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개헌이 안 됐을 경우 반대했던 사람들한테 끊임없이 책임을 물어갈 것" "(이번 대선에서)후보들이 (개헌)공약하면 내가 그냥 안 둘 것이다" "경제 잘하는 후보자들이 과연 몇 % 공약을 내는지 저도 한 번 볼 것"

    노무현 대통령은 17일 언론사 편집국장과의 오찬에서 또 이같은 독설을 쏟았다. 공격적인 발언의 수위는 이전보다 더 높아졌고 노 대통령의 개헌추진을 반대하는 한나라당 대선후보들에 대해선 "그냥 안 둘 것"이라며 보복성 발언까지 서슴지 않았다. '경제전문가' 이미지가 강하며 각종 여론조사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는 이명박 전 서울특별시장을 겨냥해선 "과연 몇 % (경제)성장공약을 내는지 한 번 볼 것"이라고 위협하기도 했다.

    18일 한 자리에 모인 한나라당 지도부는 노 대통령에게 "왜 대통령이 됐느냐" "무엇을 하기 위해 (대통령이)됐느냐"고 물으며 개탄했다. 노 대통령이 '재집권 야욕에 눈이 멀어 갈때까지 갔다'는 것이 이날 모인 당 지도부의 반응이다. 강재섭 대표는 마이크를 잡자마자 인사말도 없이 "청와대의 오만과 독선이 끝이 없다"고 포문을 열었다.

    강 대표는 "언론에 대해 장난처럼 얘기하다 그 다음날은 아무렇지 않은 것처럼 사과하고 정말 한심한 일"이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강 대표는 곧바로 "어제는 개헌에 반대하는 사람들에게 책임을 끝까지 묻겠다고 했다"며 "위험천만하고 안하무인격인 초헌법적 발상"이라며 "'지금은 아니다'는 민의를 거슬러 억지로 밀어붙이는 사람이 책임을 져야하는지 민심을 따르는 쪽이 책임을 져야하는지 알 수가 없다"고 말했다. "경제 잘하는 후보자들 과연 몇 % 공약 내는지 한 번 볼 것"이란 발언에 대해선 "노 대통령 후보시절의 7% 성장공약이나 다시 생각해보기 바란다"고 충고했다.

    이어 마이크를 잡은 김형오 원내대표는 "도대체 대통령이 왜 됐느냐"고 따졌다. 이어 "무엇을 하기 위해 됐느냐"며 목소리를 높였다. "대통령자리 보다 더 높은 자리가 있느냐. 이룰 수 있는 최고의 자리에 올랐는데 무엇이 그렇게 아쉽고 못마땅해 불만이냐"고 소리쳤다. 김 원내대표는 "국민의 70%가 노 대통령은 개헌 적임자도 아니고 시기도 아니라고 하는데 개헌에 반대하는 사람들에 대해 끝까지 책임추궁을 하겠다는 것은 도대체 어떤 이론적 근거에서, 어떤 민주주의 토대에서 그런 얘기를 하느냐"고 물었다.

    김 원내대표는 "이것은 반민주주의고 비민주주의적 발상"이라며 "역대 어느 대통령도 이런 발언을 한 적이 없다. 이것은 아집이고 오만이며 독선"이라고 성토했다. 그러면서 "대통령이란 자리는 국민을 협박하고 불안하게 하는 자리가 아닌데 지금 대통령은 그렇게 하고 있다. 국민 다수가 개헌에 반대하고 야4당도 이유는 조금씩 다르지만 반대한다. 열린우리당 내부에서도 동조하지 않는 사람이 있다. 그런데도 개헌을 강행한다면 그 책임이 대통령에게 있지 어떻게 국민에게 있느냐"고 따졌다.

    그는 "지난번 노 대통령의 탄핵유도성 기자회견을 잊지 않고 있다. 이번엔 결코 말려들지 않을 것이고 국론을 분열시키고 혼란시키고 마비시킨데 대해 대통령은 책임을 져야 한다. 국민과 함께 끝까지 책임추궁을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전재희 정책위의장도 "개헌에 대해 필요할 지언정 지금은 때가 아니고 일부 국민은 필요하지도 않다고 생각해서 다들 다음정권으로 넘기라는 것이 국민의 간절한 뜻인데 개헌으 발의하고 (반대자들에 대해)끝까지 책임을 추궁하겠다는 것은 국민의 뜻이 대통령 가슴에도, 머리에도 있지 않은 나홀로 대통령임을 증명하는 발언이라 걱정스럽다"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