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직 대통령들은 기축년(己丑年) 새해 첫날인 1일 자택에서 각 당 지도부를 비롯한 신년 하례객들을 맞으면서 국민을 위한 정치를 당부했다. '입법 전쟁'으로 여야의 극한 대치가 계속된 가운데 맞이한 새해 인사에서 김대중 전 대통령(DJ)과 김영삼 전 대통령(YS)은 현안에 대해 각각 다른 조언을 했다.

    김영삼 전 대통령은 이날 오전 서울 상도동 자택에서 박희태 대표를 비롯해 안경률 사무총장, 정몽준 허태열 최고위원, 임태희 정책위의장 등 주요 당직자, 김무성 박 진 정병국 이종혁 등 비서출신 한나라당 현직 국회의원의 방문을 받고 현 시국에 관한 의견을 피력했다.

    YS는 최근의 국회 파행사태에 대해 "세상에 이런 국회가 어디 있느냐"면서 "정말로 국제적인 웃음거리"라고 지적했다고 김효재 대표 비서실장이 전했다. YS는 또 "야당이 폭력으로 국회의사당을 점거할 거면 돌아가면서 한 사람씩 국회의원을 하면 되지 선거는 뭣하러 하느냐"라면서 "민주주의라는 것은 다수결이 원칙인데 여당이 무기력하게 있는 것은 국민에 대한 도리가 아니다"고 강조했다.

    이에 반해 DJ는 서울 동교동 김대중도서관에서 열린 신년인사회에서 "작년 1년은 상상도 하지 못한 그런 광경 속에서 살았다"며 "지금 우리는 민주주의, 경제, 남북관계의 3대 위기에 처해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일부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올해 국내 정세 전망에 대해 "문제는 언론과 인터넷을 다스리려 하는 것이며 올해 최대 화두는 민주주의"라고 강조했다. 민주주의 문제와 관련해 지난해 촛불시위를 "여간 중대한 변화의 조짐이 아닌 직접민주주의 현상"이라며 "인터넷을 통한 지식 습득으로 통치 능력을 가진 국민을 억압으로 다스리려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는 또 "민주주의가 큰 도전을 받고 있고 다시 20∼30년 역주행하는 것 아닌가 하는 두려움을 갖고 있다"면서 "지금 권력잡고 휘두르는 분들은 우리가 구속되고 사형언도되고 고문당할 때 뭐했느냐"고 반문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함께 "이 나라에 다시 강권정치, 억압 정치를 강요하는 것은 절대 성공하지 못한다"면서 "그러나 과거 여러번 독재를 종식시킨 국민의 역량으로 미뤄 잘 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고 한 관계자는 전했다.

    김 전 대통령은 민주당의 최근 방송관계법 등의 저지 투쟁에 대해 "독재와 싸운 민주당의 근성이 나타나고 있고 기대 이상으로 잘 하고 있다"며 "촛불시위 때도 민주당보고 빨리 국회에 들어가 도와주라고 했지만 이번에도 국회 안에서 싸우니까 (바깥에서 이뤄지는) 방송관계법 문제에 얼마나 힘이 되느냐"고 말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신년인사회에는 박상천 유선호 박지원 전병헌 박선숙 의원 등 민주당 의원 10여명과 국민의 정부 시절 청와대 행정.비서관 등 100여명이 참석했다. 앞서 DJ는 한명숙 전 총리, 임채정 전 국회의장, 권노갑, 한화갑 전 의원 등으로부터 축하인사를 받았다. 이명박 대통령도 DJ 자택으로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 김덕룡 대통령 국민통합특별보좌관을 보내 신년 인사를 했다.

    한편 박 대표는 이날 상도동 방문에 이어 서울 연희동으로 전두환 전 대통령 자택을 예방했다. 전 전 대통령은 "미국은 공화당에서 민주당으로, 민주당에서 공화당으로 협조가 잘되는데 우리는 한번 정권을 잡으면 내놓지 않으려고 한다"면서 "국회에서는 표로 해야지 행동으로 해서는 안 된다"며 민주당의 국회 점거 사태를 비판했다고 황천모 부대변인이 전했다. 이에 박 대표는 "야당이 결론을 못 내도록 힘으로 밀어붙이고, 또 결론을 내더라도 승복하지 않아 힘들다"고 토로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박 대표는 몸이 불편한 것으로 알려진 노태우 전 대통령은 방문하지 않았다.[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