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를 따르라, 근데 이 산이 아닌게벼…’

    김한길 공동대표 등 중도통합민주당 내 통합신당계열 출신 19명 의원이 3일 오후 통합민주당을 탈당했다. 지난 2월 ‘대통합의 밀알이 되겠다’며 열린우리당을 탈당한지 6개월여 만에, 이번에는 “대통합의 밀알로 썩어지기를 작정했다”며 또 다시 탈당 카드를 꺼냈다. 이에 따라 지난 6월 27일 민주당과 중도개혁통합신당의 합당으로 탄생한 통합민주당은 결국 쪼개지게 됐다.

    김 대표는 이날 당적을 정리하면서 “애오라지 추구해온 대통합의 대열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것이 우리의 확고한 입장”이라며 탈당의 불가피성을 피력했다. “끝내 박상천 대표 등과 함께 대통합신당에 합류하지 못하는 것을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고도 했다.

    김 대표는 그러면서 신당계열 의원들의 이같은 행보를 놓고 ‘명분과 실리를 다 놓쳤다’는 비판을 의식한 듯 “우리는 한나라당에 갔다가 돌아온 것이 아니다”라며 “민주평화 중도개혁 세력의 대통합을 목표로 할 수 있는 것을 몸으로 실천했다”고 ‘항변’(?)했다.

    김 대표는 또 “집권여당 집단탈당이라는 결단으로 범여권의 지각변동이 뒤따른 결과 대통합민주신당의 등장이 가능한 토대가 마련됐음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라고도 했다.

    그러나 김 대표를 겨냥한 범여권의 시선은 따갑기 그지 없다. 범여권 안팎에선 “이럴거면 뭣하러 열린당을 탈당했으며, 왜 민주당과는 합당을 했느냐”는 비판 일색이다. 오히려 범여권의 대통합 작업이 가까운 길을 놔두고 멀리 돌아온 셈이 됐다는 것이다.

    김 대표의 대통합 추진과 관련한 전략은 한 마디로 ‘판단 미스’며 이러한 ‘판단 미스’가 남긴 것은 열린당, 중도개혁통합신당, 중도통합민주당, 범여권 신당인 대통합민주신당 이라는 6개월만에 네 차례가 당적을 바꾸는 ‘영광스런 훈장’(?)만 남지 않았느냐는 것이다.

    또 범여권의 한 관계자는 “12억원이면 당직자 월급이 얼만데…”라며 “고작 박상천 계좌에 12억원만 넣어주고 온 것 아니냐”며 이번 탈당 사태로 고스란히 날린 2분기 국고보조금 문제를 언급했다.

    이와 관련, 통합민주당의 유종필 대변인은 이날 국회 브리핑을 통해 “통합민주당을 탈당해 제3지대 신당으로 가는 것을 중도개혁세력대통합이라고 하는 창당 정신에 어긋나는 것”이라며 “돌고 돌아 도로 그 자리라는 말이 있는데, 이 경우가 딱 들어맞는 말인 것 같다”고 이들의 탈당을 힐난했다.

    유 대변인은 “그토록 비판하면서 탈당했던 ‘도로 열린당’에 복귀하려면 애당초 왜 탈당을 했는지 도저히 이해가 되질 않는다”면서 “참 싱거운 분들이다. 명분도 정치신의도 저버린 탈당은 국민의 비판을 면치 못할 것이다. 제3지대 신당은 이 당, 저 당 탈당자를 끌어모르면서 정치난민 수용소라는 것이 더욱더 분명해 지고 있다”고 말했다.

    통합민주당은 이날 김 대표를 중심으로 한 신당계열 의원들의 탈당과 동시에 당명의 약칭을 ‘민주당’으로 원위치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