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14일 비무장한 팔레스타인 국가 수립을 요구하면서 팔레스타인 자치정부에 즉각적인 대화 재개를 제안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이날 텔아비브 교외의 바르-일란 대학에서 행한 연설에서 팔레스타인이 군대를 보유하지 않고, 이란이나 레바논의 헤즈볼라 등 적대 세력과 동맹을 맺지 않으며, 이스라엘을 `유대인 국가'로 인정하면 팔레스타인 국가의 수립을 받아들일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 3월 말 취임한 강경보수파인 네타냐후 총리가 제한적인 형태이기는 하지만 미국 등 국제사회가 지지하는 팔레스타인 국가수립안을 수용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네타냐후 총리는 연설에서 "팔레스타인 난민 문제는 이스라엘 밖에서 해결되어야 한다"고 언급, 1948년 이스라엘 국가의 건국 이후 고향 땅에서 쫓겨나 이웃 나라를 떠도는 수백만 팔레스타인 난민들이 이스라엘로 귀환하는 데 반대한다는 점을 분명히 밝혔다.

    그는 "이스라엘의 수도 예루살렘은 통합된 상태로 남아 있을 것"이라며 강조해 1967년 제3차 중동전쟁 때 이스라엘에 점령된 동예루살렘의 반환을 원하는 팔레스타인 측 요구를 사실상 일축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팔레스타인 자치정부에 조건 없는, 즉각적인 평화협상 재개를 제안하면서 "이스라엘은 국제 협정을 준수할 것이고, 모든 다른 상대방들도 각자의 의무를 이행할 것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네타냐후 총리는 팔레스타인 자치정부가 법과 질서를 확립하고 가자지구의 강경 정파 하마스 세력을 압도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는 또 아랍권 지도자들에게는 팔레스타인 지역의 경제발전을 논의하기 위해 자신과 만날 것을 요구했다.

    미 백악관의 로버트 기브스 대변인은 이날 네타냐후 총리가 팔레스타인 국가 수립안을 수용한 데 대해 오바마 대통령이 `중요한 진일보'라고 평가하며 환영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마무드 압바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의 대변인은 네타냐후 총리가 평화진전 노력을 파괴하고 있다며 그의 연설 내용을 비판했다.

    나빌 아부 르다이나 대변인은 "네타냐후의 발언은 모든 (평화 정착) 노력을 파괴하고 마비시키는 것"이라며 "그의 연설은 충분치 않으며 해결책도 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가자지구의 무장정파 하마스도 네타냐후 총리의 연설이 인종주의적이고 극단적인 이념을 반영하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팔레스타인은 1993년 오슬로 협정에 따라 이스라엘을 `국가'로 인정했으나 `유대인 국가'로 인정할 경우 팔레스타인 난민의 귀환 권리를 포기하는 셈이 되기 때문에 이에 반대하고 있다.

    이스라엘의 과거 정부들은 팔레스타인 국가 수립의 원칙을 받아들여 왔으나 네타냐후 정부는 이런 원칙이 이스라엘을 위태롭게 할 것이라는 이유로 거부한 채 팔레스타인 지역의 경제발전 정책만을 제시해왔다. (카이로=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