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명박 대통령이 지난 1년 4개월 간 잘 맞지 않는 옷을 입고 있었다면 그가 던진 '중도강화론'은 그게에 꼭 맞는 옷이다.

  • ▲ 한나라당 여의도연구소장인 진수희 의원.ⓒ진수희 의원실 제공
    ▲ 한나라당 여의도연구소장인 진수희 의원.ⓒ진수희 의원실 제공

    진수희 한나라당 여의도연구소(여연) 소장은 '중도강화론'을 이렇게 봤다. 이 대통령이 자신의 국정운영 방향을 '중도강화'로 틀자 청와대는 'MB다움의 회복'이라고 설명했는데 진 소장 역시 중도강화론을 "MB다움으로 본다"고 말했다. 진 소장은 1일 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이 대통령이 집권 1년 4개월만에 제 자리로 돌아온 것으로 '중도강화론'을 설명했다.

    진 소장은 "지난 대선 때 이명박 후보를 지지한 이유는 이념적으로 자유로워 보였기 때문이고 지지층도 서민과 중도에 있는 분들"이라고 말했다. 진 소장은 '중도강화론'이 "거창한 이념이 아니다"고 했다. 그는 "서민친화적인 정책을 강화하겠다는 것"이라며 "이 대통령이 서울시장을 마친 뒤 한나라당 경선을 거쳐 대통령까지 왔는데 그 과정을 살펴보면 잘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진 소장은 "이 대통령이 대선 후보 당시 던진 메시지나 약속에 환호를 보낸 계층은 서민층이며 이념적으로 중도에 있던 분들"이라며 "이 대통령이 대선후보로 등장하자 서민들은 '저 사람이면 우리 사정을 잘 알아줄 것'이라 생각하고 지지한 것"이라고 말한 뒤 '중도강화론'은 "애초에 이 대통령 본인이 대통령이 되면 하려했던 계획을 우선순위로 끌어올려 하려는 것으로 규정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지금까지는 집권 뒤 갑자기 닥친 금융위기로 인해 어쩔 수 없이 국정 방향을 위기극복에 초점을 맞출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진 소장은 "(중도강화론이) 지금까지 이 대통령이 해온 것을 부정하는 게 아니다"며 "지금까지는 갑자기 닥친 금융위기 등 극복과정에서 불가피하게 그럴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이 과정에서 "애초에 대통령이 우선순위에 뒀던 것들이 밀려났고 (위기극복을 위한) 정책이 나올 수밖에 없었다"는 것. 그는 "지금 이 대통령은 큰 고비를 넘겼다고 판단하고 이제 (위기극복) 과정에서 상대적으로 고통이 컸던 서민들에게 정책적 혜택을 가게 하겠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역설적으로 이 대통령의 '중도강화론'은 그간 행보가 'MB답지 못했다'는 것을 반증하는데 그 이유를 진 소장은 집권과 동시에 불어닥친 금융위기와 대통령 당선 뒤 인선 등 실수에서 비롯됐다고 설명했다. 진 소장은 "이 대통령이 한나라당 후보가 되면서 오른쪽으로 갔고 한나라당 이미지가 씌워지고, 당에서 준비한 정책이 (기존 이 대통령 공약에) 덧씌워졌다"고 말했다. 서울시장 시절부터 당 예비 대선후보 시절까지 굳어진 '중도·서민'이미지가 한나라당 대통령 후보가 되면서 희석됐다는 것이다.

    여기에 "대통령이 된 뒤 인선 과정에서도 실수"를 한 점도 이 대통령 지지율 하락 원인이 됐고 "정권 초기 당·정·청 인적 세팅도 제대로 안됐다"고 꼬집었다. 이런 실수가 쌓여 대선 때 이 대통령을 지지했던 층이 돌아섰다는 것이다. 진 소장은 대선 때 이 대통령 적극 지지층(서민·중도층)에서 40%가량 빠졌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이 대통령의 '중도강화론'이 적극 지지층이라 할 수 있는 보수진영 반발을 사고 있다는 점인데 진 소장은 "이 대통령도 그런 고민을 많이 했을 것"이라며 중도강화론이 "보수 정책기조를 포기하겠다는 게 아니고 보수적 기조에서 서민을 끌어안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거듭 "보수를 포기하고 중도로 이동하겠다는 게 아니고 보수를 견지하며 중도를 감싸겠다는 것으로 이해하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