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4일 발표한 한나라당의 새 대북정책 '한반도 평화비전'을 두고 보수진영의 고민이 깊다. 보수정당인 한나라당이 새롭게 제시한 대북정책의 내용이 매우 파격적이기 때문이다. ·

    대선 전 남북정상회담 개최를 강하게 반대하던 한나라당은 ▲남북정상회담 개최를 주장했고 국가보안법 사수를 외치던 과거와 달리 ▲북한 방송·신문 전면 개방을 발표했으며 김대중 정부의 '햇볕정책'을 '대북퍼주기'라 비판했으면서 ▲연 15만 톤 쌀 무상 지원을 새 대북정책에 담았다.

    민주노동당을 제외한 나머지 정당의 이념과 정책은 크게 다르지 않다고들 한다. 그래서 보수와 진보정당을 나눌 수 있는 가장 큰 잣대가 됐던 이슈는 '대북정책'밖에 없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그런데 보수진영을 대표하는 한나라당이 '대북정책'마저 급진적으로 변화하면서 보수진영은 큰 혼동을 겪고있다.

    당장 일부 보수단체들이 반발하고 나섰다. "이제 한나라당과 수구좌파 집권세력의 본질적 차이가 없어졌다"는게 보수진영의 주장이다. "한나라당 지지를 철회하겠다"는 목소리까지 나온다. 한나라당 지도부도 고민이다. 당내에서는 "햇볕정책이 아니라 불볕정책을 한다"는 비판까지 나온다.

    9월 정기국회 전 당론으로 채택하겠다는 방침이지만 보수진영의 강한 반발은 물론 당내 일부 강경보수 성향 의원들과 이회창 전 총재까지 반대하고 있고 당의 유력대선주자인 박근혜 이명박 후보의 주장과도 일부 배치돼 당론채택에서 진통이 불가피 할 것으로 전망된다.

    대북정책 발표 후 가장 먼저 눈길이 쏠린 쪽은 바로 박근혜 이명박 두 유력주자들이다. 이들이 어떤 입장을 취하느냐에 따라 당론채택 여부가 결정될 수 있기 때문이다. 당초 4일 국회의원 및 당원협의회 운영위원장 연석회의에서 당론으로 추인받으려던 당 지도부는 한 발 물러섰다. 9월 정기국회 전까지 당내부와 보수진영의 의견수렴 과정을 거쳐 확정짓겠다는 방침이다.

    보수진영의 강한 반발도 문제지만 무엇보다 박근혜 이명박 두 후보의 주장과도 일부 배치되는 내용이 포함돼 있기 때문이다. 결국 키는 대선후보가 쥘 수밖에 없어 8월 20일 경선 이후 결정된 후보와 최종 조율작업을 거치겠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읽힌다. 그래서 보수진영은 두 후보에게 입장표명을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두 후보 모두 당의 새 대북정책 발표에 이렇다 할 공식입장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양 캠프 모두 4일 부터 지금까지 당의 대북정책 발표에 논평하나 내지 못했다. 경선을 코앞에 둔 시점에서 섣불리 입장정리가 힘들기 때문이다. 당 입장에 동조할 경우 보수진영의 강한 반발에 부딪쳐 상당수 집토끼를 잃어버릴 수 있고 반대를 할 경우 변화에 뒤쳐진다는 비판과 본선에서의 외연확대에도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고민을 하고 있는 것이다.

    박근혜 "상호주의 벗어난 정상회담 현재로선 가능하지 않아"
    당장 당 대북정책에는 반대안할 것, 의견조율 통한 수정·보완 필요주장

    양 캠프 모두 이번 당이 내놓은 대북정책이 자신들의 기존 입장보다 한발짝 더 나갔다고 주장하고 있다. 좀더 유연한 대북정책의 필요성에는 공감하면서도 일부 내용에 대해서는 거부감을 보이고 있다.

    박 전 대표는 7일 뉴데일리를 통해 입장을 내놨다. 후보들 중 '보수적'이란 평을 듣는 박 전 대표는 이날 김재원 대변인을 통해 "대북정책, 통일정책, 남북문제에 대해서는 기존에 주장해오던 (본인의)소신이나 원칙이 맞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박 전 대표는 "핵문제만 해결되면 북한에 대한 지원도 가능하다고 주장해왔는데 유연한 상호주의에서 벗어나 핵문제와 별도로 북을 지원하고 남북정상회담을 한다는 것은 현재로서는 가능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박 전 대표는 또 "6자회담 틀에서 2·13합의 등 국제공조를 통해야 만 (북핵폐기가)가능한데 이런 역학관계를 무시하고 상호주의를 벗어나 (대북지원을)한다는 것은 듣기에는 당장 좋은 안이 될지 몰라도 (지금은)가능한 상황이 아니다. 그런 면에서 걱정스럽다"고 말했다. 박 전 대표는 북에 대한 지원 및 교류를 북핵폐기와 연계해 단개별로 확대를 하고 2·13합의가 이뤄진 만큼 국제공조속에서 북핵폐기와 북개방을 추진하자는 입장이다.

    유연한 대북정책의 필요성에는 공감하지만 현실 가능한 정책을 추진하자는 것이고 북한이 2·13합의를 한 만큼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국제사회와 손발을 맞춰 단계적으로 북한의 합의이행을 이끌어가자는 것이다. 일단 당의 대북정책과는 온도차가 있다.

    하지만 당장 당의 정책에 반대를 하진 않겠다는 입장이다. 김 대변인은 이날 뉴데일리와 통화에서 "당론을 모아가는 과정인데 후보가 이래라 저래라 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대선주자가 당론수렴과정에 개입할 경우 건전한 논의가 될 수 없다"고 했다. 시간을 갖고 당과 의견조율을 하겠다는 것이다. 

    이명박 캠프도 "우리 입장보다 더 나아간 것 같다" 
    "북핵폐기에 대한 구체적 프로세스에서 차이있다" 수정·보완 주장

    이 전 시장 캠프도 "우리 입장보다 더 나아간 것 같다"며 수정보완 작업의 필요성을 주장했다. 박형준 대변인은 뉴데일리와 통화에서 "전체적인 큰 틀은 차이가 없지만 북핵폐기를 명료화 하는 문제, 북핵폐기에 대한 구체적 프로세스에서 약간 차이가 있다"고 말했다. 아직 공식적인 입장은 정리되지 않았다고 한다.

    이 전 시장 측 역시 신중한 입장이다. 당의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서는 "답변할 수 있는 입장이 아니다"고 했다. 이 전 시장 측 역시 '북핵폐기'가 전제돼야 한다는 점에서는 박 전 대표 측과 엇갈리지 않았다. 하지만 박 전 대표 측 보다는 좀더 유연한 입장을 보여 온도차를 보였다. 진수희 대변인은 뉴데일리와 통화에서 "큰 틀에서 방향성은 같다고 봐야한다"고 했다. "미세한 차이는 있지만 얼마든지 조율할 수 있다"고도 했다.

    '대북상호주의'에 대해서도 "꼭 하나주고 하나 받는 것 보다 유연하게 해야한다"고 했다. 그러나 "핵폐기 약속이 담보되는 전제로 경제지원을 한다는 입장이고, 비핵화를 전제로 했을 때 (지원)수단은 좀 더 유연하게 하자는 것이 우리의 기본입장"이라고 말했다. 박형준 진수희 두 대변인 모두 당 지도부와 조율을 통해 일부 내용은 수정·보완해야 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