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과 미국이 2012년 4월 17일 한반도 전시작전통제권(이하 '작통권')을 한국에 이양하는 동시에 한미연합군사령부(이하 '연합사')를 해체하기로 합의했다. 김장수 국방장관과 로버트 게이츠 미국 국방장관은 2월 23일(현지 시각) 워싱턴에서 진행된 한미국방장관회담에서 이같이 합의하고 "미군과 한국군간 새로운 지원-주도 지휘관계로 전환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이에 따라 작통권 이양 문제가 또다시 국민적 관심사로 떠오르면서 한반도 안보정세는 격랑 속으로 빠져들게 되었다.

    우리 안보에 짙은 그림자가 드리워지고 있는 것이다. 첫째 우리 안보의 근간이 되어온 한미동맹(韓美同盟)이 중대한 시련을 맞게 되었다. 역사상 가장 효율적인 동맹체제 모델로 평가되어 왔던 한미연합방위체제가 와해됨에 따라 강력한 대북 억지력에 손상을 초래함은 물론 유사시 한미간에 효율적인 작전 협조가 불가능할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이다. 현재의 연합사가 해체되면 1300조 원 상당으로 추산되는 미국 증원군의 확보가 불확실해질 것이라는 우려가 크다. 결국 북한 핵실험으로 우리 안보가 가장 위험할 때 가장 확실한 안보 메카니즘을 허문 것이다.

    게다가 이번 합의는 연합사를 대체할 안보 메카니즘이 마련되지 않은 상황에서 이루어졌다. 이에 대해 한미 양국은 연합사를 해체하는 대신 한국합동군사령부와 주한미통합군사령부(USJTF-K)를 창설하여 각각 독자적인 작전권을 보유하고 한미군사협조본부(MCC)를 설치하여 두 사령부를 연결하는 협조체제를 마련한다는 계획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결국 이는 유사시 한국군이 작전을 주도하고 미군은 소위 보완전력(bridging capability)으로 제공되는 해군, 공군 그리고 정보 분야를 중심으로 이를 지원하는 형태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 경우 독자적인 작전권을 가지고 있는 두 사령부 사이에서 과연 효율적인 작전 협조가 이루어질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한 우려가 크다. 또한 해군과 공군의 전략적 기능을 미국에 계속 의존시키게 함으로써 장기적으로 우리 군의 균형 발전을 저해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게 될 위험성이 있다. 이 경우 북한의 위협은 물론 갈수록 다양해질 주변 강국의 위협에 직면하게 될 우리에게 전략적 취약성을 가중시키게 될 것으로 우려된다.

    둘째 한국전쟁 이후 유지되어온 한반도 안보체제에 대한 악영향이 우려된다. 이번 합의는 논의가 임박한 한반도 평화체제 논의를 가속화시키는 계기가 되어 기존의 안보체제를 허무는 요인이 될 수 있다. 정전체제를 대체하게 될 평화체제는 논의의 진전에 따라 연합사의 해체에 이어 정전협정 유지 책임을 맡아온 유엔사마저 존재 근거를 상실하는 상황으로 이어질 전망이다. 이는 한반도에서 외국군 주둔의 명분이 사라지게 되는 계기가 되어 북한 핵실험으로 초래된 남북간 군사력의 비대칭(非對稱) 상황을 더욱 악화시키게 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미국 대외정책의 흐름이 현실주의적 노선으로 전환되고 있고 작년 11월 부시 대통령의 한국전쟁 "종전 선언 의향" 발언, 2월 13일 6자회담에서 '9·19 공동성명 초기이행조치 합의서' 채택 등과 같은 일련의 흐름 속에 한반도 평화체제 논의를 위한 분위기가 고조되어 가고 있는 상황에서 이루어진 이번 합의는 주한미군의 해외 이동을 더욱 용이하게 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해외주둔미군 재배치계획(GPR)에 따른 미국의 군사전략 변화와 맞물려 추가 감축 우려가 커지고 있는 실정이다.

    또한 북한이 과거 작통권 이양, 연합사 해체, 주한미군 철수를 줄기차게 요구해왔다는 점에서 이번 합의는 빈사상태에 처해 있는 북한에게 결정적으로 유리한 환경을 제공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작통권 단독 행사 추진을 북한의 주장에 동조하고 북한의 의도에 말려드는 것이라고 우려했던 시각이 있었던 것은 바로 그 이유에서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노무현 정권은 '자주(自主)'라는 명분 하에 작통권 단독 행사와 연합사 해체를 밀어부쳤다.

    이상의 안보 위협 외에 이번 합의는 12월 대선에도 악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다. 작통권 단독 행사는 북한 핵문제가 해결된 이후에 검토해야 한다는 것이 대다수 국민들의 의견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리하게 이루어진 이번 합의는 남북간에 '자주'와 '우리 민족끼리'라는 정서를 더욱 부채질하여 그동안 우려되어 왔던 남북정상회담, 연방제 논의와 같은 정치성 짙은 논의를 촉발시켜 대선의 흐름을 좌파정권의 재창출에 유리하도록 변질시키는 계기가 될 것으로 우려된다.

    그동안 노무현 대통령은 작통권 단독 행사를 자주와 주권 차원의 문제로 확대 포장하여 이를 자주국방을 대변하는 개념으로 치부해왔다. 그러나 작통권은 작전 수행에 관한 시스템 차원의 문제일 뿐 주권 문제와는 거리가 멀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의 경우도 회원국이 침공을 받았을 경우 회원국들이 일정 군사력을 나토에 제공하고 나토군총사령관인 미군사령관이 이들 병력과 피침(被侵) 당사국의 군사력에 대한 작통권을 행사하도록 되어있다. 한미는 양자 관계이고 나토는 다자 관계라는 점이 다를 뿐 자주와는 거리가 멀다.

    이상에서 보듯이 북한 핵위협이 조금도 해소되지 않은 상황에서 이루어진 작통권 이양과 연합사 해체 합의에 따라 국민은 실로 심각한 위험에 노출되게 되었고 나라는 존립 위기에 처하게 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노무현 정부가 보이고 있는 안보 인식과 북한에 대한 일방적 접근은 국민을 더욱 불안케 하고 있다. 나라가 정말로 어려운 지경에 처해 있다. 그러나 국민이라도 각성하면 나라를 살릴 수 있다. 이는 12월 대선에서 국민의 선택으로 나타나야 한다. 그 점을 명심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