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용득 한국노총 위원장은 지난 4일 노무현 대통령과 고위 공무원 250명이 참석한 '경제점검회의'에서 노무현 대통령 면전에서 "가급적 말을 아껴달라"고 요구했다. 최근 노 대통령의 발언이 사회적 논란을 일으키고 정치적 분열을 가중시키고 있다는 지적의 연장선상에서 나온 '쓴소리'였다.

    그러자 노 대통령은 공개석상에서 곧바로 이 위원장에게 "말을 가려서 하라. 공개적인 자리에서 (대통령에게) 모욕을 주는 겁니까"라고 꾸짖었다고 한다. 이후 이 위원장이 노동계 현안에 대해 설명했지만 이미 화가 머리끝까지 치민 노 대통령 귀엔 들리지 않았다고 한다. 6일 중앙일보에 따르면 노 대통령은 "(이 위원장이) 대통령이 말이 많다면서 얘기를 시작하니 뒷얘기(노동계 현안에 대한 언급)는 들리지도 않는다"며 "공개석상에서 할 말과 하지 말아야 할 말이있다. 말을 가려서 해달라"고 지적했다고 보도했다.

    이 신문은 이어진 오찬 자리에서도 노 대통령은 예정됐던 25분의 발언시간을 넘겨 47분 동안 말을 했고 이 자리에서도 "흉기처럼 사람을 상해하고… 책임도 지지 않는 상품" "내가 있는 동안 계속 시끄러울 것" 등의 공격적인 발언을 쏟아냈다고 전했다. 이같은 당시 상황이 언론을 통해 공개되자 한나라당은 "대통령은 맘대로 말하고 국민은 말할 수 없다는 것이냐"고 강하게 반발했고 노동계에서도 이 위원장을 응원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한국노총 홈페이지엔 아직 많은 글이 올라오진 않았지만 이와 관련해 노 대통령을 비판하고 이 위원장을 지지하는 목소리가 높다. "자신부터가 공식석상에서 해야 할 말과 하지 말아야 할 말을 구분 못하고 있으면서 이 위원장에게 불쾌감을 표시하느냐"(작성자 : 상선약수) "노 대통령이 이 위원장에게 말을 가려서 하라며 언짢아했다는데 오히려 대통령이 가려서 해야 할 때인 것 같다. 아무튼 노동자 서민을 대변한 이 위원장은 속시원하게 잘했다"(작성자 : 노동자)등의 글이 올라와있다.

    쓴소리의 당사자인 이 위원장 역시 노 대통령에게 실망한 모습이다. "쓴소리가 전혀 아닌데 그렇게 받아들이니까…"라며 서운함을 나타냈다. 이 위원장은 6일 뉴데일리와의 전화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한 뒤 "나는 각료로 참석해 상황을 보고하는 게 아니라 노동계 대표로 갔으니까 우리 노동자와 서민이 느끼는 것을 전달한 것이다. (노 대통령이)보수언론과 자꾸 다투는 것 때문에 노동자 서민들이 불안해 하니까 말을 조금 아껴달라고 서두에 딱 한마디 한 것"이라고 불쾌감을 나타냈다.

    그는 자신의 발언이 노 대통령에 대한 애정에서 출발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런 자신의 발언취지에 대해 노 대통령이 "크게 느끼지 않는 것 같다"며 안타까워했다. 그는 "왜 자꾸 노 대통령이 (코너에)몰려갈 거리를 (언론에)제공하느냐"고 불만도 털어놓았다. "성과도 많은데…"라고 말한 이 위원장은 노 대통령의 공격적인 발언, 언론과의 계속되는 마찰 등을 가장 큰 문제점으로 지적했다.

    그는 "한국사회에선 할 말도 좀 자제하라는 얘기가 있잖아요"라고 말한 뒤 '막말'수준의 언행으로 문제가 됐던 노 대통령의 민주평통 당시 발언을 거론하며 "지난번 평통 발언에 대한 얘기가 많아서 애정을 담은 얘기를 전달해야겠다고 사전에 생각하고 얘기한 건데 그런 얘기만 나오면 노 대통령이 상당히 언짢아하더라"고 말했다.

    노 대통령의 즉흥적인 반격에 대해 묻자 "당황하거나 그런 건 없다. 그의 스타일도 알고 하기 때문에…"라며 "내가 하고싶은 얘기를 한 것도 아니고 전국을 다 돌아다니면서 그런(노 대통령 발언에 대한)얘기가 많아서 얘기한 건데… 우리 국민들이 불안해 하면 안되잖아요"라고 답했다. 그러면서 "뭔가 느끼시는 건 있겠지"라는 긴 한숨과 함께 인터뷰를 마쳤다.