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나라당 이명박 대선후보의 독주체제에 영향을 줄 변수가 집중될 것으로 예상되던 '11월의 위기'는 없었다. 이 후보는 11월말경 진행된 각종 여론조사에서 40%대의 지지율을 고수, 2위권과 두배가량의 격차를 유지하면서 추격을 허락하지 않았다.

    이 후보를 위협할 변수로 김경준 국내송환으로 인한 BBK의혹, 이회창씨의 대선출마여부, 박근혜 전 대표 진영과의 갈등 표출, 그리고 여권의 단일화 등이 꼽혔었다. 이 가운데 이회창씨가 한나라당에 등을 돌리고 뛰쳐나간 것을 제외하곤 실제 파괴력을 띨 만한 징후는 보이지 않고 있다. 이회창 후보의 출마 역시 이명박 후보의 대세론을 흔들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클린정치위원회 고승덕 변호사는 뉴데일리와 만나 "사필귀정. 어느 것도 진실을 가릴 수는 없을 것"이라며 검찰의 BBK수사에 강한 자신감을 나타냈다. 고 변호사는 "검찰측에서 나오는 정보에 의해서도 공정한 수사가 이뤄지고 있다"며 "아주 좋은 분위기"라고 말했다. 다만 "일부 언론에서 비공식 라인을 통해 '오보'를 전하고 있어 부담"이라고 말해 특정 친여매체에 의한 여론재판에 우려를 전했다. 이 후보 연관여부에 대한 검찰의 발표는 김경준을 기소하는 내달 5일경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한나라당은 30일 BBK대주주였던 다인벤처스 대표 홍종국씨가 검찰에서 "1999년 9월 BBK에 30억원을 투자해 지분 99%를 갖게 됐고, 한두 달 뒤 절반의 지분을 김경준에게 판 뒤 2000년 2월 28일 이후 나머지 지분도 김씨에게 넘겼다. (30억원은) e캐피탈 대주주인 이덕훈 흥농종묘 전 회장의 돈"이라며 김경준이 주장한 '이면계약서'와 정면배치한 내용을 진술한 것으로 알려지자 더욱 힘을 얻은 표정이다.

    리얼미터 여론조사가 29일 발표한 결과에 따르면 이 후보는 39.2%의 지지율을 기록, 선두를 질주했다. 이회창 후보는 출마선언 직후에서 답보상태인 20.2% 수준에 머물렀다. 대통합민주신당 정동영 후보는 11.6%로 두자릿 수 지지율까지 위협받는 처지가 됐다. 이회창 후보의 출마는 이명박 후보의 지지율을 잠식한 효과보다 정 후보를 3위권으로 밀어낸 것이 대선판도에 준 영향이 더 크다는 분석이다. 이명박 후보와 한나라당은 최근 유세에서 이회창 후보에 대한 공격보다 현 정권의 실정을 부각하고 집권세력을 비판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이회창 후보가 '미풍'에 그칠 것이라는 자신감과 함께 향후 연대 가능성을 열어두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박 전 대표는 이회창 후보의 출마에 대해 "정도가 아니다"며 선을 분명히 함으로써 이 후보측 부담을 일단 덜어주는 듯했다. 그러나 29일 "BBK 문제는 확실하게 매듭지어야할 문제다. 사실관계를 한 점 의혹없이 밝히고, 그에 따라 국민이 판단할 일"이라고 말해 전폭적 지원과는 거리가 있음을 시사했다. 곽성문 의원의 탈당과 박 전 대표 지지세력인 박사모의 이회창 지지도 부담이다.

    박 전 대표는 30일 장외유세에 나선다. 박 전 대표는 전남 무안, 해남, 강진을 돌며 유세지원에 나서지만 '이명박 대통령 만들기'보다 '정권교체'와 '좌파정권 종식'에 포커스를 맞출 것이라는 견해가 우세하다. 한나라당은 내달 초 있을 첫 방송연설에 박 전 대표가 나서 줄 것을 요청했다. 박 전 대표의 이날 유세내용과 방송연설 수용 여부도 주목되는 대목이다. 이 후보측 일각에서는 "박 전 대표측에서도 더 이상의 몽니가 부담스러울 것"이라며 "원칙을 중시하는 박 전 대표인 만큼 한나라당에 의한 정권교체를 위해 적극 나설 것으로 본다"고 낙관했다.

    한편 이 후보는 이날 제주도 표심잡기에 나서며 광폭행보를 이어간다. 이 후보는 오전 서울 명동 YMCA에서 여성정책토론회를 가진 뒤 제주도로 이동, 제주상공회의소에서 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 홍보관을 방문해 '제주관광 발전'과 '지역경제활성화'를 위한 비전을 제시한 후 제주시청 앞에서 시민들에게 직접 지지를 호소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