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의 ‘4월 대추격전’이 시작됐다. 박 전 대표는 4월 들어 대의원·당원들과의 접촉을 강화하고 있다. 수도권 공략은 물론 지방 순회도 재가동했으며 6일에는 700여명의 회원을 보유한 과학기술혁신포럼도 발족한다. 또 서청원 전 대표를 자택까지 직접 찾아가 ‘섭외’할 정도로 당내 중진·원로 영입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박 전 대표측은 425재보궐선거 지원에도 총력을 기울이는 등 4월을 지지율 만회의 기점으로 삼겠다고 벼르고 있다. 


    한나라당내 경쟁자인 이명박 전 서울시장과 벌어진 지지율 격차가 좀처럼 좁혀지지 않지만 박 전 대표는 ‘당심(黨心)’을 직접 접하면서 오히려 자신감을 얻어가는 모습이다. 박 전 대표는 5일 천안과 공주 지역을 찾아 ‘중원 공략’에 나섰다. 이 전 시장이 충남 아산, 당진, 서산·태안 등을 다녀간 지 하루 만에 박 전 대표가 4월 첫 지방 방문 일정을 충남으로 잡은 것이어서 눈길을 끌었다.

    이날 천안컨벤션센터에서 진행된 천안 지역 당원간담회에 참석한 박 전 대표의 목소리는 그 어느 때보다 힘이 들어가 있었다. 박 전 대표는 한나라당이 “‘탄핵역풍’으로 당이 없어질 위기”에 빠졌을 때의 ‘아픈 기억’을 상기시키며 당에 대한 자신의 기여도를 강조했다. 그는 “지금은 자랑스럽게 파란색 유니폼을 입고 다니지만 그때는 파란색 유니폼을 입고 길거리를 다니지도 못했다”며 “노력하고 인내해서 오니까 국민들이 마음을 알아주고 열어줘서 지금은 많은 지지를 받는 정당이 됐다”고 말했다.

    그는 “어머니가 돌아가셔서 퍼스트레이디 역할을 했고 위기에 빠진 당을 구하는 일에 앞장섰다”며 “부모님처럼 테러를 당해 죽을 뻔한 일도 있었지만 위기 때마다 그것을 기회로 삼아 꿋꿋하게 견디고 다시 일어섰다. 속마음은 누구보다도 위기에 강하고 강철 같은 사람이 됐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대한민국이 위기에 빠진 이때 내 한 몸 던져 반드시 나라를 위기에서 건져 내겠다”며 “많은 위기를 겪으면서 위기에 강한 여자가 됐으니 이 나라의 위기도 구해낼 수 있지 않겠느냐”고 자신감을 나타냈다. 

    박 전 대표는 이어 행정중심복합도시(행정도시)에 대한 충청인들의 높은 기대심리를 자극하며 전날 다녀간 이 전 시장을 견제했다. 그는 “당 대표직을 맡을 때 위기가 많았지만 그 중 하나가 행정도시법을 (국회에서) 통과시킬 때였다”며 “충남에 와서 (행정도시법을) 책임지고 처리하겠다고 약속했지만 막상 법을 통과시킨 시점에 와서 당이 깨질 뻔 했다”고 말했다. 행정도시 건설에 반대한 이 전 시장을 겨냥한 발언으로 보인다. ‘의원 줄세우기 논란’의 중심에 서 있는 이재오 최고위원은 당시 당내 수도분할저지특별위원회까지 구성해 행정도시법 국회 통과에 강하게 반발했었다.

    박 전 대표는 “그때 행정도시법을 폐지하겠다며 제출한 법률이 지금도 국회 건설교통위원회 소위에 걸려 있다”며 “아직도 취소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행정도시 건설에 차질이 생길 수도 있다는 불안 심리를 건드린 박 전 대표는 “내가 당 대표직을 걸고 충남도민들과의 약속을 지켜냈다”며 “소신을 갖고 법을 지켜냈는데 그때 충남도민과의 약속을 지켜내지 못했다면 충청도에서 오늘의 한나라당은 없었다”고 강조했다.

    박 전 대표는 이어 공주로 이동해 공주영상대에서 충청계룡포럼 초청 특강을 갖고 대학생들과 눈을 맞췄다. 박 전 대표는 강연에서 “개인과 국가의 발전은 끊임없이 도전해 나갈 때 가능하다”며 도전정신을 강조했다.

    그는 또 한미FTA 체결과 관련, “덩치 큰 미국과 자유무역으로 경쟁해서 우리가 살아남겠는가, 농업이나 기타 산업이 망하는 것은 아닌가 하고 걱정하는 사람들이 많다”며 “우리가 진정한 일류 국가가 되기 위해서는 큰 나라와의 경쟁, 세계와의 경쟁을 두려워해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그는 “박지성 선수가 루니, 호나우두 같은 선수와 당당하게 경쟁하듯 이제 우리나라도 세계와 경쟁해야 미래로 나갈 수 있다”며 “국내에서 경쟁하고 우리끼리 밥그릇 싸움에만 매달린다면 결코 일류가 될 수 없다”고 했다.[=천안·공주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