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선일보 17일 사설입니다. 네티즌의 사색과 토론을 기대하며 소개합니다.

    교육부가 지금까지 중1~고1 영어·수학에 한해 3개 수준 이상으로 반을 편성해 가르치도록 했던 수준별 이동수업을 앞으론 학교가 알맞은 수업방법을 찾아 스스로 결정하도록 하겠다고 하자 "우열반(優劣班) 하자는 거냐"는 비판이 쏟아져 나왔다.

    전교조는 "(새 정부 교육정책은) 성적으로 학생을 줄 세우고 학교를 입시 전쟁터로 내몬다"는 성명을 냈다. 일부 좌파 교육단체와 좌파 언론들도 잇따라 들고일어나 초·중·고 일선 학교에 대폭적으로 자율권을 부여하겠다는 교육부 방침에 대해 "교육부가 간섭 안 하겠다는 것은 학교가 우등생 따로, 열등생 따로 모아 차별교육 시켜도 괜찮다는 것 아니냐"고 공격을 퍼붓고 있다.

    세상 만사(萬事)를 강자와 약자, 약탈자와 피해자, 잘살고 똑똑한 인간과 못살고 못난 인간으로 둘로 나눠 자기들은 약자와 피해자와 못살고 못난 인간의 대변자인 양 떠드는 위선자(僞善者) 버릇이 다시 되살아난 것이다. 좌파들은 이런 계급적 편 나누기의 도사(道士)들이고, 이런 수법으로 매번 큰 재미를 봐 왔다.

    학교가 학생 석차를 근거로 '우등생반' '열등생반'을 만든다면 그걸 찬성할 학부모, 학생, 교사는 아무도 없을 것이다. 아이들한테 공부가 좀 뒤처진다고 이런 낙인(烙印)을 찍는다면 그건 교육이라고 할 수도 없다.

    수준별 이동수업은 학생 실력에 맞게 교실을 옮겨가면서 과목별로 수업을 듣게 하는 것이다. 좌파 교육학자들이 평등교육의 모범으로 칭송하는 핀란드에선 같은 반 옆자리 친구라 해도 시간표는 제각각이다. 과목별로 현재 자기 수준에 맞는 과정을 찾아 따로 모여 배우기 때문이다.

    이렇게 하면 수업 내용을 알아듣지도 못하면서 몇 시간씩 교실에 갇혀 있어야 되는 일부 학생들을 '교실 지옥'에서 구출해주고, 뻔히 아는 내용을 되풀이하는 수업시간 내내 하품을 하면서 견뎌내야 하는 또 다른 학생들의 고통도 덜어주게 된다. 각 수업의 집중도와 효율도 높아진다.

    좋은 경쟁은 저마다 수준이 다른 모든 학생이 자기 수준에서 열심히 노력해 더 나은 단계로 발전할 수 있게 하는 계기를 만든다. 그런데도 좌파의 위선자들은 교육 평등을 내세우며 모든 경쟁에 '점수로 줄 세운다'는 딱지를 붙여 학생과 학부모를 뺏고 뺏기는 적대적(敵對的) 두 그룹으로 갈라 찢어놓으려고만 한다. 대학이 내신 평가에서 고교 간 학력 차이를 반영해 각기 자기 수준에 맞는 대학을 갈 수 있도록 하자고 나서자 좌파 교육단체들이 '고교등급제'니 '연좌제'니 하는 말을 만들어 매도했던 것도 대표적 '낙인 찍기' 수법이었다.

    교육부부터 객관적 용어를 잘 골라 써야 한다. '낙인 찍기'에 이골이 난 프로 선동꾼들한테 괜한 빌미를 줘 휘둘리다가는 좋은 교육정책도 제대로 굴러가기 어렵게 된다. 언론도 보다 신중해져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