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선일보 16일자 오피니언면 '조선테스트'에 이 신문 김낭기 인천취재본부장이 쓴 '불법 책임 끝까지 물은 학부모들'입니다. 네티즌의 사색과 토론을 기대하며 소개합니다.

    우리 사회에서는 불법 파업이나 폭력시위에 대해 끝까지 책임을 묻는 일이 거의 없다. 정부든 기업이든 처음엔 기세등등하게 나가다가 중간에 적당히 타협하고 어물어물 넘어가는 게 무슨 미덕이라도 되는 양 굳어져 있다. 이런 풍토에 정면으로 맞선 학부모들이 있다. 전교조 교사들의 불법행위에 대해 법에 정한 그대로 책임을 물은 인천외국어고등학교 학부모들이다.

    인천외고 학부모 265명과 학생 135명 등 400명은 최근 이 학교 전교조 교사 21명의 월급 일부를 압류했다.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이기자 실제로 돈을 받아내기 위해서다. 360명은 작년 7월부터 시작해 이미 다 받아냈고 40명은 현재 압류하고 있는 중이다. 학부모들이 전교조 교사를 상대로 소송을 낸 것도 보기 드문 일이지만, 실제로 배상금을 받아내려고 월급까지 압류한 것은 전례가 없는 일이다.

    인천외고는 2004년 4월부터 몇 달간 홍역을 치렀다. 학사운영 문제로 전교조 교사 2명이 파면된 게 발단이었다. 동료 전교조 교사들은 파면 철회를 요구하며 수업을 거부했다. 확성기와 피켓까지 동원해 교내 시위도 벌였다. 사태가 계속되면서 임시 휴업령까지 내려졌다. 그래도 진정되지 않자 전체 학생 1014명 중 341명은 다른 학교로 전학갔다.


    참다 못한 학부모들은 2004년 8월 전교조 교사들을 상대로 소송을 냈다. 인천지법은 2006년 12월 학부모들에게 승소 판결을 내렸다. "교사들의 수업거부 등 위법행위로 학생들의 수학권과 학부모들의 교육권이 침해됐다"며 "아무리 목적이 정당해도 불법적 방법을 사용한 행위는 책임을 면할 수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교사 21명은 학생 1인당 50만원, 학부모 1인당 30만원씩 모두 1억470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교사들의 항소로 재판은 2심인 서울고법으로 넘어갔다.

    이런 경우 최종 판결이 나올 때까지 기다리는 게 보통이다. 하지만 인천외고 학부모들은 달랐다. 배상금을 가집행할 수 있다는 1심 판결에 따라 즉각 행동에 나섰다. 학부모 중 360명이 1차로 교사들의 월급 압류에 나섰다. 이 사이 2심 재판이 진행돼 지난 2월 역시 학부모들의 승소로 끝났다. 그러자 나머지 40명도 압류에 동참한 것이다.

    학부모들이 돈 때문에 그런 것은 물론 아니다. 그들의 변호인은 이렇게 말했다. "학부모들은 매우 완강했다. 교사로서의 책임을 소홀히 한 데 대해 끝까지 책임을 물어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들 했다." 이제 인천외고는 정상을 되찾고 공부에 전념하고 있다.

    지금까지 민주노총, 전교조, 한총련과 ○○연대니 하는 단체들의 불법·폭력적인 파업이나 집단시위가 그칠 날이 없었지만 이들이 응분의 책임을 진 경우는 거의 없다. 정부나 기업이 처음엔 강력 처벌 방침을 밝히고 손해배상 소송에 고소·고발까지 하는 등 강경한 듯했다가 시간이 지나면 모두 철회해 없던 일로 하기 때문이다. 이러니 아무리 법과 원칙을 외친들 먹혀들 리가 없다.

    김성호 국정원장은 법무부장관 시절 법치사회가 되려면 법과 원칙이 엄정히 집행돼야 한다며 이를 '뜨거운 난로'에 비유해 설명한 적이 있다. '뜨거운 난로에 손을 대면 델 수밖에 없다는 것을 보여줘야 다시는 난로에 손을 대지 않는다'는 것이다. 인천외고 학부모들은 열 마디 말 대신 한 가지 행동으로 난로의 뜨거운 맛을 보여준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