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조갑제 '조갑제닷컴' 대표 ⓒ 뉴데일리
    ▲ 조갑제 '조갑제닷컴' 대표 ⓒ 뉴데일리

    어제 중앙일보 정치담당 기자 이훈범씨는 '노욕엔 좌우가 없다'라는 제목의 칼럼에서 야비한 논리와 표현으로 우파와 김동길 교수를 모독하였다. 

    그는 '노추가 많은 곳은 오른쪽이다. 나이 들수록 보수 군살이 두꺼워지는 게 인지상정인지라 주름 잡힌 추함 역시 절대적으로 많다.'라고 단정하였다. 老醜(노추), 즉 늙어서 추한 짓을 하는 사람들이 우파진영에 많다는 것이다. '주름 잡힌 추함'이란 악의적 표현을 써가면서 '절대적'으로 많다고 단정하였다. 그리곤 김동길 교수를 비방하기 시작하였다. 
     
    '전임 대통령의 뇌물 스캔들에 또한 참지 못하고 “자살을 하든지 감옥에 가든지” 꾸짖었다가 홍역을 치른 그였다. 그만했어도 나았을 것을… “망령 난 노인”이라는 비난을 못 견뎌 “바지에 똥이라도 쌌느냐” 버럭 소리 지른다.'
     
    이훈범씨는 김동길 교수의 이 발언을 '노인성 치매'와 연결시켰다.
      '차라리 노인성 치매 탓이었다면 연민이라도 낳았을 터다. 시를 300수나 외운다는 건강한 정신으로 목숨을 희롱하는 몹쓸 소리를 입에 담으니 욕을 먹었던 것이다. 사회의 어른답지 못한 말과 행동, 그걸 바로 노추라고 하는 거다.'
     
    이훈범씨는 '몹쓸 소리'로 80대 애국인사를 모욕준 다음 김대중 전 대통령의 최근 발언을 비판하기 시작하였다. 그는 '수는 적어도 폭발력 있는 노추는 왼편에 있다.'라고 했다. 노추는 좌익진영에도 있지만 수가 적다는 이야기이다. 
     
    비교대상이 되지 않는 '발언'을 左右에서 골라내어 공평성을 위장한 글이었다. 민주정부를 독재라고 규정하고 사실상 군중暴亂을 선동한 전직 대통령의 말과 권력형 부패를 비판한 애국투사의 말을 同格으로 놓고 전개한 兩非論은 용기 없는 언론이 애용해온 위선적 균형론의 한 표본이다. 김대중씨측에서 반격하면 "나는 김동길씨도 비판하지 않았나"라고 하고, 김동길씨측에 대하여는 "김대중씨도 비판하였으니 공평하게 썼다"라고 말하기 위한 구도이다. 
     
    그는 끝에 가서 도덕군자처럼 단정하였다. 
    '노욕에는 좌우가 없다. 그저 추함만 있을 뿐이다. 가뜩이나 분열된 사회에 그런 쐐기가름은 범죄요, 죄악이다. 그들과 비슷한 연배의 시인 임강빈의 반성을 들려주고 싶다.' 
     
    어제 점심 식사를 하는 자리에서 은퇴한 70代 기자가 이 칼럼을 聲討(성토)하였다. 그는 "김동길 교수만큼 용기 있게 좌익과 싸우는 元老가 없는데, 어떻게 기자가 이런 글을 쓸 수 있나? 혹시 중앙일보의 社是를 반영한 글이 아닌가?"라고 했다. 전직 교수와 언론인들이 모인 자리가 잠시 중앙일보 규탄장으로 변하였다. 중앙일보와 이훈범씨는 이 글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할 것이다. 
     
    나이 많음과 추함을 억지로 연결시킨 이 글은 사실상 老人에 대한 폄하이다. 노인人口가 급증하는 사회현상을 무시한 자살골이기도 하다. 한국의 노인들은 중앙일보를 거부할 권한과 의무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