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동아일보 12일 사설 '인터넷 속의 마녀사냥과 인격살인'입니다. 네티즌의 사색과 토로늘 기대하며 소개합니다.

    촛불시위를 주도하고 있는 인터넷 포털사이트 다음의 ‘아고라’에 9일 ‘수업시간에 쇠고기 수입을 잘한 일이라고 얘기한 썩은 교사를 고발합니다’라는 글이 올라오자 게시판에는 차마 입에 담기 힘든 비난과 욕설이 쇄도했다. 서울의 모 중학교에서 국사를 가르치는 그 교사는 충격을 받아 휴대전화까지 해지했다. 학생들이 “선생님의 의도는 객관적 관점에서 우리를 안심시키려 했던 것”이라고 변호하는 글을 띄웠지만 ‘사이버 공격’은 수그러지지 않았다.

    얼마 전엔 ‘시위대를 폭행한 전경’이라면서 특정 전·의경의 얼굴 사진과 다니던 학교, 개인 홈페이지 주소, 연락처가 인터넷상에 유포됐다. 역시 온갖 욕설과 함께 ‘모든 전·의경을 사회에서 매장시키자’ ‘2008년 5~6월에 복무한 전·의경은 사회에서 받아주지 말자’는 글들이 쏟아졌다. 개그우먼 정선희 씨는 방송 프로그램에서 ‘시위 참가자들도 시민정신을 잃어서는 안 된다’는 취지의 얘기를 했다가 누리꾼들의 공격을 받고 프로그램을 그만뒀다.

    익명의 그늘 아래서 자행되는 인터넷 마녀사냥과 인격살인이 도를 넘었다. 가히 집단적 광기(狂氣)라 할 만하다. 광기가 개인의 양심과 자유를 억압하는 사회가 전체주의 사회다. 일부 누리꾼은 쌍방향 민주주의의 수단이라는 인터넷을 전체주의적 폭력의 도구로 이용하고 있다. 폭력이 클릭 한 번에 전국으로 확산된다는 점에서 더 잔인하고 치명적이다.

    촛불시위에 반대해 광화문에서 1인 시위를 벌이고 있는 이세진 씨에게도 침을 뱉거나 뺨을 때리는 사람이 있다고 한다. 이들 또한 ‘군중’이라는 익명의 그늘에 숨어 폭력을 행사하고 있다는 점에서 인터넷 폭력과 뿌리가 같다. 시위 현장에서는 전·의경을 향해 침을 뱉고, 욕을 해대는 초중고교생까지 있다고 한다. 아무리 철부지 아이들의 짓이라고 하지만 누가 이들에게 이런 폭력성을 심어줬는지 정말 걱정이다. 이들이 과연 제대로 된 민주시민으로 성장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인터넷상의 이런 야만을 바로잡지 않으면 우리의 민주주의에 미래는 없다. 사이버 세계도 군중이 아닌 공중(公衆)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