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앙일보 5일 사설입니다. 네티즌의 사색과 토론을 기대하며 소개합니다.

    대선에 임하는 국가정보원의 자세가 반듯하지 못하다. 그제 국회 정보위에서 한나라당 의원들이 이명박·박근혜 후보에 대한 국정원의 신상 파일(file) 문제를 추궁했는데 김만복 원장의 답변은 석연치 않았다. 그는 흔히 ‘존안(存案)자료’라 불리는 개인 신상자료의 존재는 시인했으나 두 후보에 대한 비리 의혹·첩보 등을 담은 ‘X파일’에 대해선 “찾아보지 않아 있는지 없는지 전혀 모른다”고 했다. 박근혜 후보와 최태민 목사에 대한 중앙정보부(국정원의 전신)의 수사 보고서가 야당 의원 홈페이지에 떴는데도 김 원장은 보고서의 유출 경위는커녕 존재 여부조차 확인하지 않았다.

    김 원장은 존안자료의 비치가 당연한 것처럼 얘기했는데 과연 옳은 것인가. 국가 안보를 다루는 정보기관이 정치인에 대한 자료를 관리할 필요가 있을까. 인사(人事)에 필요하다는 논리도 있는데 그런 자료는 국세청(세금·부동산)·행정자치부(부동산)·법무부(전과)와 청와대 인사담당 부서 등이 확보하고 있으므로 구태여 국정원까지 뛸 필요가 없다. 존안자료는 효용보다 부작용이 많다. 존안자료에는 신상보다 언행·인간관계·사생활 등에 관한 ‘회색빛’ 정보가 주로 담겨 있을 거라는 의혹이 오랫동안 있어 왔다. 이런 것을 수집하는 것 자체가 정치에 개입하는 것이다. 이런 자료는 불순한 의도로 활용될 수밖에 없다. 군사정권에서 이런 자료는 야당·재야 인사를 탄압하는 데 이용됐다. 심지어 김영삼·김대중 정권에서도 야당에 대한 압박 수단으로 활용됐다는 의혹이 짙다. 이런 자료에 정치적으로 민감한 내용이 잔뜩 얹혀진 변형이 이른바 X파일일 것이다.

    노무현 정권은 어느 정권보다 국정원의 정치적 중립을 강조했다. 국내 정치 분야 기구를 없애기도 했다. 그렇게 혁신했다고 자랑도 했다. 그렇다면 국정원은 존안자료 제도를 없애야 한다. 더 나아가 X파일이라는 게 있는지 조사해 있다면 문책하고 자료를 폐기해야 한다. 야당 후보뿐 아니라 국정원 개혁도 검증받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