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가 이공계 출신 전자공학도라는 점을 십분 살려 ‘과학기술’ 분야 선점에 나섰다. 박 전 대표는 6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과학기술혁신포럼 창립기념 특강에서 “구국의 심정으로 이공계를 살리고 과학기술을 살려내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과기혁신포럼은 과학기술인 7000여명의 회원을 거느린 매머드급 조직으로 박 전 대표 지지성향으로 알려졌다.

    당내 경쟁자인 이명박 전 서울시장이 ‘과학비즈니스도시 건설’로 과학기술 분야를 공략한다면 박 전 대표는 근본적인 과학기술 육성 정책으로 접근하고 있다. “대한민국이 저성장의 늪에서 벗어나 고성장의 궤도에 올라서기 위한” 국가 성장 동력으로 “제2차 과학기술혁명”을 강조해 온 박 전 대표는 ▲GDP대비 국가 R&D 투자 5% 확대 ▲과학기술인 처우 개선 ▲세계적 수준의 BEST특구 육성 등 과학기술 혁명을 위한 7대 전략을 내놓았다.

    박 전 대표는 특히 이날 행사에 전문분야에서 일하고 있는 과학기술인 외에도 이공계 대학생과 과학고에 다니는 자녀를 둔 학부모도 참석했다는 점을 고려, 이공계 우대정책 및 처우개선, 통신 분야에 대한 규제 완화로 통신료 30% 절감 등 생활과 밀접한 이슈로 파고들었다.

    박 전 대표는 우선 “이 자리는 기쁜 마음으로 왔다. 한 가족을 만난다는 느낌으로 왔다. 나도 여러분과 똑같은 이공계 출신이다”며 “정치를 하다 보니 국회에서 이공계 출신이 적어 외롭다. 한나라당에 127명의 국회의원이 있지만 이공계 출신은 나와 서상기 의원 딱 두 명뿐이다”고 친근감부터 표현했다.

    그는 이어 “부존자원이 없는 우리는 교육으로 우수한 인재를 양성하고 그 인재들이 첨단 과학기술을 발전시키고 그것이 우리 경제의 성장엔진이 돼야 한다”며 “과학기술에 애정과 열정을 가진 지도자가 나와서 국가역량을 과학기술에 집중하면 우리나라가 과학기술 세계 7대 강국이 돼 세계적인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고 확신한다”고 강조했다.

    박 전 대표는 과학기술을 살리기 위해 ▲우수한 인재 육성 ▲국가 차원의 장기 전략과 투자 ▲과학기술에 애정이 있는 국가지도자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공계에 우수한 인재들이 다시 몰려들게 만들어야 한다”며 “이를 위해서는 예산투자와 교육혁명, 이공계 우대정책, 처우개선 등 전방위적인 혁신프로그램을 일시에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우수한 인재를 조기에 발굴해서 모든 것을 국가가 책임지고 은퇴 후까지 보장하는 획기적인 인재양성 프로그램을 추진해야 한다”며 “사회전체적으로 과학기술 연구 인력의 임금수준이 높아질 수 있도록 출연 연구원들의 임금을 올려야 한다”고도 했다.

    과학기술에 대한 국가 차원의 장기 전략과 투자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그는 “우리가 기술주도 성장을 하려면 적어도 20~30년 앞을 내다보면서 과학기술을 어떻게 발전시킬지 국가 전략이 있어야 한다”며 “현재 GDP 대비 3% 수준인 국가 전체 R&D 투자를 5% 수준으로 끌어올릴 계획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 R&D 예산의 25%에 불과한 기초과학 연구 투자를 50%까지 끌어올려야 한다”고도 지적했다.
     
    ‘IT산업 3대 강국’이 목표라는 박 전 대표는 이를 위해 “각종 규제 완화”가 필수 조건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규제 완화’라는 어려운 문제를 ‘핸드폰 요금 인하’라는 쉬운 문제로 접근했다. “핸드폰 같은 통신기기가 생활필수품이 된 지금도 통신요금이 규제에 묶여 국민은 비싼 요금을 부담하고 있다”며 “통신 산업을 ‘생산자중심’에서 ‘소비자중심’ 체제로 완전히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칸막이 규제, 요금 규제, 보조금 규제 등 각종 규제를 풀면 통신요금을 지금보다 30%는 낮출 수 있다”고 주장했다. 박 전 대표가 요즘 설파하는 ‘줄푸세(정부 규모는 줄이고 각종 규제를 풀고, 공권력과 법치는 바로 세우자) 운동’과 일맥상통한다.

    그는 “과학기술 진흥은 지도자의 의지와 열정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과학기술에 대한 애정, 열정의 DNA가 있어야 한다”며 “나는 어릴 때부터 대통령이라는 자리가 얼마나 책임이 막중한 자리인지, 대통령의 의지와 판단이 국가발전에 얼마나 중요한지를 피부로 느끼며 자랐다”고 자신이 적임자임을 강조했다. 그는 아버지 고(故) 박정희 전 대통령 시절 과학기술의 발전으로 한강의 기적을 이뤘다고 지적한 뒤 “제2의 과학기술 전성기가 또 다른 도약을 만들어낼 것”이라며 “여러분과 힘을 합쳐 과학기술의 힘으로 선진한국을 꼭 만들고 싶다. 구국의 심정으로 이공계를 살리고 과학기술을 살리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올해 초 창립된 과기혁신포럼은 김상주 서울대 명예교수, 윤덕용 KAIST 명예교수, 조현기 경북대 명예교수가 공동대표를 맡고 있으며 친 박근혜 성향의 한나라당 서상기 의원이 창립을 주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기형 초대 과기처 장관을 비롯해 김시중·박긍식·채영복·강창희 전 과기처장관이 고문으로 활동하고 있다. 이공계 대학교수, 30개 과학기술 출연 연구기관 정책·기획·예산 관계자, 이공계 대학생, 중소·벤처기업인, 재미과학자 등 7000여명이 회원으로 참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