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북 봉화군 신봉화시장에서 10분, 봉화군 춘양면 춘양농협 앞에서 8분, 대구시 서구 원고개시장에서 14분. 20일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가 텃밭인 대구·경북을 찾아 할애한 유세연설 시간이다.

    이날 박 전 대표의 텃밭공략은 성공적이었다. 신봉화시장에는 유례없는 1000여명의 군민들이 모여 시장 앞 4차선 도로가 마비됐다. 주변 군민들은 "이런 광경은 처음"이라고 했다. 춘양농협앞 유세장앞에서도 평일인데도 불구하고 600여명이 모였다. 이곳에서도 "오늘은 장날도 아닌데…"라며 박 전 대표의 대중성에 놀랐다.

    대구시 서구 원고개시장 앞의 비좁은 도로에도 500여명이 운집했다. 이들이 '겨우' 10여분간 박 전 대표를 보려고 기다린 시간은 평균 90여분이나 된다. 신봉화시장 앞에 모인 1000여명의 군민은 "박근혜를 보려고 2시간이나 기다렸다"며 박 전 대표와 악수를 하려고 몸싸움을 벌였고 춘양농협 앞에 모인 군민들 역시 1시간 넘게 박 전 대표를 기다렸다고 한다.

    대구 서구의 원고개시장 앞에서는 진귀한 광경이 연출됐다. 1차선 도로 앞 양갈래로 선 시민들은 그를 1시간 30분 전부터 기다렸다고 했다. 이들은 박 전 대표가 도착하기 20여분 전부터는 아예 '박근혜'를 연호하기 시작했다. '박근혜'를 외치는 소리는 박 전 대표가 현장에 나타날 때까지 1차선 도로를 사이로 두고 양쪽에서 번갈아 가며 쉬지않고 터져나왔다. 도로를 지나가는 시민들도 신기한 듯 발걸음을 멈췄고 일부 시민은 박 전 대표가 온다는 소문을 듣자 이들에 합류했다.

    세 곳 유세현장의 공통점은 모인 사람들의 연령대가 50대 이상 고령층이라는 것이다. 오랜 시간을 기다려 짜증날 법도, 지칠 법도 하지만 이들은 쉼없이 '박근혜'를 연호한다. 박 전 대표가 유세 현장에 나타나는 순간 도로는 아수라장이 된다. 박 전 대표를 보는 순간 일부 노인은 눈물을 훔치기까지 한다.

    그가 마이크를 잡을 땐 곳곳에서 추임새가 나온다. 대구 원고개시장 앞, 박 전 대표가 마이크를 잡고 "새삼 고향에 왔다는 것을 느낍니다"라고 한 마디 하자 주변 시민들은 일제히 '박근혜'를 연호했다. 계속되는 연호로 박 전 대표는 1분 가량 연설을 하지 못했다. 결국 일부 지지자들이 "박근혜 목소리좀 듣게 그만하자"고 해서야 연설을 할 수 있었다.

    박 전 대표가 "이곳 대구는 나를 낳아주고 길러준 부모같은 곳이다. 이제까지 못다한 효도를 다 한다는 마음으로 대구를 생각해 왔다"고 말하자 주변에서는 "박근혜 말 참 예쁘게 한다" "말도 어쩌면 저렇게 잘할까" 등의 추임새가 나왔다. 그가 단 10여분간 유세를 마치고 자가용으로 이동하는 시간은 유세시간 보다 더 길다.

    자가용으로 가는 동안 수많은 지지자들과 악수를 나눠야 하고 한발짝 내딛기도 힘들정도로 순간 그의 주변에는 많은 사람들이 그를 둘러싼다. 이렇게 힘들게 박 전 대표를 만나고도 이들의 입에서는 "나는 이제 소원 다 풀었다"는 말이 나온다. 매번 이같은 분위기를 눈으로 확인하는 박 전 대표 주변의 의원들과 캠프 관계자도 항상 이런 현장을 접할 때 마다 신기하다는 반응을 나타낸다. 박 전 대표 진영이 여론조사를 의심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봉화·대구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