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북핵 6자회담 미국측 수석대표인 크리스토퍼 힐 미 국무부 차관보의 행보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AP통신은 23일 미 국무부 관계자의 말을 인용, 힐 차관보가 다음달 초 베이징에서 북핵 6자회담을 재개한다는 기대를 갖고 오는 27일부터 일본과 한국을 방문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6자회담 러시아측 수석대표인 알렉산더 로슈코프 외무부 차관은 전날 중국이 다음달 6일부터 8일까지 북핵 6자회담을 개최할 것을 다른 회담 참가국들에 제안했다고 밝혔다. 이렇게 보면 힐 차관보의 동북아 순방은 6자회담 개최가 사실상 확정된 것으로 보고 한국과 일본의 협상파트너들과 사전협의 하기 위한 것으로 관측된다.

    특히 오는 27일부터는 한국과 일본, 그리고 중국, 러시아의 정부 당국자들이 영변 5㎿ 원자로 등 현재 불능화 작업이 진행중인 북한내 3개 시설을 참관하기로 돼있다. 하지만 힐 차관보의 행보는 불능화 보다는 북한의 신고와 보다 깊은 관련이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미국내 부정적 여론 속에서도 북한의 핵시설 불능화와 핵 프로그램 신고에 상응하는 조치로 북한을 테러지원국 명단에서 삭제하고 적성국 교역법 적용대상에서 제외하는 것을 상정해놓은 힐 차관보로서는 북한의 '확실하고 성실한 행동'을 다짐받아야 할 상황이다.

    미 의회는 북한이 과거 핵활동에 대해 '만족할 만한 수준'의 해명과 신고가 전제되지 않고서는 테러지원국 해제가 불가능하다는 점을 거듭 강조하고 있다.

    북핵 현안에 정통한 한 외교 소식통은 24일 "워싱턴의 기류를 볼 때 힐 차관보가 협상가로서의 능력을 발휘해야 할 고비가 다가오고 있다"면서 "북한측이 그의 의도대로 행동하면 좋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 힐 차관보의 위상이 많이 손상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한국과 일본을 방문하는 것보다 힐 차관보가 6자회담 수석대표회담 개최에 앞서 베이징을 방문해 북한의 김계관 외무성 부상을 만날 지가 주목된다.

    그가 27일부터 일본을 방문한다는 외신 보도를 감안하면 6자회담 개최(잠정적으로 6일)까지 상당한 시일이 남아있다. 따라서 그가 일본과 한국을 거쳐 중국 베이징에서 김계관 부상과 만날 가능성은 농후하다.

    정부 당국자들은 힐 차관보의 동선(動線)에 대해 철저하게 함구하고 있다. 이런 신중한 당국자들의 행동이 오히려 힐 차관보가 이번 동북아 순방에서 모종의 중대한 임무를 할 가능성을 엿보게 한다는게 외교가의 분위기다.

    이 소식통은 "비핵화 2단계 조치인 불능화와 신고를 연말까지 하게 돼있는 10.3합의 규정을 감안하면 앞으로 6자회담 논의가 12월 이후부터 매우 빠른 속도로 진행돼야 한다"면서 "하지만 6자회담 참가국의 내부 사정 등을 생각하면 얼마나 빨리 합의이행이 이뤄질 수 있을 지는 불투명하며 그럴 수록 힐 차관보의 행보에도 큰 영향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