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3일 국회 통일외교통상위원회에서 열린 한·미 FTA(자유무역협정) 청문회는 '위원 교체'문제로 시작부터 여야 간 공방을 주고 받았다. 통합민주당이 청문회를 앞두고 6명의 위원을 교체한 것이 발단이 된 것. 한·미 쇠고기 재협상 없이는 한·미 FTA 비준은 없다고 공언하고 있는 민주당이 이번 국회 청문회를 앞두고 통외통위 상임위원을 한·미 FTA 비준 동의에 긍정적인 의원 대신 반 FTA 의원으로 교체했다는 것이 한나라당이 갖는 의혹이다.

    통외통위 한나라당 간사인 진영 의원은 청문회 시작 전 신상발언을 통해 이 문제를 지적했다. 진 의원은 "6명이 사·보임 된 이유를 의아해 하는 국민들이 많다"면서 "국회법 48조 6항을 보면 임시회 중에는 갑자기 의원이 아프거나 상임위 활동을 할 수 없을 경우를 제외하고는 (사·보임)할 수 없다"면서 "6명 의원이 몸이 아프다는 말을 들은 적이 없는데 한·미 FTA 비준을 저지하려는 (민주당) 지도부의 뜻을 갖고 의원들을 사·보임한 게 아니냐"고 따졌다.

    그러자 민주당 간사인 이화영 의원이 "우리 당에서는 통외통위의 효율적 운영을 위해 정치적으로 판단했다"면서 "한·미 FTA 비준동의가 이뤄지려면 쇠고기 재협상이 이뤄져야 가능하다는 것은 국민적 합의에 가깝다"고 받아쳤다. 다시 한나라당 정몽준 의원이 마이크를 잡았는데 정 의원 발언으로 양측 공방은 더 가열됐다. 정 의원은 "얼마 전 신문을 보니까 이명박 대통령이 김원웅 위원장과 한·미 FTA 비준을 위해 전화 통화를 했고 김 위원장도 화답했다고 들었다"면서 "(민주당 의원들이) 새로 오신 것은 환영하는데 (이 대통령이) 미리 알았다면 (사·보임 된 의원들에게) 전화로 부탁도 할 기회가 있었을텐데 아쉽다"고 말했다.

    이에 김 위원장은 "정 의원이 이 대통령이 내게 전화했다고 했는데 사실"이라며 "4월 29일 오전 이 대통령이 전화로 한·미 FTA 처리를 당부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정 의원이 김 위원장도 화답했다는 부분에 대해선 반박했다. 김 위원장은 "(한·미 FTA 처리가) 국익에 부합하는지를 철저히 검증해서 처리하겠다고 답변했다"면서 "국익 부합 여부를 검증하는 절차로 이번 청문회를 열고 있다"고 주장했다.

    민주당 최성 의원은 "한·미 FTA 비준 청문회를 하는데 이 대통령의 전화 얘기가 나오고 정몽준 의원은 힐난하는 식으로 (사보임 된 의원들을 이 대통령이 미리 알았으면) 전화를 해줬을텐데 라고 말하는데 (이 대통령은 의원들에게) 전화할 시간이 있으면 미국 부시 대통령에게 전화해 재협상을 요구해야지 FTA 비준 청문회가 이 대통령 요청으로 하는 청문회냐"고 따졌다. 그는 이어 "국민생존권과 연결된 비준동의 청문회에 대해 이처럼 전화 운운 발언은 용납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한나라당 김광원 의원은 다시 민주당 의원 교체 문제를 꺼내 역공을 펼쳤다. 김 의원은 "중요한 사안이 상임위에 계류되면 위원 전원이 바뀌는 이런 경우는 사실 상임위가 특정위원의 활동무대로 전락하는 것"이라며 "6명이나 교체됐는데 만약 법사위원회가 중요한 게 있다면 위원들 다 바꾸고… 그러면 그게 난장판이지…"라고 개탄했다. 같은 당 남경필 의원도 "한나라당이나 언론에서도 사·보임된 배경에 정치적인 이유가 있을 것이란 생각을 갖고 있다"면서 "결혼식을 앞두고 신부가 뒤바뀐 느낌"이라고 비판했다. 이런 비판에 민주당 윤호중 의원도 "보임된 의원들의 의견도 들어보기 전에 한·미 FTA 반대자로 간주하고 말하는데 주의 해달라"고 반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