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선일보 17일자 사설 '민주당, 민주당 정권이 한미 FTA 체결한 걸 벌써 잊었나'입니다. 네티즌의 사색과 토론을 기대하며 소개합니다. 

    17대 국회가 오는 23일 사실상 4년의 막을 내린다. 5월 30일부터는 18대 국회 임기가 시작된다. 국회의원 총선 뒤 상당수 낙선자들이 의석을 차지한 거북한 분위기에서 이번 임시국회가 열린 것은 순전히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을 위해서였다. 그러나 통합민주당이 쇠고기 협상을 다시 하지 않으면 FTA 비준을 막겠다고 하고 있다. 방한 중인 미국 상무장관은 "쇠고기 재협상은 없다"고 재확인했다. 결국 민주당 주장대로라면 한미 FTA 국회 비준은 불가능하게 된다.

    한미 FTA는 2006년 2월 민주당(열린우리당) 정권이 시작했다. 당시 민주당 정권은 노조와 농민단체 등이 전국에서 들고일어나는데도 2007년 6월에 미국측과 협상을 완전 타결 지었다. 당시 민주당 정권은 한미 FTA가 선진국으로 가는 대문을 여는 것이라고 했다. 국내에 일부 피해를 보는 부문도 있겠지만 수출 시장이 획기적으로 확대되고 서비스 산업이 세계적 수준으로 발전하며 일자리가 창출될 것이라고도 했다.

    한미 FTA의 비준안을 국회에 제출한 것도 민주당 정권이었다. 한미 FTA가 민주당 정권이 남긴 최대 업적이라는 데에 이의를 다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그런데 그 민주당이 비준 길을 막겠다고 큰 대자(大字)로 드러누웠으니 세상에 이런 웃기는 일이 없다.

    민주당은 지금 미국과의 쇠고기 협상을 문제 삼고 있다. 그러나 2005년 미국 쇠고기 수입 재개 협상을 시작한 것도 민주당 정권이었다. 민주당측은 "우리는 30개월 이상 쇠고기는 막았다"고 하고 있다. 그러나 지금 세계 선진국들을 거의 모두 포함해 96개국이 월령 제한 없이 미국 쇠고기를 수입하고 있다. 미국측은 현재 진행 중인 일본과의 협상에서도 월령 제한이 없어질 것이라고 장담하고 있다. 앞으로 미·일 쇠고기 협상이 우리와 다르게 결론이 나지 않는 이상 대한민국만 예외가 될 수는 없는 일이다.

    정당이 식품에 대한 국민의 불안을 대변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정도가 있어야 한다. 한미 FTA를 체결하고 국회에 비준 동의안을 낸 게 민주당 정권이라면 그 책임감 때문에서라도 광우병 예방 대책은 그것대로 세우면서 한미 FTA는 비준에 앞장서는 것이 민주당이 가야 할 길이다. 그래야 책임정당이다.

    그런데도 민주당 가운데 과거 집권당으로서의 이런 책임감을 표시하는 의원은 단 한 사람도 없다. 무책임한 당(黨)에 무책임한 의원뿐이다. 민주당이 이런 무책임 정당이 돼버린 것은 7월 당 대표 경선을 앞두고 "쇠고기 재협상" "FTA 반대"를 외치지 않으면 경쟁 대열에 끼지 못할 것을 두려워해서라는 것이다.

    만약 우리 국회에서 FTA 비준안이 통과됐는데도 미국 의회가 비준하지 않으면 그 책임은 이명박 정부가 질 수밖에 없다. 그러나 민주당 때문에 우리 국회에서 비준안이 무산되고 이것이 미국 의회의 비준 반대를 부른다면 그 책임은 전적으로 민주당이 져야 한다.

    한미 FTA 발효가 1년 늦어지면 직간접 비용 15조원의 손실이 발생한다는 대한상공회의소의 분석도 있다. 만약 FTA 자체가 파산하면 그것으로 국가가 입을 피해는 숫자로 계산할 수도 없을 것이다. 민주당은 과연 그 뒷감당까지 각오하고 지금 '무책임한 정치휴가'를 즐기고 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