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루지야 전쟁의 후유증이 스포츠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지난 8일 중국 베이징(北京) 올림픽 개막식 당일 러시아가 그루지야를 공격했다는 이유로 미국 하원 의원들이 러시아의 2014년 소치 동계 올림픽 개최권 박탈을 추진하고 있는 것.

    앨리슨 슈왈츠(민주)와 빌 슈처(공화.이상 펜실베이니아) 등 2명의 의원이 주장하는 것은 "이웃국가의 영토와 국경을 존중할 줄 모르는 러시아는 올림픽을 치를 자격이 없다"는 것이다. 이는 동맹국인 그루지야를 침략한 데 대한 미국의 또 다른 보복 조치로 풀이된다.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은 "이번 전쟁으로 러시아가 국제사회로부터 고립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G8(서방선진 7개국+러시아) 정상회의에서 러시아를 몰아내고 세계무역기구(WTO), 경제개발협력기구(OECD) 가입에 제동을 걸어 러시아를 `왕따'시켜야 한다는 주장들이 벌써 나오고 있다. 

    이들 의원은 "러시아의 호전적 행위에 대해 응징하지 않고 넘어갈 수 없다"면서 소치 동계올림픽 개최권을 박탈하도록 국제올림픽위원회(IOC)에 정식으로 문제를 제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다음달 초 러시아의 올림픽 개최 반대 결의안을 의회에 제출한 뒤 결의안이 통과되면 이를 IOC에 보낸다는 계획이다.

    지난해 7월 한국의 평창을 물리치고 2014년 동계올림픽 개최도시로 선정된 소치는 그루지야 내 자치영토로, 이번에 그루지야군과 교전이 벌어졌던 압하지야 자치공화국과 32km 떨어진 곳에 자리하고 있다. 

    특히 이번 전쟁 전부터 압하지야와 그루지야 간 크고 작은 마찰이 계속되면서 '소치가 과연 올림픽을 치르기에 안전지대인가'라는 문제가 대두됐다. 

    클린턴 행정부에서 국무부 차관보를 지낸 리처드 홀브르크도 이번 전쟁이 터진 뒤 러시아 언론에 기고한 글에서 "러시아의 행위는 결코 그냥 지나칠 수 없다"며 "정치.경제 등 각 분야에서 러시아가 취하고 있는 입장과 역할에 대한 전면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그는 "크렘린은 자신들의 행위로 인해 2014년 동계 올림픽이 영향을 받을 것이라는 점을 깨달아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AFP 통신은 또 미국 의원들이 러시아의 올림픽 개최를 막기 위해 IOC로 들어가는 미국 기업들의 올림픽 협찬금을 대폭 삭감하도록 하는 법안을 만들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개최지 변경과 함께 대회 보이콧 얘기도 솔솔 나오고 있다. 지난 1979년 소련이 아프가니스탄을 침공하자 미국 등 서방 국가들이 1980년 모스크바 올림픽을 보이콧 했고, 그에 대한 보복으로 소련을 비롯한 동구권 국가들이 다시 1984년 LA 올림픽에 불참하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올림픽 개막식 날 이뤄진 이번 그루지야 전쟁이 올림픽 정신을 훼손한 것은 분명하지만 국제 스포츠 행사가 정치적.외교적인 압박 수단으로 전락, 스포츠 분야까지 `신(新)냉전'의 희생양이 돼서는 안된다는 지적이다. [모스크바=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