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운천 농림수산식품부 장관이 낭떠러지에 선 모양새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 논란의 중심에서 야당은 물론 여론의 집중포화를 받고 있는데 정치권에선 '버티기 힘든 상황까지 온 게 아니냐'는 목소리에 힘이 실리고 있다.

    14일 국회 통일외교통상위원회의 한·미 FTA(자유무역협정) 청문회에 참석한 정 장관은 지난 농해수위 청문회에 이어 다시 코너에 몰렸다. 가뜩이나 악화된 여런에다 동물성 사료 규정에 대한 협의문 오역 등 새로운 문제점이 발견되면서 정 장관이 설 자리는 더 좁아졌다. 이런 상황에서 국회 청문회에 나온 정 장관은 야당 의원들의 공격에 제대로 대응 못했고 제기된 의혹에 대해서도 "OIE(국제수역사무국) 기준에 따라 협상했다"는 기존의 답변만 반복해 의원들로 부터 따가운 질책을 받았다.

    야당과 여론의 집중포화를 받은 탓인지 정 장관은 청문회에 나온 타 부처 장관이나 정부 관계자들에 비해 답변 태도가 매우 위축된 모습을 보였다. 야당 의원들의 고압적인 질문에는 목소리를 낮췄고 답변을 하다가도 의원들이 몰아세울 경우엔 곧바로 '꼬리'를 내리는 등의 저자세를 보였다. 야당 의원들의 질문과 공세에 대한 정 장관의 답변 대부분은 "네" "그렇습니다" "그 내용은 다 알지 못합니다" 등이었다. 답변하고자 했던 내용조차도 의원들의 공세에 막힐 경우 발언을 중단해 명확한 입장 전달을 하지 못했다. 정 장관이 답변을 제대로 못해 뒷자리에 앉은 민동석 농식품부 농업통상정책관이 대신 답변하는 모습도 자주 연출됐다.

    더구나 협상 지침을 본인 스스로 내렸다고 주장하면서도 구체적인 의원들이 질문에 "97년 미국의 동물성 사료금지 조치 이후 10년 동안 광우병 소가 한 마리도 발견되지 않았기 때문에…"라는 답변만 하자 통합민주당 강창일 의원 입에선 "정 장관은 얘기하다보면 자꾸 구설을 만들어 낸다. 정 장관은 내용을 잘 몰라서 질문하기 갑갑하다"는 말까지 나왔고 여당인 한나라당 남경필 의원마저 정 장관의 사퇴 필요성을 언급했다.

    우군이라 할 수 있는 여당 내에서조차 정 장관 사퇴 목소리가 나오고 있고 보수 성향 중앙일보는 이날 '이제 농림부 장관 물러나야'란 제하의 사설까지 실어 정 장관의 사퇴를 요구하고 나섰다. 정부가 장관고시를 연기하겠다며 한 발 물러섰지만 야당은 고시 연기만으로는 해법이 될 수 없다고 주장하며 좀처럼 공세 수위를 낮추지 않고 있다. 정 장관이 자신에 대한 사퇴요구에 "어떤 상황이든 소임을 다하겠다"고 답하고 있지만 설 자리는 점차 줄어드는 모양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