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나라가 산업화와 민주화를 거쳐 오늘에 이르기까지 고비마다 국가 원로로서 큰 역할을 해오셨던 추기경님을 잃은 것은 국가적으로 큰 손실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김수화 추기경의 선종 소식을 접한 16일 저녁 이같이 애도했다. 이 대통령은 "떠나는 순간까지 사랑을 몸소 실천하신 추기경님의 뜻을 받들어 어려울 때 서로 사랑을 나누는 일에 함께 하겠다"고 다짐하면서 "위독하시다는 소식을 듣고  지난해 성탄절 날 병문안을 갔을때 따뜻하게 맞이해주시고 대화를 나눴던 것이 마지막이 됐다"며 슬퍼했다.

    이 대통령은 이어 17일 열린 국무회의에서도 "김 추기경께서는 안구기증을 통해 마지막 떠나는 순간까지 희생정신이라는 큰 메시지를 우리 모두에게 주셨다. 그 정신을 본받아야 한다"며 "지난 성탄절에 병문안 갔을 때는 힘 드신데도 병실 앞까지 나와 기다리고 계셨다. 국무위원 전체 이름으로 애도하고 장관들도 조문해달라"고 당부, 미처 전하지 못한 마음을 표현했다.

    이 대통령과 김 추기경의 인연은 상당히 오래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 대통령이 젊은 시절 논산훈련소에 자원 입대했다가 "당신 몸도 모르고 왔나. 병부터 먼저 고치고 와라"는 소리를 듣고 발걸음을 돌린 일화는 잘 알려져있다. 지독한 가난에 허덕이던 이 대통령은 주위의 권유로 한 천주교 병원을 찾아 치료를 받게 된다. 이 대통령은 "다행이 병도 나았지만 무엇보다 수녀님들이 진심으로 간호하고 기도로 돌봐준 정성에 깊은 인상을 받았다"고 여러 차례 사석에서 소개했다고 청와대 김은혜 부대변인이 전했다.

    한참이 지난 1970년대 이 대통령이 현대건설 부사장 재직시 근로자들을 위한 병원을 울산에 짓게 된다. 이 대통령은 김 추기경에게 병원을 운영해줄 것을 부탁했고, 김 추기경은 "대기업에서 병원을 만들면 모두 자신들이 맡겠다고 나설텐데 어떻게 전혀 부탁도 안한 우리에게 오게 됐냐"고 물으며 이 대통령의 요청을 받아들였다. 이 대통령은 당시 의아해하는 김 추기경에게 과거 천주교 병원에서 치료받았던 사실을 숨긴 채 단지 "신부님과 수녀님들이 병원을 맡아 주시면 우리 근로자들이 빨리 나을 것 같다"고만 말했다고 한다. 그 병원이 현재 울산 해성병원이다.

    이같은 인연으로 이 대통령은 서울시장 재직시, 그리고 대통령 선거에 나서서도 김 추기경을 자주 찾아뵙고 문안 인사를 나눴다. 이 대통령이 청계천 복원을 마친 후 찾아 일대 상인들을 일일이 만나 설득한 과정을 설명하자 김 추기경은 "중요한 현안일수록 대화로 푸는 것이 좋다"며 "나도 직접 내려가 한번 걸어보고 싶다"고 화답했다.

    2007년 대선 도중 김 추기경이 입원했다는 소식을 들은 이 대통령은 모든 행사를 중단하고 병원으로 달려갔다. 김 추기경은 문병온 이 대통령에게 "매일 기도하고 있다"고 격려했으며 이 대통령은 다시 선거 유세에 나섰다. "이 대통령에게 김 추기경은 어려울 때마다 기도로 큰 힘과 위로가 돼준 분으로 남아있다"고 김 부대변인은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