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나라당의 버르장머리를 고치기 위해서는 정말 단호한 투쟁을 전개해야 한다”

    소속 의원들의 집단 탈당 사태에 이어 노무현 대통령의 탈당 등으로 집권여당의 자리마저 내주고 원내 제2당으로 ‘몰락’(?)한 열린우리당에 ‘야당(野黨)성’이 되살아나고 있다.

    열린당은 5일 사립학교법 개방형 이사의 추천 주체 범위에 관한 이견으로 한나라당이 국회 본회의를 전면 ‘보이콧’하고 나서자, 이날 저녁부터 한나라당의 본회의 법안 처리 동참을 촉구하며 밤샘농성에 돌입했다.

    종전과는 사뭇 다른 모습인데, 몇일 전까지만 해도 집권여당이었던 열린당이 야당의 전형적인 대여공세 전략인 ‘투쟁’ ‘농성’ 등의 방식을 취하고 나온 것이다. 이를 두고 정치권 안팎에서는 “벌써부터 야당 예행연습을 하는 것이냐”는 반응이다.

    이날 밤샘농성은 우상호 한병도 최재성 조정식 강기정 의원 등 당내 소장파 의원을 비롯 20여명이 국회 원내대표실에 ‘이부자리’(?)를 깔고 한나라당의 본회의 ‘보이콧’ 행태에 분노하며 자발적으로 돌입한 것. 참여 의원들의 과거 ‘화려했던’ 이력이 이제야 되살아나는 듯 했다.

    우상호 의원은 연세대 총학생회장 출신으로 87년 6월 민주항쟁을 주도했던 전대협(전국대학생대표자협의회) 1기 부의장을 맡았었으며, 한병도 의원은 89년 원광대 총학생회장 출신으로 과거 통일운동을 주도하다가 구속 수감됐던 전력을 가지고 있기도 하다. 또 최재성 의원도 동국대 총학생회장 출신으로 전대협 학원자주화 투쟁위원장을 역임하는 등 두차례나 투옥된 이력이 있으며, 조정식 의원도 운동권 출신으로 노동운동에 투신했던 경험을 갖고 있다. 강기정 의원은 전남대 재학시절 삼민투위원장을 맡았으며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옥고를 치르기도 했었다.

    이들은 이날 ‘밤샘농성’장에 ‘한나라당은 언제까지 빈둥빈둥 놀 것인가?’ ‘집없는 서민 노인 장애인 민생법안 즉시처리하라’ ‘한나라당은 부동산법 처리에 즉각 나서라’는 등 문구가 씌어진 프래카드를  내걸고 본회의를 무산시킨 한나라당의 태도를 힐난했다.

    이에 앞서 이날 열린 의원총회에서도 우상호 의원은 소속 의원들에게 한나라당에 대한 전면적인 투쟁에 나서야 한다며 야당성 '부활'을 촉구했다. 우 의원은 “한나라당의 반민생적 행태에 전면적인 투쟁을 전개해야 한다”면서 “한국 정치사에 제1당이 제2당을 상대로 어느 법을 안해주면 다른 것은 안한다고 으름장을 놓은 적이 있느냐. 참을 수 없는 반의회 폭거다. 전면적인 투쟁을 해야 한다”고 흥분했다.

    우 의원은 또 “우리가 한나라당 물물교환에 들러리 서는 바지저고리냐, 한나라당의 행태에 대해 국민과 함께 투쟁해야만 한다. 그렇지 않으면 한나라당은 마치 정권을 다잡은 정당처럼 우리를 농락할 것이다. 전면투쟁하지 않으면 미래가 없다”며 “한나라당의 버리장머리를 고치기 위해서는 정말 단호한 투쟁을 전개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의총장 여기저기에선 소속 의원들의 박수갈채가 터져나왔다.

    우 의원은 “우리가 어떻게 단호히 싸울지, 오늘 내일 이틀로 안 되고 나머지 기간, 반한나라당 민생투쟁에 당원들과 지지자, 민생관련 시민단체와 함께 단호하게 한나라당과의 투쟁계획을 수립해야 할 것”이라고도 말했다.

    올 연말 대선을 앞두고 변변한 대선주자 없이 밑바닥 지지율을 보이고 있는 열린당이 재집권 전략의 일환으로 과거 ‘야당성’(?) 회복에 나선 듯한 모습인데, 정치권 안팎에선 왠지 씁씁한 표정 일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