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민주노총의 리모델링을 시도하는 시기는 끝났다. 이제는 민주노총이라는 (헌) 집을 부수고 새 집을 지어야 한다."
    노조 간부의 성폭력 파문으로 집행부가 전원 사퇴하는 홍역을 치른 민주노총이 12일 본부 회의실에서 진보진영 인사들이 참석하는 '노조 혁신을 위한 대토론회'를 열었다.
    이날 토론회는 민주노총이 성폭력 파문 이후 불거진 총체적 위기 상황에 대한 진보진영의 의견을 듣고 현 위기의 근본 원인을 분석하는 한편 궁극적으론 내부혁신 대책을 찾기 위해 마련한 것이다.
    민주노총의 조합원들뿐만 아니라 `우군'이라 할 수 있는 진보단체 인사들은 조직의 흐트러진 활동과 안일한 태도를 비판하고 대대적인 개혁과 변화를 요구했다.
    정성희 민주노동당 2010 상임위원은 "성폭력 사건은 '대기업 정규직 중심의 민주노총'이라는 그간의 부정적 이미지와 혼합돼 민주노조운동의 도덕성을 무너뜨렸다"며 "진보활동을 하는 사람으로서 부끄럽다"고 고백했다.
    정 위원은 "민주노총은 초기의 기풍과 정신을 계승ㆍ발전시키는데 실패했다"며 "노조가 책임져야 할 많은 문제를 정권과 자본의 공세와 탄압으로만 돌린 채 자기성찰을 외면하고 스스로에게 너무 관대하지 않았는지 곱씹어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현대 사회진보연대 공동운영위원장은 "민주노총이 노동자를 운동의 주체로 세우기보다는 수동적 존재로 전락시켰다"며 노동자를 중심으로 한 노동운동의 내실화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내놨다.
    내부적으로는 민주노총의 위기가 정규직의 이익만을 대변하는 노조의 잘못된 성격에서 비롯됐다며 노동자 간 노조 활동의 이념과 목표를 전면 재정립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컸다.
    이승우 민주노동자전국회의 부의장은 "현재의 위기는 조직 내부구성이 정규직 조합원 중심이라서가 아니라 정규직 조합원의 경제적 이익을 대변하는 운동을 중심으로 활동했기 때문"이라며 "현재의 고립된 지형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활동 목표에 대한 근본적인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밖에 지도력의 붕괴로 조합원들의 신뢰를 상실한 것이 조직의 위기로 이어졌다는 지적도 있었다.
    이재현 현장실천연대 의장은 "현장의 이해와 요구를 실현해 나가는 올바른 지도집행력이 튼튼하게 세워지지 못한 게 현 위기의 원인"이라고 진단하고 "사업 결정에 있어서도 내부의 합의 과정을 모으는 노력보다는 다수 힘으로 밀어붙이며 조직의 분열과 갈등을 조장했다"고 비판했다.
    참석자들은 현 위기 상황을 극복할 방안으로 ▲비정규직에 대한 관심과 조직화 ▲지도력 확립 ▲민주적 조직 운영과 사업의 현장성 강화 ▲노조 사업의 방향과 목표 재정립을 꼽았다.(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