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일 ‘당심(黨心)’을 만나는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의 발걸음이 그 어느 때보다 분주해 보인다. 박 전 대표는 이날 한나라당 노동위원회 출범식에 참석한 뒤 서울지역 당원들과 연이어 간담회를 갖고 스킨십을 나눴다.

    당내 경쟁자인 이명박 전 서울시장이 전날 6박 7일 일정으로 아랍에미리트 두바이와 인도 방문차 출국한 뒤이기에 ‘당심’을 향한 박 전 대표의 이 같은 행보에 관심이 더욱 쏠렸다. 


    박 전 대표는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당 노동위원회 출범식에 참석한 의원들과 일일이 악수를 나누고 대회의실을 가득 매운 2000여 당원들에게도 손을 흔들며 반갑게 인사했다. 박 전 대표는 이날 같은 시각에 예정돼 있던 다른 일정을 잠시 미루고 당 행사에 참석하는 ‘열의’를 보였다.

    이날 행사에는 강재섭 대표를 비롯한 주요 당직자 외에 원희룡 고진화 이계진 최구식 이주호 진영 윤두환 박계동 임해규 이주영 공성진 진수의 안경률 박찬숙 황진하 장윤석 의원 등 소속 의원 30여명이 참석했다.

    박 전 대표는 축사에서 “대한민국을 전 세계의 돈과 사람, 기술이 몰려드는 매력적인 나라로 만들어서 새로운 제3의 도약을 이뤄내야 한다”며 “그러려면 새로운 노사관계를 만들고 노사문화의 선진화를 이루는 것이 핵심 중의 핵심”이라고 말했다. 그는 “노사관계에서 발상의 전환을 해야 한다. 노와 사는 한 식구이고 운명공동체다”며 “노동자를 아끼고 우대해주지 않는 기업은 결코 성공할 수 없고 기업이 잘 되지 않으면 노동자들도 어려워진다”고 했다.

    그는 이어 “노동자들에 대한 최대의 복지가 일자리라고 생각한다. 다음 정부가 7% 경제성장을 해서 300만개 일자리를 만들어야 한다”며 ‘5+2’% 경제성장률을 강조했다. 그는 “5%는 우리 경제의 잠재성장률이고 거기에 2%를 얻어야 하는데 그건 바로 지도자·노동자·국민이 힘을 모아야 한다”며 “여기 있는 노동위원회 여러분이 바로 2%다”고 말했다. 그는 “한나라당 노동위원회가 중심이 돼 우리 모두 함께 힘을 모은다면 2%가 문제가 아니다. 그 이상도 얼마든지 가능하다”고 치켜세웠다.

    박 전 대표는 오후에 한 시간 단위로 강북을 및 도봉 당원간담회를 연쇄적으로 갖고 당심 공략에 매진했다. 수도권 지역에 막강한 영향력을 가졌다는 서청원 전 대표의 캠프 영입 이후 이 전 시장에게 뒤지고 있는 수도권 지역에서 박 전 대표의 당심 잡기 움직임에도 힘이 붙은 모습이다.

    박근혜 "우린 전우"에 참전용사 눈물의 기립박수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의 입에서 계속 나오는 “감사하다”는 말에 고엽제후유증이라는 고통 속에서 살던 월남전 참전용사들이 눈물을 흘렸다. 박 전 대표는 10일 서울 이태원 캐피탈 은행에서 열린 ‘대한민국고엽제전우회 정기총회’에 참석해 잠시나마 이들과 고통을 함께 나눴다.

    박 전 대표는 아버지 고(故) 박정희 전 대통령 시절 월남전에 참전했다가 미군이 살포한 제초제로 고엽제 후유증을 앓으면서 지금까지 월남전의 악몽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고 있는 고엽제피해자들을 끌어안으려고 애썼다. 박 전 대표는 이들을 만나기 위해 한나라당 노동위원회 출범식에서도 양해를 얻어 가장 먼저 축사를 한 뒤 서둘러 자리를 떠났다.

    박 전 대표는 축사에서 우선 “나라를 위해 가장 소중한 젊음을 희생하고 그것도 모자라 지금까지도 국가와 국민을 생각하는 여러분을 만나니 너무 감사할 뿐”이라며 “진심으로 위로와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고 머리를 숙였다.

    그는 이어 “여러분들은 월남전 참전용사로 세계평화는 물론 대한민국 경제발전에도 이바지했다. 가난한 조국의 근대화 길을 밝히는 촛불이었다”며 “스스로를 불사르며 주위를 밝히는 용감하고 희생적인 여러분의 애국심이 오늘의 대한민국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월남전에 참여했다가 고엽제로 고통 받는 환자들은 애국한 대가로 고통을 받고 있다. 매년 많은 분이 한을 가슴에 안고 돌아가신다”며 “여러분이 피를 흘린 조국은 왜 아무런 말이 없느냐. 국가를 위해 목숨을 아끼지 않았던 여러분에게 진정 조국은 살아 있느냐”고 외치는 박 전 대표의 목소리를 잠겨 있었다. 그는 “40여 년 전에는 피를 흘리며 공산주의와 싸웠고 지금은 국가와 편견과 싸우고 있는 여러분을 보면서 정치인으로서 안타까움과 무거운 책임을 느낀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박 전 대표가 고엽제후유의증을 앓고 있는 참전 용사의 부인이 한나라당 홈페이지에 올린 글을 소개할 때는 행사장 여기저기서 훌쩍이는 소리가 들렸다. 박 전 대표는 “장애2급 판정을 받은 아픈 몸을 이끌고 노점에서 겨우 생계를 꾸려온 남편이 쓰러져서 고엽제 연금 35만원으로 생계를 꾸려가고 있다는 가슴 아픈 사연이었다”고 소개한 뒤 “정말 가슴이 무너지는 것 같았다. 나라가 책임지지 못한다면 제대로 된 나라라고 할 수 있느냐”고 가슴을 쳤다.

    “이제 조국이 여러분에게 무엇을 할 것인가를 생각해야 할 때”라고 목소리에 힘을 준 박 전 대표는 고엽제피해자 국가유공자 대우와 전문치료를 위한 전용병원·복지시설 설립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는 “여러분의 아픔을 너무나 잘 알기 때문에 왔다. 내 위로가 조금이라도 힘이 됐으면 한다”며 “여러분과 함께 하는 정치를 하겠다”고 말했다.

    박 전 대표가 “여러분은 전쟁터에서 생사고락을 함께 한 전우들이다. 나도 여러분의 눈물과 고통을 함께 하는 전우가 되겠다”는 말로 축사를 마무리하며 단상에서 내려오자 총회에 참석한 1500여명은 기립박수로 인사했다. 박 전 대표가 행사장에 머문 시간은 20~30분정도였지만 월남전 참전용사들은 이미 박 전 대표를 ‘전우’로 받아들인 모습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