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란이 국제사회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청소년 기에 살인을 저지른 혐의를 받고 있는 여류 예술가의 처형을 강행, 비난 여론이 점증하고 있다고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 인터넷판이 2일 보도했다.

    이란 교정당국은 17세이던 지난 2003년 자신의 삼촌을 살해한 죄로 라시트시 교도소에 수감돼있던 델라라 다라비(23)를 지난 1일 교수형에 처했다. 이란은 사우디아라비아, 예멘 등과 함께 18세 미만 청소년이 저지른 범죄에 대해서도 사형을 집행하는 소수의 나라 중 하나로 국제사회의 비난을 받아왔다.

    사건 직후 살인 혐의를 인정했던 다라비는 이후 말을 바꿔 자신이 남자친구를 위해 혐의를 뒤집어썼다고 주장해왔다. 처형 직전 다라비는 부모에게 전화를 걸어 "저들이 나를 죽이려 한다"며 도움을 요청했지만 교정당국 관리가 전화를 빼앗아 "당신 딸의 처형을 집행하겠다"고 부모에게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수감 중 그림에 눈을 뜬 다라비는 옥중에서 그린 그림이 세계 각국에 전시되면서 주목을 받았으며 국제 인권단체는 구명운동을 벌여왔다. 국제사회의 비난 여론이 점증하자 이란 사법부는 지난 19일 다라비의 사형 집행을 2개월간 연기했으나 교정당국은 이를 무시하고 처형을 강행했다. 특히 교정당국은 사형 집행 48시간 전 이를 변호인에게 알려야 한다는 규정도 지키지 않은 것으로 드러나 비난 여론은 더욱 가열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인권단체 국제앰네스티의 중동.북아프리카 담당 하시바 하지 사라위는 "이란이 국내외 반대 여론을 비웃듯 처형을 강행했다"며 "국제앰네스티는 변호인도 모르게 이를 강행한 데 특히 분노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라비의 처형은 미국인 여기자 록사나 사베리에 대한 징역형 선고에 이어 이란과의 관계 개선을 모색하는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노력에 찬물을 끼얹을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이란 형법은 여성은 9세, 남성은 15세만 돼도 범죄에 대한 법적 책임을 지우고 있으며 인권단체들에 따르면 이란에서 1990년 이후 청소년기에 저지른 범죄로 적어도 42명이 처형됐다.(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