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명박 대통령은 19일 청와대에서 '제3차 서울 C40 세계도시 기후 정상회의' 참석차 방한한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을 접견하고 기후변화 문제, 북한 문제 등 다양한 주제로 환담했다. 이 대통령은 본관 1층 현관 앞까지 나와 클린턴 전 대통령을 맞이하면서 "이렇게 만나서 반갑다. 환영한다"고 인사를 건넸고, 클린턴 전 대통령은 "감사하다"고 화답했다.

    이 대통령과 클린턴 전 대통령은 서로 상대의 허리에 손을 두르는 등 친분을 과시했고, 접견장소인 2층까지 계단을 통해 걸어 올라가면서도 대화를 나눴다. 이 대통령은 "'C40 세계도시 기후정상회의'에서 아주 좋은 말씀을 하신 걸로 안다"면서 "클린턴 전 대통령은 한국에서 아주 인기가 좋다"며 덕담을 건넸다.

    클린턴 전 대통령은 이에 "전직 대통령인데도 이렇게 환대해 줘서 고맙다. 나도 한국을 매우 사랑한다"면서 "코펜하겐에서 기후관련 회의가 (연말에) 있는데 지금은 중요한 결정들을 내려야 하는 시기로, 이렇게 방문해 말씀을 나누게 돼 기쁘다"고 인사했다. 클린턴 전 대통령은 본관 도착 후 방명록에 "한국에 다시 와 기쁘다(It is good to be back)"는 글을 남겼다.

  • ▲ 이명박 대통령은 19일 청와대에서 '제3차 서울 C40 세계도시 기후 정상회의' 참석차 방한한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을 접견하고 기후변화 문제, 북한 문제 등 다양한 주제로 환담했다. ⓒ 뉴데일리<=청와대 제공>
    ▲ 이명박 대통령은 19일 청와대에서 '제3차 서울 C40 세계도시 기후 정상회의' 참석차 방한한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을 접견하고 기후변화 문제, 북한 문제 등 다양한 주제로 환담했다. ⓒ 뉴데일리<=청와대 제공>

    접견실로 이동한 뒤 클린턴 전 대통령은 "한국을 무척 사랑한다. 이번 회의는 매우 중요하다"며 기후변화 문제를 대화 주제로 꺼냈다. 클린턴 전 대통령은 "저와 앨 고어 전 부통령이 주도한 교토의정서가 실패한 이유는 아무도 그것을 믿지 않았기 때문"이라며 "중국이나 인도는 탄소배출을 하지 않고도 경제성장이 가능하다는 것을 믿지 않았고 지금도 믿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그러나 지난 10년간 세계의 의식이 많이 변했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기후변화에 관한 합의를 진행할 때 중국, 인도 같은 신흥국가들 문제가 함께 논의돼야 한다"며 동감을 표했다. 이 대통령은 "미국과 중국의 탄소배출량은 비슷하지만 1인당 배출량은 중국이 훨씬 적기 때문에 중국은 아직 여력이 있다고 후진타오(胡錦濤) 중국 주석이 이야기했다"고 소개했다.

    클린턴 전 대통령은 이어 "10년 전에는 민주당에서도 (탄소배출량 규제보다는) 경제가 우선돼야 한다고 말했다. 고어 전 부통령과 내가 주도해서 주도한 교토의정서가 실패한 이유가 거기에 있다"면서 "지금은 민주당 의원들도 생각이 바뀌었고 존 맥케인 같은 공화당 의원들도 많이 동참하고 있다"고 전했다.

    클린턴 전 대통령은 "기후변화는 중국에게 기회가 될 수 있다"면서 "이전에 장쩌민(江澤民) 전 중국 주석에게 '미국에서도 10억 달러 투자로 6000개의 일자리 창출리 가능한 데 돈이 많은 중국은 같은 돈을 투자하면 1만8000개의 일자리가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이어갔다. 그는 "1인당 소득 측면에서 보면 그들은 100만, 200만, 1000만개의 일자리를, 그것도 60일 안에 만들어낼 수도 있다"면서 "그런데도 중국은 거대한 인프라 사업에만 관심을 가질 뿐 이런 데서부터 출발해야 한다는 사실을 아직 인식하지 못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특히 클린턴 전 대통령은 "많은 사람들이 기후변화라고 하면 너무나 어렵고 추상적인 일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데 전혀 그렇지 않다는 점을 중국 측에 강조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대통령은 "교토의정서에 반대하던 미 공화당 의원들도 기후변화 문제에 적극 앞장서는 것은 굉장히 중요한 변화"라며 "미국이 앞장섰기 때문에 세계 기후변화 대책을 만들어 낼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평가했다.

    외교·안보 문제와 관련, 클린턴 전 대통령은 "버락 오바마 행정부는 방위력이 강해야 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으며 북한에게 손을 벌리고 따뜻한 가슴으로 대하되, 강한 자세를 늘 잊지 말아야 한다는 것도 잘 알고 있다"며 "그가 힐러리 클린턴과 로버트 게이츠를 각각 국무, 국방장관으로 임명한 것만 보더라도 이러한 그의 철학과 생각을 엿볼 수 있다"고 말했다. 클린턴 전 대통령은 "남북문제를 포함한 국제 문제에 우리 양국이 함께 긴밀히 협력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이날 접견은 오전 10시40분에 시작, 예정 시간을 30분 넘겨 1시간 가량 진행됐다고 이동관 청와대 대변인은 전했다. 이 대변인은 "이 대통령과 클린턴 전 대통령은 녹색성장을 비롯해 미국 정치, 북한 문제 등 다양한 주제를 놓고 기탄없이 대화를 나눴다"며 "진지하고 꾸밈없는(cordial) 분위기였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