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민주적 평화통일정책의 수립, 추진에 관한 대통령 자문 헌법기구 앞에서 이명박 대통령은 사회적 현안에 대한 입장을 가감없이 털어놨다. 이 대통령은 1일 서울 잠실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에서 열린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제14기 출범식에 참석, 축사를 통해 경제살리기와 국민통합, 중도 강화론 등에 대한 입장을 상세히 밝혔다. 특히 북한 핵 도발 움직임에 단호한 대응을 재확인했다.

    약 20분간 이어진 이 대통령 연설 도중 민주평통 자문위원들은 스무차례 박수로 호응했다. 이 대통령은 먼저 "바깥에서 오는 위기보다 더 위험한 것은 바로 남남갈등, 즉 우리 내부 분열과 갈등"이라고 적시했다. 이 대통령은 "남남갈등은 경제위기 극복을 위한 국민적 동력을 약화시키고 남북문제를 바로 풀기 위한 우리 역량을 소진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바깥에서 오는 위기'로 이 대통령은 전대미문의 글로벌 경제위기, 기후변화로 인한 환경위기, 북한 핵무기 개발로 조성된 한반도 위기를 꼽았다.

    이 대통령은 "아직도 이념과 지역과 계층 간 갈등이 선진화를 향한 우리 발목을 잡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며 "이에 편승해 무조건적 반대와 편가르기, 그리고 집단 이기주의도 여전히 사라지지 않고 있다"고 강도높게 비판했다. 이 대통령은 "진정 이 나라를 사랑하고 남북통일을 원한다면 분열과 갈등을 조장할 것이 아니라 마음을 열고 함께 해야 한다"면서 "우리끼리 사랑하지 못하고 증오하면서 어떻게 남을 사랑할 수 있겠나"고 반문했다.

  • ▲ 이명박 대통령이 1일 오후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에서 열린 제14기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출범회의에서 행사를 마친 뒤 손을 흔들어 참석자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 연합뉴스
    ▲ 이명박 대통령이 1일 오후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에서 열린 제14기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출범회의에서 행사를 마친 뒤 손을 흔들어 참석자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 연합뉴스

    "진정 남북통일 원한다면 분열·갈등 조장보다 마음 열고 함께 해야"

    이 대통령은 국민통합 방안과 관련, "국민통합에 제일 앞장서야 할 사람은 대통령이란 것을 잘 알고 있다"고 전제했다. 이 대통령은 "경제살리기와 국민통합을 이루라는 국민적 요구를 받고 대통령에 취임했으며 그동안 발등에 떨어진 경제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비상경제정부를 운영하고 국제공조를 위해 밤낮없이 뛰고 있다"고 설명한 뒤 "우리가 신속하고 적절하게 대처하고 있다는 평가를 세계로부터 받는 것은 바로 우리 국민이 어려움을 참고 협조해준 덕분"이라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나 자신부터 신발끈을 다시 매는 초심으로 돌아가 이 시대적 과제를 풀어 나가는 데 최선을 다할 것이며 협력과 조화를 향한 중도실용정신을 살려 갈라진 틈을 메우고 갈등을 줄이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이 대통령은 "자유민주주의 가치를 지키고 법치와 사회 윤리의 확고한 기반 위에 폭넓고 유연하게 국정을 펴나가겠다"고 밝혔다.

    "신발 끈 다시 매는 초심으로 최선…정치도 민주주의 기본으로 돌아가야"

    '중도 강화론'에 대해 이 대통령은 "경제적 정치적 양극화에 사회 갈등의 뿌리가 있다는 판단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 대통령은 "경제적 양극화를 해소하기 위해 서민 삶에 온기가 돌게 하고, 중산층을 두텁게 하는 데 정부가 더 적극적으로 나설 것"이라며 "서민 삶이 나아지고 중산층이 두터워지는 것 자체가 국민통합에 밑거름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정치도 이제 민주주의 기본으로 돌아가 대결의 장에서 대화의 장이 되도록 지혜를 모아야 할 것"이라며 공전을 거듭하는 현실 정치에 대한 주문도 밝혔다.

    이어 이 대통령은 북한 문제를 본격 거론했다. 이 대통령은 "지금 북한은 잘못된 길로 계속 가고 있다. 핵실험을 하고 장거리 로켓을 쏘며 한반도와 세계 평화를 위협하고 있다"면서 "하지만 나는 어떠한 상황에서도 국가를 보위하고 국민 생명과 재산을 지킬 것"이라고 소리 높였다. "그것이 국군통수권자인 내게 주어진 사명이고, 대통령으로서 내게 주어진 책무이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북, 95일째 억류돼 있는 우리 근로자 무조건 즉시 석방하라"

    이 대통령은 북한 핵 도발과 관련해 "북한 핵개발은 세계 흐름과도 부합하지 않는 행위이며 세계로부터 고립을 자초할 뿐"이라고 경고했다. 이 대통령은 "북한이 핵무기를 포기하고 국제사회로 나온다면 우리는 국제사회와 함께 북한이 자립할 수 있도록 적극 도울 것"이라고 거듭 천명한 뒤 "지금의 긴박한 긴장상태를 풀고 남북화해 길로 가기 위해 북한은 더 상황을 악화시켜서는 안된다"고 힘주어 말했다.

    북한이 억류 중인 우리 근로자 유모씨에 언급, "모든 현안을 놓고 상호존중의 자세로 진정성 있는 대화를 계속해야 한다"며 "지금 무려 95일째 억류돼 있는 우리 근로자를 무조건, 즉시 석방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 대통령은 "우리는 비록 힘들고 더디더라도 그 동안 굴절된 남북관계를 바로 세워 갈 것"이라며 "어렵더라도 제대로 시작해 좋은 결과를 얻어내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이 지구상에 북한을 가장 진심으로 대하고 협력할 수 있는 나라는 결국 대한민국밖에 없다는 것을 북한은 알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저탄소 녹색성장 비전, 인류에 새로운 발전모델 제시"

    우리나라의 국제무대에서의 역할과 위상에 대해서도 이 대통령은 설명했다. 이 대통령은 "지금 세계는 대한민국을 주목하고 있으며 한국 국력은 점점 커지고, 세계 속 위상은 더 높아지고 있다"며 "우리 기업이 세계 구석구석을 누비고 있고 아세안(ASEAN) 유럽연합(EU) 인도 미국을 포함해 전 세계 26억 인구와 곧 자유무역을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국제무대에서 대한민국은 G20 의장국으로서 세계 경제질서를 주도하면서 아시아의 변방에서 세계 중심국으로 발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우리의 성공적인 산업화와 민주화 경험은 많은 개발도상국의 모델이 되고 있다"면서 "특히 기후변화와 경제위기 극복을 위해 채택한 '저탄소 녹색성장' 비전은 인류에게 새로운 발전모델을 제시하고 있다"고 역설했다.

    1만1000여명이 참석한 이날 행사에는 이기택 수석부의장, 김대식 사무처장 등 민주평통 주요 인사와 함께 각 정당 대표들도 자리했다. 한나라당 박희태 대표, 민주당 정세균 대표, 창조한국당 문국현 대표가 참석했으며 황진하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회 한나라당 간사 등 상임위원들이 함께 했다. 청와대에서는 김덕룡 국민통합특보, 맹형규 정무수석, 김성환 외교안보수석 등이 참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