령에게 보고한 내용은 핵문제에 대한 북한의 진정한 의도와 김정일의 건강상태에 대한 평가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장 교수는 "북한 핵문제는 이제 갈림길에 처해 있다"면서 "앞으로 북핵 문제의 전개 방향은 북한과 미국, 중국 등 몇개 국가들의 상호적인 작용에 의해 결정될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북한이 핵을 영원히 포기하지 않고 6자회담에도 참여하지 않겠다는 기본 정책을 결정했다면 앞으로의 사태 발전은 기본적으로 미국과 중국의 정책적 선택에 좌우될 것"이라고 말했다. 장 교수는 "미국은 북핵 포기라는 기존 입장을 견지하거나 포기하는 선택을 할 수 있으며 중국도 대화가 유일한 해결책이라는 기존 정책을 유지하거나 버리는 선택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만약 미국과 중국이 모두 기존 정책을 견지한다면 북한은 핵포기도 거부하고 대화도 거부할 것이며 북핵문제는 해결되지 않고 지지부진한 양상을 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미국이 기존 입장을 유지하고 중국이 기존 입장을 포기한다면 북한문제는 무력제재로 해결될 것이며 미국이 기존 입장을 포기하면 한반도 비핵화는 거품으로 돌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장 교수는 "북미관계와 6자회담은 한쪽이 잘되면 한쪽이 못 되는 관계"라면서 "만약 북한이 클린턴 전 대통령의 방북을 계기로 미국과 관계를 개선하게 되면 6자회담은 재개할 가능성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또 "만약 미국이 양자회담에 대한 거부 의사를 분명히 밝히게 되면 북한은 언젠가는 다시 6자회담으로 돌아올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