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일 열린우리당이 심상치 않다. 전날 정대철·김한길 신당(가칭 미래창조대통합민주신당) 창당준비위원회 공동위원장과 손학규·정동영·천정배 대선예비후보가 5인 회동을 갖고 발표한 합의문 때문이다.

    이들은 당시 합의문을 통해 ‘열린우리당 및 기타 세력과의 통합 문제는 창당 후 의결기구에서 논의한다’며 ‘선 중도통합민주당 합당, 후 열린당 합당’을 분명히 했다.

    이를 놓고 당일 오후에 열렸던 열린당 예비후보(김두관 김혁규 신기남 이해찬 한명숙)와 정세균 당의장과의 간담회 자리에서는 참석자 모두가 속을 부글부글 끓였다고 한다. 특히 정 의장은 “있을 수 없다. 모욕적”이라고 화를 내면서 합의문에 상당한 유감을 표시했던 것으로도 확인됐다.

    이에 앞서 서혜석 대변인도 브리핑을 통해 “대통합의 원칙에 부합하지 않은 매우 부적절한 제안”이라면서 “대통합을 완성하는 데 중대한 차질을 가져올 우려가 크다”고 강한 불만을 표출했다. 그는 “대통합 원칙에 입각한 균형있는 노력을 해 달라”고 강력히 주문했다.

    이어 2일에는 신기남 전 의장이 국회에서 긴급 기자간담회을 열어 “대통합은 상호 존중과 균등한 참여 속에 추진돼야 한다”면서 “한쪽을 배제하려 하거나 폄훼하는 태도로는 결코 대통합을 이룰 수 없다”며 신당 참여 불참 의지까지 간접적으로 내비쳤다. 신 전 의장은 “열린당과 민주당은 대통합 과정에서 동등하게 동일한 조건으로 참여해야 한다”면서 ‘선 중도통합민주당 합당, 후 열린당 합당’ 방침을 힐난했다. 

    열린당 지도부와 대선예비후보들이 일제히 불쾌감을 표시하며 신당 참여 불참 의지까지 내보인 것으로 풀이되면서 5일 창당대회를 앞둔 신당의 운명마저 위태롭게 하는 형국으로 번질 태세로 비쳐지는 모양새다.   

    그러나 일각에선 이를 놓고 ‘정 의장이 뒷통수를 맞은 것 아니냐’며 정 의장의 불찰을 지적하고 있다. 신당 창준위 상임위원장을 맡은 정대철 전 의원의 경우, 열린당 탈당 자체부터가 당 지도부와의 교감속에서 이뤄진 것 아니냐는 것이다. 지도부와의 교감은 곧, 정 전 의원이 사실상 범여권 대통합을 위한 일종의 권한을 당 지도부로부터 위임을 받은 것이나 다름없고 또 사실상 열린당 지도부도 정 전 의원을 '아군'으로 생각했을텐데 왜 이제와서 발끈하고 나서는 것이다.

    실제 정 의장은 당시 정 전 의원 그룹의 탈당에 대해 “지도부와의 교감을 통해서 사후에 결정됐다고 말하는 게 정확한 표현”이라면서 “자신들이 대통합신당 추진을 위해서 당을 떠나서 그 일을 하겠다고 결심을 하고 지도부와 협의했고 지도부도 공감했다”고 설명했었다. 또 초·재선 의원 16명이 탈당할 당시에도 “알고 있었다”며 “내가 판단하기에는 그런 것이 대통합을 성사시키기 위한 노력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서, 그렇다면 동의할 수밖에 없지 않나 생각한다”고 말한 바 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정 의장이 뒷통수를 맞은 것 아니냐’는 시선이다. 대통합에 밀알이 될 줄 알았는데, 역으로 열린당 지도부가 ‘배제’를 당한 꼴이 아니냐는 해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